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영, 개그콘서트 '두근두근' 잠옷녀 실제로도…그랬다

기사등록 2013/11/24 06:11:00 최종수정 2016/12/28 08:24:47
【서울=뉴시스】오제일 기자 = “빨리 크리스마스가 왔으면 좋겠어요.”

 다가올 크리스마스를 그리는 눈이 맑다. KBS 2TV ‘인간의 조건’에 출연해 주목받은 그 엉뚱한 모습, 그 수다스러운 말 그대로다. 인터뷰는 “기자님 어디서 왔어요?”라는 개그우먼 박소영(26)의 질문으로 시작됐다.

 자리에 앉은 박소영은 “감기에 좋다”며 자몽차를 주문했다. 감기에 걸린 건 아니었다. “미리미리 먹어줘야 한다”며 차 속의 자몽을 인터뷰가 끝날 때까지 질겅질겅 씹었다. ‘인간의 조건’에서 ‘쓰레기 없이 살기’ 미션을 경험한 덕이다. 찻잔을 깨끗이 비우고는 건너편 매니저의 유자도 챙겼다. 매니저는 밝게 웃으며 빈 컵을 들어 보였다.

 포털 사이트에 게재된 본인의 사진을 보고 “이게 뭐야, 뱀 같이 나왔네”라며 샐쭉거린다. “여태껏 귀엽다는 이야기만 들어서 섹시하게 찍어봤는데…”하고는 한참을 인터넷에 뜬 본인의 사진을 훑었다. “어머, 이건 예쁘게 나오지 않았나요?”

 나름 카멜레온 같은 매력이라고 뽐낸다. “어떻게 보면 귀엽고, 또 어떻게 보면 예쁘고, 못 생겨 보일 때도 있어요.”

 종종 코를 팠던 것 같기도 하다. “4차원이요? 그런 적은 없어요. 저는 정상입니다. 워낙 활발하고 조…그 뭐죠? 아! 조증! 항상 떠 있어서 정신없다는 이야기는 들었죠. 뇌에서 생각하면 바로 실천에 옮기고.”

 어려서부터 그랬단다. “왜 귀엽게 혼자 시끄러운 애 있잖아요? 제가 그랬어요. 폴짝폴짝 남자애들을 괴롭히고 다녔죠. 혼나기도 참 많이 혼났고요. 주위에서 밤까지 제가 떠들고 있으면 ‘너는 지금까지도 힘이 남아도느냐’고 말하기도 해요. 밖에서 말을 많이 하고 ‘뽈뽈’거리고 다니니 집에 가면 숙면하죠. 좋아요.”

 KBS 2TV 예능프로그램 ‘개그 콘서트’의 인기코너 ‘두근두근’ 속 캐릭터를 그대로 옮긴 듯하다. ‘문재오빠’를 외치며 잠옷 차림으로 무대를 폴짝거리는 조금은 모자란 소녀가 눈을 반짝인다. “맞춰보세요. 둘이 시간 맞춰서 휴가를 같은 장소로 휴가 온 거 보니 이건~, 이건~” 하며 손을 휘휘 젓는다.

 제일 좋았던 허무하게 끝나는 말이라며 답을 요구한다. 잠깐의 침묵, 시무룩해진 박소영이 스스로 답을 말한다. “우연의 일치?”하고서 다시 웃는다. “‘두근두근’ 코너를 하면 늘 ‘두근두근’한 걸 짜야 하니까 마음이 ‘두근두근’해요.”

 ‘무식’보다는 ‘허당’이라고 캐릭터를 짚었다. “솔직히 저도 조금 무식하긴 해요. 아마 제 생각에 어렸을 때 워낙 많은 정보가 뇌 속에 들어와서 그랬던 것 같아요. 너무 머리가 꽉 차서 싹 비워버렸죠. 제가 한번 들은 걸 안 까먹기 때문에 그렇게 해줘야 해요.”

 ‘가정집 방문’이라는 독특한 취미가 있다. “KBS 근처에 권재관, 김경아 선배님들 부부가 살아요. 아기도 있고 먹을 것도 많고. 여가가 있으면 꼭 그 집을 가요. 선배님들이 싫어할 수도 있겠죠. 그냥 신경 안 쓰는 거죠.(웃음)”

 일없던 시절, 시간 보낼 곳을 찾다 들른 서점에 쪼그리고 앉아 기욤 뮈소의 ‘구해줘’와 티에리 코엔의 ‘살았더라면’,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나무’를 읽었다. 특히 ‘살았더라면’은 두 번 읽었다며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이제 “주변에서 똑똑해지면 안 된다고 했다”는 핑계로 책도 안 본다.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대화 상대방이 웃는 횟수를 셌다. 동료 배우들과 얼굴에 큰점 하나, 콧물 한 줄 더 그리려고 악다귀를 쓰는 천상 개그우먼이다. “예쁜 역할보다는 웃긴 역할, 재밌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왜 요즘 미녀 개그우먼들이 참 많잖아요. 그 친구들도 자신이 예뻐 보이려고 하기보단 어떻게 하면 더 웃길 수 있을까 고민해요.”

 자몽을 삼키며 박소영이 말했다. “크리스마스가 왜 좋으냐고요? 그냥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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