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통교실' 땀에 절은 학생들 "교실보다 운동장이 더 뜨거워도 바람은 분다"

기사등록 2013/08/13 15:15:36 최종수정 2016/12/28 07:54:17
에어컨 자제 분위기속 개학한 학생들 고통스러운 학교생활

【서울=뉴시스】표주연 기자 = 전국이 연일 폭염으로 펄펄 끓고 있는 가운데 개학한 서울시내 대부분의 학교에서 학생들이 '찜통 교실'속에서 고통스럽게 공부를 하고 있다.

 서울 시내 중고등학교들은 대부분 12일~16일 개학 일정을 잡았다. 지방의 학교들은 폭염으로 인해 개학을 연기하는 곳이 많이 있지만, 서울은 13일 현재 6개 학교만 개학을 연기했을 뿐이다.

 그러나 서울이 33도를 웃도는 폭염 상황에서도 제대로된 냉방을 해주는 학교는 드물었다. 일선 학교에서는 에어컨을 틀더라도 10~20분에 그쳤으며, 점심시간과 쉬는 시간에는 아예 틀어주지 않았다.

 게다가 서울시교육청은 최근 12~14일 냉방기 가동을 전면 중지하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일선 학교들에 보냈다. 이 이메일 공문의 주요 내용은 "전력 수급 경보 단계를 고려하지 말고 사전적으로 절전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또 "냉방기 및 공조기 가동을 전면적으로 중지하라"는 지시도 포함됐다.  

 13일 일선 학교에서 만난 학생들은 땀에 교복이 흥건하게 젖어있었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땡볕이 쏟아지는 낮 12시에 "교실보다 운동장이 오히려 시원하다"는 푸념이 쏟아질 정도였다.

 송파구 신천동 잠실중학교에서 만난 이 모(14)양은 "행정실에 얘기하면 에어컨을 15분 정도 틀어준다"며 "너무 더워서 부채질 하느라 수업에 집중이 안된다"고 하소연했다.

 김모(15)군은 점심시간에 운동장에 있었다. 김군은" 더운 교실보다는 뜨거워도 운동장이 낫다"며 "여기는 차라리 바람이라도 분다"고 푸념했다.

 이모(14)양도 "덥고 답답한데 교실에 땀냄새가 진동한다"고 토로했고, 이모(15)군은 "교실이 찜질방 수준"이라고 고통을 호소했다.

 박모(14)양은 "에어컨은 수업 시간만 틀어준다"며 "쉬는시간, 점심 시간에는 하나도 안 틀어 준다"고 말했다. 박 양은 "점심시간에는 땀을 줄줄 흘리면서 밥을 먹어야 된다"고 덧붙였다.

 석촌중학교도 학생들의 신청이 있을 때만 잠시 에어컨을 틀었다. 교실에는 천정에 달린 에어컨이 하나 있고, 선풍기는 총 6대가 앞뒤 좌우로 위치해 있었다.

  이 학교는 교실 온도가 30도가 넘어가면 에어컨을 가동한다. 또 2~4교시(오전 10~11시), 5~6교시(오전 1~2시)에 에어컨을 가동하고, 점심시간에는 틀지 않는다.

 전모(14)양은 "더워서 집중도 안 되고 힘들다. 멍한 상태가 계속되고 혼이 나갈 것 같다"고 토로했고, 최모(16)양은 "더워서 죽을 것 같다"며 "선생님들과 학생들도 수업 중에 더워서 짜증이 난다"고 말했다.

 최양은 "빈혈이 있는데 더워서 쓰러질 것 같다"며 "몇 번이나 행정실에 따지고 싶었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석촌중 관계자는 "국가 전력 수급문제로 에어컨을 (마음대로) 틀지도 끄지도 못한다"며 "일선 학교에서 에어컨을 틀려고 노력한다고 해도 국가에서 맞춰 놓은 기준이 있기 때문에 사실상 제대로 틀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또 익명을 요구한 마포구의 한 중학교 교감은 "에어컨이 없으면 수업이 불가능하다"며 "긴급절전 대응알림이 내려오기는 했지만 처음 개학할 때 이게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이 교감은 "상식적으로 냉방없이 수업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교육청은 현장에서 어떻게 적용이되는지 생각을 안해본 것 같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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