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유대인 문제는 국제사회에서 매우 민감한 소재다. 언론 자유의 천국이라는 미국에서는 모든 문제가 학술 토론이나 공론의 주제가 될 수 있다. 단 유대인 문제만은 예외다. 프랑스, 독일 등 유럽은 미국보다는 사정이 조금 낫지만 그래도 유대인 문제 거론은 가급적 피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형성된 국제 유대 권력의 강력한 ‘힘’을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프랑스 참사관 및 공사와 외교부 구주국장, 세네갈 대사, 보스턴 총영사 등을 지낸 유대인 전문가 박재선(67)씨가 펴낸 ‘100명의 특별한 유대인’은 착한 유대인, 나쁜 유대인을 가리지 않는다. 있는 그대로 유대인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다.
‘변혁을 꿈꾼 유대인 혁명가’부터 ‘부정적 평판의 유대인’에 이르기까지 스물한 가지 주제로 나눠 100명을 다룬다. 해체철학의 대표적인 철학자 자크 데리다, 벤 버냉키 미국 소속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 실존주의문학의 선구자 프란츠 카프카, 색채의 마술사로 통하는 마르크 샤걀, 아메리칸 클래식을 창조한 조지 거슈윈, 홀로코스트 성역화 작업을 주도한 할리우드의 거장 스티븐 스필버그, 히피 문화의 아이콘 밥 딜런 등 자신의 분야에서 거물급이다.
박씨는 외교관으로서 뉴욕, 파리, 런던, 프랑크푸르트, 부다페스트, 북아프리카 등지를 순회하며 유대인 관련 자료를 수집했다.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랍비(유대교 목회자) 양성 과정이 있는 브랜다이스 대학에서 연구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유대인이 노벨상을 독차지하는 이유, 문학과 미술, 음악, 영화 등 문화·예술 분야에서 발휘하는 창의력의 비결, 로비 활동 특성, 기부와 세계화에 열심인 이유, 네트워크의 실상과 파워 등을 풀어놓는다.
저자는 “유대인들은 오랜 세월 받은 박해 때문에 유달리 피해의식이 강해 타민족을 신뢰하지 않는다. 특히 이방인이 유대인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면서 “심지어 ‘유대인은 총명하다’ 또는 ‘유대인은 기부를 잘 한다’ 등 유대인에 대해 좋게 말하는 것도 안 하는 것이 좋다”고 전한다. “필시 무슨 불순한 저의가 숨겨져 있을 것이라고 의심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필자는 등장하는 유대인 인물을 조명함에 있어 가급적 객관성과 균형적 시각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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