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과 넥센 히어로즈의 준플레이오프 2차전이 열린 9일 목동구장. 0-0으로 맞선 8회초 상대의 실책성 플레이를 틈타 선제점을 뽑은 두산은 이어진 수비에서 선발 유희관이 1사 2루에 몰리자 홍상삼을 마운드에 올렸다.
홍상삼은 첫 타자 이택근을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기대에 부응하는 듯 했다. 빠른 공에 이은 포크볼로 타이밍 싸움에서 완승을 거뒀다. 구위와 제구 모두 괜찮은 듯 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두산 더그아웃은 박병호가 타석에 들어서자 고의4구를 지시했다.
2루 견제로 호흡을 가다듬은 홍상삼은 서있던 포수 양의지를 향해 공을 던졌다. 하지만 홍상삼의 손을 떠난 공은 양의지의 키를 훌쩍 넘어 백네트까지 굴러갔다. 좀처럼 프로야구에서 보기 드문 장면이었다.
편하게 포수를 향해 던져도 아무 문제가 없었지만 힘이 너무 들어갔다. 홍상삼의 움직임을 관찰하던 2루 주자 서건창은 별다른 힘들이지 않고 3루에 안착했다.
여기서 상황이 종료됐다면 그나마 괜찮았다. 두산 배터리는 승부를 시작할 때와는 달리 앉아서 공을 받았다.
결과적으로 이 선택은 두산의 악수가 됐다. 포크볼러 홍상삼에게 주자 2루와 3루의 차이는 단순히 한 베이스를 더 내주는 수준이 아니었다. 자칫 폭투가 1개 더 나올 경우 동점 주자는 홈까지 내달릴 수 있었다.
두산의 불안감은 오래 지나지 않아 현실화됐다. 홍상삼이 던진 포크볼은 포수의 미트에 도달하기 한참 전에 그라운드에 맞았다. 놀란 양의지의 블로킹은 포수 오른쪽으로 흘렀고 발 빠른 3루 주자 서건창은 재빨리 홈을 밟았다.
1-0 두산의 리드가 1-1 동점으로 바뀐 순간이었다. 홍상삼은 박병호를 볼넷으로 내보낸 뒤 강정호를 상대할 때 이날 경기 세 번째 폭투를 선보였다.
포스트시즌 한 투수의 한 경기 3폭투는 역대 타이 기록. 준플레이오프 및 한 이닝 폭투 3개는 홍상삼이 처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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