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원, 착한 나쁜놈의 역설…‘미스터 고’ 중국 사채업자
기사등록 2013/07/21 10:16:57
최종수정 2016/12/28 07:47:39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영화 '미스터 고'의 배우 김희원이 16일 오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3.07.16.
photo1006@newsis.com
【서울=뉴시스】김정환 기자 = ‘악역을 잘해낸 사람은 어떤 역할을 맡아도 모두 잘한다’는 말은 배우와 감독들 사이에 불문율처럼 통용된다. 그 말이 옳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250억원 대작 ‘미스터 고’에서 중국 사채업자 ‘림샤오강’을 열연한 김희원(42)을 통해서다.
김희원은 2009년 원빈(36) 김새론(13)의 액션 ‘아저씨’(감독 이정범)에서 극악한 장기밀매업자 ‘만석’역을 맡아 깊은 인상을 남겼다. ‘미스터 고’에는 여주인공 ‘웨이웨이’(쉬자오)의 할아버지인 중국 옌볜의 룡파 서커스단 ‘단장’(변희봉)이 죽기 전에 진 빚을 받겠다며 야구하는 고릴라 ‘링링’을 빼앗으려는 사채업자다. ‘이번에도 나쁜놈이네’ 싶었지만, 김희원의 ‘림샤오강’은 영화가 흘러갈수록 웃음을 주고 급기야 가슴 찡한 감동마저 안겨준다.
김용화(42) 감독이 전작들에서 코미디를 담당했던 에이전트 ‘성충수’ 역의 성동일(46)에게 ‘미스터 고’에서 코미디를 크게 요구하지 않았던 것은 바로 김희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영화 '미스터 고'의 배우 김희원이 16일 오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3.07.16.
photo1006@newsis.com
영화에서 쉬자오(16)가 한국어로 연기를 할 때 ‘한국말을 곧잘 한다’ 싶으면서도 어딘가 2% 부족하다고 느껴지는 것처럼, 김희원의 중국어 연기는 중국인들이 들었을 때 당연히 어색할 것이다. 김희원은 ‘미스터 고’에 캐스팅된 재작년 가을부터 중국어 공부에 들어갔다. 공부는 영화의 크랭크인이 6개월 가량 지연되던 사이에도 계속됐다. 배우고 또 배우고, 연습하고 또 연습해서 했음에도 중국인이 아니니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김 감독은 한국 시장을 넘어 중국에서도 5000개 이상 상영관에서 개봉할 영화의 주요 인물을 중국인이 아닌 한국인, 그것도 처음 만난 김희원에게 맡기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아저씨’, 장동건(41) 오다기리 조(37)의 전쟁 휴먼 ‘마이웨이’(2011) 등 전작들에서 보여준 연기력이 만족스러웠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김희원을 위해 한국어와 중국어 연기 중 선택할 기회까지 줬다. 옌벤 지역 사채업자이니 한국어를 한다고 해도 문제가 될 것 없다는 판단이었다. 그러나 김희원은 중국어를 택했다.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영화 '미스터 고'의 배우 김희원이 16일 오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3.07.16.
photo1006@newsis.com
김희원에게 있어 중국어 연기는 이 영화에서 가장 어렵고 힘든 일이었다. 대사를 얼마나 달달 외웠는지 “지금도 한 글자도 안 틀리고 할 수 있다. 아마 평생 못 잊을 것 같다”고 말할 정도다.
“한국어로 연기할 때는 촬영 전에 감정이나 캐릭터에만 집중하면 됐는데 중국어 대사까지 계속 생각해야 하니 정말 힘들었어요”라고 돌아봤다.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영화 '미스터 고'의 배우 김희원이 16일 오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3.07.16.
photo1006@newsis.com
김희원은 “중국어로 하겠다고 했다가 그 고생을 한 것도 사실이죠. 하지만 지금 생각해봐도 중국어로 하는게 맞는 것 같아요”라고 털어놓는다. 그 진정성은 김희원이 정해진 중국어 대사만 소화하기에도 벅판 상황에서 애드리브까지 만들어 통역의 도움을 받아 중국어로 소화해냈다는 사실에서 증명된다.
중국어 연기가 김희원의 열정을 상징하는 것이라면, 링링과 앙숙인 또 다른 고릴라 ‘레이팅’이라는 디지털 캐릭터와의 공연은 김희원의 탄탄한 기본기를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김희원은 서울예대 연극과를 나와 서울 대학로 연극판에서 잔뼈가 굵은 배우다. 그만큼 연기 내공이 깊고 크다. 특히 마임 연기는 그가 모션캡처 장치를 한 채 레이팅의 대역을 맡았던 배우도 없이 혼자서 해내야 했던 수많은 장면들에서 빛을 발했다.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영화 '미스터 고'의 배우 김희원이 16일 오전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3.07.16.
photo1006@newsis.com
김희원은 “현재 한창 연극을 하고 있는 후배들은 마임을 거의 안 할 거예요. 왜냐하면 요즘은 흥행 위주의 연극을 하기 때문이죠”라면서 “그러나 제가 어렸을 때만 해도 연극배우들이 진짜 예술한다면서 그런 연극들을 정말 많이 했거든요”라고 전했다.
김 감독은 운이 좋은 셈이다. 열정과 기본기를 모두 갖춘 배우를 캐스팅했으니까. 그래서인가, 김 감독은 ‘미스터 고’가 흥행이 잘 돼 속편을 만든다면 김희원과 레이팅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가겠다는 계획을 벌써부터 밝히고 있다.
중국어에 질릴대로 질린 김희원의 마음은 어떨까. “당연히 다시 한 번 도전해보고 싶습니다. 중국어가 아무리 어려워도 말이죠. 우리 영화는 재미있고, 가슴 찡한 영화입니다. 사람들한테 희망을 줍니다. 요즘 힘들어 하는 사람 많은데, 영화를 보면서 꿈을 꿀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그런데 그것은 이번 한 번만으로는 부족할 것 같아요. 당연히 속편도 나와야죠.”
ac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