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연출가 오태석(73)씨는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공연되는 소리극 '아리랑'의 의의를 이 같이 설명했다. 소리극 '아리랑'은 지난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아리랑을 기념하고 아리랑을 대표 브랜드 공연으로 선보이고자 함이다.
국립국악원 이동복(64) 원장은 20일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2011년에 한 차례 제작을 시도했으나 예산을 확보하지 못했다. 지난해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것을 계기로 이 작품을 만들게 됐다. 현재 전승되는 아리랑과 새로 작곡된 아리랑을 함께 담아냄으로써 아리랑의 가치를 새롭게 전달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아리랑은 남북이 통일된 2018년의 어느 날을 배경으로 홍범도 장군의 유골을 고국으로 봉환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화를 담는다. 분단 60주년이 되는 올해 아리랑으로 뜻 깊은 메시지를 전하고자 홍범도 장군(1868~1943)을 작품의 중심에 세웠다.
홍범도는 1920년 대한독립군 총사령관으로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 전투를 대승으로 이끌었으나 1926년 소련군에 의해 무장해제 당하고 카자흐스탄으로 강제이송 됐다. 이후 크줄오르다 소재 고려극장 수위로 지내다 75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소리극은 남편 홍범도를 기다리는 122세의 아내, 메마른 아랄 호수에 드리는 기우제, 백두산 호랑이, 크줄오르다 고려극장 등 기존의 연극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소재들을 사용했다. 또 주로 사용되는 이어마이크를 빼고 생목소리를 그대로 객석에 전달한다.
이 원장은 "2월 말 오태석 연출이 대본을 완료했고 3월부터 단원들을 대상으로 발성연습을 시작했다. 전자음을 쓰지 않는 것을 원했다. 자연음향으로 해서 극장 전체에 목소리가 들리도록 하는 훈련을 많이 받았다"고 말했다.
소리극에 참여한 김광숙 예술감독은 "발성 자체를 바꿔야했다. 더 큰소리를 내야 하는 부담감 때문에 목을 많이 써서 힘들었다. 성대를 열고 말도 하고 노래도 해야 하니 어렵고 부담스러운 숙제였다. 지금도 소리가 관객에게 잘 전달될까하는 의문과 기대감이 있다"고 토로했다.
음악은 작곡가 박범훈(65)씨가 맡았다. '자진 아리' '해주아리랑' '독립군 아리랑' '상주아리랑' 등 귀에 익숙한 아리랑을 온전히 담아내고 새로 작곡된 아리랑을 극 속에 담아내며 아리랑의 가치를 새롭게 전하고자 했다.
이번 아리랑의 작곡과 지휘를 맡은 김성국씨는 "이 작품에서 한반도 전역 만주나 시베리아에 넓게 포진돼 있는 아리랑들을 극에 어떻게 기능적으로 녹여낼 것인가를 고민하다 기존의 아리랑을 넣었다. 멜로디를 수정하거나 장단을 바꾼 것도 있고 새롭게 만든 노래도 있다. 모든 곡을 흥겹게 불러줬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26~30일 국립국악원 예악당에서 공연한다. 평일 오후 7시30분, 주말 오후 4시. S석 3만원, A석 2만원, B석 1만원. 국립국악권 누리집(www.gugak.go.kr) 또는 전화(02-580-3300)로 예매할 수 있다.
gogogirl@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