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시스 사이언스]머리 파마! 그 속에도 과학이…

기사등록 2013/11/12 08:32:02 최종수정 2016/12/28 08:21:02
【서울=뉴시스】= 일상이 지루해질 때 여성들이 할 수 있는 손쉬운 기분 전환의 방법은 헤어스타일의 변화이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가을이 오면 왠지 생머리보다는 볼륨감 있는 웨이브로 바꾸고 싶은 마음이 든다. 아줌마의 대표 트랜드 뽀글머리 파마부터 볼륨매직파마, 디지털파마, 세팅파마, 발롱파마, 롤파마, 쉐도우파마 등 그 이름도 다양하다.  

 파마는 언제 시작되었을까? 절세미인, 클레오파트라의 나라 고대 이집트에서 파마의 기원을 찾을 수 있다. 이집트 여인들은 나일강의 진흙을 머리에 바르고 얇은 막대기로 동글게 말아 태양의 직사광선으로 말려 웨이브를 만들었다고 한다. 태양열을 이용한 진흙 속 알칼리성 성분의 화학변화가 파마의 원조가 된다. 예뻐지기 위해 온종일 뙤약볕 아래에 있었을 고대의 여성들을 상상하면 괜히 웃음이 난다.

 고대 그리스·로마에서는 다리미로 열을 가해 웨이브를 만들었는데 이 방법은 오랫동안 유럽에서 사용되었다. 특히, 루이 14세 때에는 웨이브 있는 모발에 대한 동경으로 남녀를 불문하고 구불거리는 탐스러운 웨이브 가발을 사용했으며, 그 후 본격적으로 파마가 발전되기 시작한 것은 1900년대 들어서다. 지금의 파마약은 1936년 영국의 화학자 J.B 스피크맨이 양모의 분자구조 연구에서 머리털의 케라틴 세포의 곁사슬을 자르는 원리를 발견해 상온에서 약품을 이용한 콜드웨이브를 만드는 데 성공하여 대중화되기 시작했다.

 파마는 퍼머넌트(permanent wave), 펌으로도 불리며 열 또는 화학약품의 작용으로 모발조직에 변화를 주어 오래 유지될 수 있는 웨이브를 만드는 과정이다. 미용실에 가면 먼저 머리카락에 파마 약을 바른 후 원하는 형태로 만든 다음 열처리를 하고 기다렸다가 중화제라는 것을 바르고 기다린다. 이처럼 파마는 두세 시간의 지루함과 이상한 약품 냄새, 뭔가 복잡한 것처럼 느껴지는 힘든 과정이지만 그 기본 원리는 과학의 산화-환원반응이다.  

 일반적으로 어떤 물질이 산소와 결합하거나 전자를 잃는 과정을 산화, 산소를 잃거나 전자를 얻는 과정을 환원이라고 한다. 반드시 산소가 관여하지 않더라도 산화수의 변화가 일어나는 모든 반응을 산화-환원 반응이라고 하며, 항상 동시에 일어난다. 산화가 되는 물질은 반응하는 짝꿍 물질에 전자를 주어 환원시키므로 환원제, 환원되는 물질은 짝꿍이 되는 물질에서 전자를 잃게 만들어 산화시키므로 산화제라고 한다.

 머리카락의 주성분은 케라틴이라 불리는 섬유 같은 단백질이다. 단백질은 열에 의한 변형이 쉬워 집에서도 젖은 머리를 드라이나 고데 등을 이용해 원하는 형태의 웨이브를 만들 수 있다. 이 때 수분과 열을 가하는 시간은 컬의 모양과 머리 숱의 정도에 따라 다르다. 화학반응의 속도를 조절하는 과정도 이와 비슷한데, 반응하는 물질의 농도나 온도에 따라 반응 진행 정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케라틴에는 ―S―S― 형태의 황(S)원자 2개가 시스틴 결합을 하고 있는데, 이 결합을 끊었다 다시 붙여주는 화학반응을 하루에도 수없이 많이 진행시키는 사람들은 바로 과학자가 아니라 미용실에서 근무하는 헤어디자이너들이다. 그러니 헤어디자이너는 과학과 기술 그리고 디자인이 결합한 융합적 예술이라고도 볼 수 있는 참 재미있는 직업이다.

 파마는 먼저, 알칼리성 환원제(1제)를 머리카락에 발라 케라틴 단백질에 수소를 공급하여 아미노산의 시스틴 결합을 깨뜨린다. 결합이 깨져 단백질 구조가 느슨해지면 머리카락이 유연해 지는데, 이때 롯드(rod)나 기계를 이용하여 원하는 형태로 머리카락을 구부리고 고정시킨다. 그 후 산화제(2제)을 사용하여 공급했던 수소를 빼앗아 처음의 시스틴 결합을 다시 연결해 주면 파마가 완성되는 것이다.

 이처럼 우리 주변에는 산화-환원 반응의 원리를 활용한 것들이 많다. 산화되는 정도가 다른 2개의 금속판과 전해질 용액을 이용한 건전지, 리튬 충전지 등 각종 화학 전지가 대표적이다. 그 외에 고가의 귀금속을 대신해서 만든 각종 도금된 악세서리, 혈중 알코올의 농도를 측정하는 음주측정기 등이 있으며, 우리 몸 안에서도 이런 반응들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다. 산소와 관련된 혈액 순환과 세포 내 소기관(미토콘드리아), 효소의 활동 등이 산화-환원 반응이며 이 반응의 부산물인 활성 산소의 누적으로 인해 피로와 노화, 각종 질병이 생기게 된다.

 인간의 삶을 더 편리하게 하는 방법, 아름다움과 젊음을 유지하는 비법, 질병에 잘 걸리지 않는 해법 등은 결국 과학의 산화-환원 반응에서 그 해답을 찾아야 할 것이다.

 김경희(구성고 수석교사)

 khkim0214@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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