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겸 칼럼]티베트 달라이라마 문제, 바로보자①

기사등록 2013/09/06 10:46:50 최종수정 2016/12/28 08:01:14
【서울=뉴시스】하도겸 박사의 ‘히말라야 이야기’ <29>

 지난 7월 30일 칼럼 ‘달라이 라마, 티베트인 분신 막아라’에서 티베트 망명정부는 더는 분신을 언급하며 이를 이유로 중국정부를 비난해서는 안 된다고 요구했다. 그러한 행동은 결론적으로 분신을 소신공양으로 순교화시킬 뿐이다. 그로 인해 고통받는 티베트인들로 하여금 불교에서는 금지하는 자살의 다른 형태인 분신을 준비시키는 결과를 낳는다. 결국, 이를 통해 중국정부는 오히려 문화정치로서 티베트 식민지화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다. 이제 달라이라마와 티베트 망명정부는 안타깝지만, 구태를 벗어나 달라이라마의 생전 귀환과 자치를 위한 다른 방도를 구해야 한다. 무엇보다도 오히려 중국에 도움이 돼버린 안타까운 분신자살이 더는 일어나지 않도록 결사적으로 막아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렇지 않으면 베이다이허(北戴河) 여름회의에서 중국의 핵심이익인 티베트 문제에 대한 좀 더 공고한 통치방법에 대한 논의가 지속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8월 5일에는 여름철 연례행사로 중국 최고 지도부와 원로들이 휴가를 보내며 주요 정책을 논의하는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에 권력 서열 5위의 정치국 상무위원 류윈산(劉雲山)이 참가하면서 회의 개막이 공식화됐다. 실제로 이 회의는 1일부터 시작됐지만, 류 상무위원이 회의에 참가하는 대신 티베트(시짱, 西藏)를 순시하며 분신 등 자치 요구가 거세지는 티베트의 사회안정 방안 협의로 늦춰졌다. 물론 베이다이허 회의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는 시진핑 주석의 의향이 반영된 것이겠지만, 다른 위원들이 회의에 참가하거나 임지를 지킨 것과는 달리 류상무 위원이 티베트를 방문한 것은 그만큼 중국정부가 티베트문제를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분석해도 크게 문제는 없다.

 회의에서는 다른 문제와 함께 신장웨이우얼과 티베트의 분리주의 문제 등이 거론된 것으로 확인된다. 류 상무위원은 라싸 등 티베트 주요 지역에서 경계활동을 펼치는 무장경찰과 군대 등을 위로 방문하면서 “달라이 라마가 주장하는 ‘대티베트 자치구’나 ‘고도자치’는 중국의 헌법과 법률에 완전히 어긋날 뿐 아니라 티베트 불교의 근본이익에도 어긋나며, 티베트 불교가 달라이 라마 집단의 분열적 본질을 명백히 깨달아야 조국의 통일과 민족단결을 유지할 수 있고 티베트의 안정과 조화를 성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8월 7일에는 하안거에 들어간 달라이라마가 극히 이례적으로 티베트인의 분신이 일어나지 않도록 금강승 수행을 하는 전 세계의 신도들에게 기도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파율닷컴(phayul.com)에 의하면, 지난달 8일 티베트 망명정부의 총리인 롭상상가이 박사는 출라캉(Tsuglakhang) 사원에서 열린 특별기도회에서 자기희생 즉, 분신 등의 과격한 항의를 삼가 달라고 티베트 내부에 호소했다. 하지만 롭상 박사는 이러한 호소 뒤에 분신은 정치적 종교적 억압과 경제적 소외, 사회적 차별, 환경파괴 등 중국의 잘못된 정책으로 발생했으며 티베트인들의 절망과 분노의 새로운 임계점을 나타낸다고 주장했다.

 결국, 중국정부 처지에서 보면 겉으로는 분신하지 말라고 하면서 속으로는 결국 분신을 거론하며 분신의 의미를 재조명, 중국정부의 잘못된 정책 탓이라고 비난한 것이다. 분신을 티베트 망명정부에서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말리기는커녕 부추기고 있다고 이해할 수밖에 없는 시추에이션이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중국정부를 자극해서 얻어낼 수 있는 것이 과연 무엇인가 의아스럽다. 미국의 CIA와 같은 보이지 않은 손이 활동을 하는 것인가?

 8월 13일 중국 정부는 칭하이성 위수티베트족자치주에서 발생한 주민의 광산개발 항의 시위를 강경 진압했다고 한다. 주민 3000여 명이 지진이 잦은 이 지역에서 환경 파괴까지 하며 중앙정부로부터도 허가받지 않은 광산 개발을 하는 것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이는 과정에서 수백 명의 군과 경찰이 시위 군중을 해산시키기 위해 최루탄을 발사했고 전기봉으로 시위대를 구타해 중상자가 속출했고 주민 한 명이 항의 표시로 자살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이라면 베이다이허에서 중국정부가 무엇을 결정했는지 쉽게 짐작이 되는 부분이다. 결국, 종교적 열망이 깊은 티베트인의 분신과 자살 등의 자기희생은 멈추지 않을 전망이다. 티베트 망명정부가 달라이라마의 평화적인 중도노선을 포기하지 않는 한 분신이나 자살 등은 안타까운 소신공양이나 종교적인 자기희생에 멈출 것이다. 하지만 그 결과 중국의 표면적으로는 부드러운 그러나 시위 등에는 강경한 문화정치는 더더욱 공고해질 뿐임을 알아야 한다.

 5월 24일 칼럼 ‘칭하이성의 아름다운 보물’에서 영토문제의 미래는 알 수 없으며, 역사가 지속하는 한 최후의 승리자는 결국 누가 그 문화의 정수를 얻어서 계승하는가에 낙점이 찍힌다고 주장했다. 문화의 주인공은 영토와 정통성을 얻는다. 이러한 측면에서 인도 다람살라에서 티베트의 전통문화를 계승하는 티베트 망명정부가 양성하는 승려들과 중국 정부에 의해서 보호와 지원을 받는 칭하이성 최고 예술가들의 진검승부를 엿보는 것이 중요한 관점 포인트라고 설명한 바 있다. 또 8월 18일 칼럼 ‘따시델렉 티베트! 안녕하세요 티베트!’에서는 달라이라마의 모국어 교육을 지지하며, 우리 민족이 그랬듯이 모국어를 사용하는 민족이 있는 한 언제나 희망은 남아 있다고 주장했다.

 8월 25일 로스앤젤레스를 방문한 상가이 사장은 중국의 강경 정책으로 신장웨이우얼자치구, 네이멍구자치구 등과 비슷한 암울한 처지에 있다고 밝혔다. 최근 신장웨이우얼자치구에서 경찰의 발포로 최소한 16명이 사망한 사태에 주목하면서 티베트 문제 해결을 위해 중국 정부와 윈윈하는 평화적인 길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티베트 청년들에게 근신하면서 학업에 열중하라고 격려하고 민족 문화를 계승하고 민족이 영구히 생존할 수 있는 공간을 찾는 책임을 용감하게 짊어지라고 주문했다. 그는 티베트 민족이 티베트 고원지대에 거주해온 지 1100년이 지났다면서 젊은 세대가 노력을 게을리하면 티베트가 지도상에서 사라질 위기를 맞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티베트 문제는 중국이 온전한 G2인 이상 해결될 수 없는 문제다. 수천 년의 중국 역사에서 보이듯 지금의 중국이 몇 년이 지속할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는 없다. 그러나 수백 년 지속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때를 기다리며 서구문명과 과학과 우리 불교의 만남을 가장 조화롭게 융화시키고 있는 달라이라마의 티베트의 종교와 문화의 계승과 발전에 대한 비전을 실행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달라이라마 사후 티베트불교에 대한 열풍이 끝났을 때 티베트의 가까운, 그러나 오래된 미래를 제대로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칼럼을 쓰면서 몇몇 티베트 정부 관련자나 달라이라마 추종자들의 비난을 직간접적으로 듣곤 한다. 훌륭한 수행자인 달라이라마를 존경하지만, 그렇다고 티베트인이 아닌 이상 이 나라 이 민족으로 태어난 이유와 인연이 있다. 일제를 경험한 나라의 백성으로서 나라를 잃은 티베트인에 동정이 가지만 그러기에 더욱더 우리나라가 소중하다. 그렇다고 지중파나 친중파는 더욱 아니다. 불자는 부처님이 가르쳐 준 팔정도 가운데 바른 견해인 정견을 버려서는 안 된다. 따라서 불자들은 나무달라이라마존자 즉, 달라이라마에게 귀의하는 것이 아니다. 나무마하반야바라밀 즉, 지혜행에 귀의해서 바른 견해를 내야 한다. 모든 문제의 해결은 냉철한 현실인식에서 비롯된다. 현실을 직시하지 않고 환상에 빠져 아상을 내서는 안 된다. 더는 달라이라마 마케팅을 하는 사람들의 밥그릇 챙기기에 들러리 서서도 안 된다. 티베트에 대해 모르는 게 참으로 많은 까닭에 좁은 소견이나 지식 그리고 왜곡도 있다. 그래서 이에 대한 정확한 근거를 제시하는 그런 비난이 아닌 비평을 매일매일 겸허하게 기다려 본다.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galmu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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