[초점]'소원을 말해봐'까지, 다 똑같은 일일·주말 드라마
기사등록 2014/06/19 19:17:59
최종수정 2016/12/28 12:56:16
【서울=뉴시스】박문호 기자 =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63시티에서 열린 MBC 새 일일드라마 '소원을 말해봐'(극본 박언희, 연출 최원석·이재진) 제작발표회에서 배우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왼쪽부터 배우 임지은, 연준석, 송유정, 김미경, 차화연, 오지은, 유호린, 이종수, 기태영. 2014.06.19.
go2@newsis.com 【서울=뉴시스】손정빈 기자 = 일일드라마의 자기복제가 심각하다. 이쯤 되면 같은 드라마라고 봐도 무방하다. '막장 코드'를 집어넣은 작품들이다. 한국 드라마 시장이 콘텐츠 부족으로 허덕이고 있다.
19일 제작발표회를 연 MBC TV 일일드라마 '소원을 말해봐'의 설정도 이런 추세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소원을 말해봐'는 '빛나는 로맨스' 후속작이다.
드라마는 '한소원'(오지은)의 이야기다. 결혼식 날 의문의 교통사고로 식물인간이 된 남편이 리베이트를 받았다는 억울한 누명을 쓰게 되자 남편의 결백을 밝히기 위해 GE그룹 메뉴개발팀에 특채 입사한 후 계모인 '정숙'(김미경)에게 물려받은 음식솜씨로 메뉴개발 전문가로 성공한다는 이야기다.
【서울=뉴시스】박문호 기자 = 배우 오지은이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63시티에서 열린 MBC 새 일일드라마 '소원을 말해봐'(극본 박언희, 연출 최원석·이재진)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4.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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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은 역시나 계모의 작은 식당에서 억척스럽게 산 인물이다. 소원의 곁에는 그를 항상 지켜주고, 지원해주고, 사랑해주는 남자 '강진희'(기태영)가 있다. 일과 사랑 모두에서 소원을 견제하고 괴롭히는 '송이현'(유호린)도 있다. GE그룹의 홍보실장 '신혜란'(차화연)은 소원의 생모다.
'소원을 말해봐'는 정확하게 '막장 드라마'의 세 가지 코드를 따른다. 복수, 키다리 아저씨, 출생의 비밀이다.
【서울=뉴시스】박문호 기자 = 배우 유호린이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63시티에서 열린 MBC 새 일일드라마 '소원을 말해봐'(극본 박언희, 연출 최원석·이재진)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4.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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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원을 말해봐'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상파 3사의 일일드라마는 출연 배우와 소재가 다른 것을 빼면 차이점을 찾기 힘들다. 일일드라마만 그러 게 아니다. 주말드라마 또한 위 세 가지 설정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방송 중인 MBC '빛나는 로맨스'와 '모두 다 김치' '왔다! 장보리', SBS '나만의 당신'과 '사랑만 할래', KBS 2TV '뻐꾸기 둥지' 등이 모두 그렇다. '볼만한 드라마가 없다'라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서울=뉴시스】박문호 기자 = 배우 송유정이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63시티에서 열린 MBC 새 일일드라마 '소원을 말해봐'(극본 박언희, 연출 최원석·이재진)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4.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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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런 드라마가 평균 10% 이상의 시청률을 보장한다는 점이다. '나만의 당신'은 14.4%(닐슨 코리아·전국 기준), '빛나는 로맨스'는 12.2%, '모두 다 김치'는 11.0%다. '왔다! 장보리'는 무려 15.7%다. 시청률 10%를 넘기는 미니시리즈를 찾기 힘든 상황에서 일일드라마의 높은 시청률은 방송사가 절대 포기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일일드라마의 시청층이 고착화한 점이 드라마의 자기복제를 가능하게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일일드라마와 주말드라마의 주 시청자층이 중장년층 여성으로 한정되면서 비슷한 드라마가 양산되고 있다"고 짚었다. "이들은 새롭고 신선한 것에 끌리기보다는 익숙한 소재를 찾는 세대"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박문호 기자 = 배우 임지은이 19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63시티에서 열린 MBC 새 일일드라마 '소원을 말해봐'(극본 박언희, 연출 최원석·이재진) 제작발표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4.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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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일드라마와 주말드라마가 방송되는 시간은 젊은 세대가 집에 있지 않은 시간이다. 집에 있더라고 TV보다는 컴퓨터를 본다. 20~40세의 경우 관심이 가는 드라마가 있으면 인터넷을 통해 내려받아 본다. 이같은 이유로 방송사는 굳이 새로운 시도를 하기보다는 중장년층 여성을 '저격'하는 드라마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이러한 한국 일일드라마의 콘텐츠 쏠림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방송사와 시청자 모두의 노력이 필요하다.
익명을 요구한 외주제작사 관계자는 "우리도 기존의 작품과 다른 드라마를 하고 싶지만 시청률이 곧 돈으로 연결되는 상황에서 시청률이 나올지 안 나올지 모르는 드라마를 만드는 제작사는 없다. 그건 방송사도 마찬가지"라며 "단순히 제작사와 방송사만을 탓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일일드라마의 전형성을 깨려면 시청자도 열린 마음으로 새로운 시도를 받아들이는 분위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jb@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