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개방종사]제32회 만년삼왕(4)
기사등록 2013/07/23 07:00:00
최종수정 2016/12/28 07:48:09
【서울=뉴시스】<유소백·소설 개방종사>
“배고픈 아이야, 넌 많이 먹었다. 아주 많이.”
“그냥 죽도록 얻어맞은 기억 외에는 없는 걸?”
“시치미 떼지 마라. 배고픈 아이에게 내가 십 만 냥을 먹였어.”
황아란의 대꾸에 소걸개의 말이 불쑥 튀어 나왔다.
“뻥치지 마라.”
“아란이는 거짓말 하지 못한다. 아란이는 거짓말 나쁜 거 알아. 난 진짜만 말해.”
“내가 십 만냥을 어떻게 먹어?”
“삼켰어.”
“언제?”
“방금 전에... 이제 남은 건 한 방울뿐이야.”
황아란은 종기를 보여줬다. 황토 빛의 액체가 한 방울 쯤 진짜 남아있었다.
“이게 십 만 냥이라고?”
“응”
“내게 사기치는 거지?”
황아란이 배시시 웃으면서 마지막 남은 한 방울의 액체를 소걸개의 입으로 가져갔다.
“혀를 내밀어.”
“이렇게.”
소걸개는 말 잘 듣는 아이처럼 혀를 쑥 내밀었다. 종기위의 마지막 남은 액체가 혀 위로 떨어졌다. 삼(蔘) 맛이었다. 그 순간에 소걸개의 동공이 묘하게 벌어졌다. 설마하는 심정으로 소걸개는 황아란에게 물었다.
“혹시 만년삼왕?”
“배고픈 아이는 맛을 참 잘 아는구나. 맞았어. 십 만 냥짜리 산삼이야. 만년삼왕이라고. 내가 반 뿌리를 복용할 예정이고, 이것은 남은 반쪽이야. 계산으로 따지자면 사만 구천냥 쯤 되겠지.”
혼비백산할 노릇이었다. 만년삼왕의 가치는 돈으로 따질 수 없는 절대 영약에 속해있지 않은가. 무림인들이라면 그 누구라도 환장을 하는 귀중한 보물이었다. 불문의 성지라 불리는 무림의 소림사에서도 최고 영약 대환단을 제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만년삼왕의 약재가 필요했다. 비록 뿌리가 아닌 그 털 조각 하나라 할지라도. 달 포 전부터 낙양의 황 부자가 거금 십 만 냥을 들여서 만년삼왕을 구입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내가 그 귀중한 것을 진짜로 삼켰단 말이야?”
“그렇다니까. 내가 왔을 때 넌 죽어 있었어. 배고픈 아이는 더 이상 배고프지 않아도 되는 줄 알았어.”
“그런데?”
“아무리 널 불러도 그냥 죽어 있어서 난 화가 나서 돌아갔지. 그러다가 가는 길에 마차에 부딪친 사슴 한 마리를 만났어. 난 그 사슴이 죽었다고 생각했어. 움직이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유모가 그러더군. 사슴이 잠시 기절한 것이라고. 누구나 충격을 받는다고 죽는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어. 불러도 대답이 없다고 모두 죽은 것은 아냐. 대답을 하지 않는다고 날 무시한 것도 아냐. 소걸개는 잠시 아팠던 거야. 기억을 잃고 있을 정도로. 그래서 집에 도착해서 약을 갖고 다시 몰래 나왔어. 이번에는 유모도 모르게. 우리만 알고 있는 개구멍으로 나왔지. 그런데 불쌍한 배고픈 아이, 누가 널 그렇게 팼어?”
“내 질문에 먼저 대답해 주면 말해주지.”
황아란은 잠시 생각을 정리하고는 힘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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