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은옥·남궁옥분·김광한·강은철, 내가 겪은 DJ 이종환…애도

기사등록 2013/05/30 16:55:06 최종수정 2016/12/28 07:32:25
【서울=뉴시스】이재훈 오제일 기자 = "평소 말씀이 없으셨어요. 저희한테 지적도 잘 안 하셨어요. 그냥 옆에서 지켜보기만 하셨죠. 근데 나중에 알았어요. 아무도 모르게 우리를 도와주신 것을요."

 '빗물'로 유명한 가수 채은옥(58)이 투병 끝에 30일 별세한 MBC PD 출신 DJ 이종환(76)을 추모했다. "방송국 사람들도 좋은 분인지 어떤 분인지 잘 모르셨을 거예요. 워낙 말씀이 없으니 무서운 분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았죠. 저희도 섭섭한 적이 있었죠. 무관심한 것 같으니까. 세월이 지나고 보니 묵묵히 저희를 챙겨주셨더라고요."

 채은옥은 1970~80년대 서울 종로2가 음악감상실 '쉘부르' 출신이다. '쉘부르'는 이종환을 필두로 당시 통기타 가수들이 모여 창업한 언플러그드 음악감상실이었다. 

 1975년 쉘부르에서 이종환을 처음 만난 채은옥은 고인 덕분에 1976년 1집 '빗물'로 데뷔할 수 있었다. "이종환 선생의 처남이 애플레코드의 김일웅 대표였어요. 어니언스, 김정호 등의 앨범을 낸 곳이죠. 선생님이 저를 발탁해서 그곳에서 앨범을 낼 수 있었어요. 참 은인 같은 분이죠"라고 회상했다.

 채은옥을 비롯해 듀오 '쉐그린'(이태원·전언수), 강은철(60), 남궁옥분(55), 밴드 '어니언스'의 임창제(62), 위일청(58) 등 쉘부르 출신 가수들은 대한민국 포크 음악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1966년 문을 연 '세시봉'에 비해 늦게 개장했지만 배출한 가수의 규모는 한국 포크계의 최대 군단이었다.

 쉐그린 멤버 이태원(65)은 이종환을 "통기타 음악의 대부"로 평했다. 쉐그린의 또 다른 멤버 전언수(65)는 "팝송의 대가였다"면서 "통기타의 교장 선생님 같은 분이기도 한데, 통기타 문화를 살아나게 해준 분"이라고 회상했다. "아버지 같은 분이 돌아가셨다는 느낌이다. 너무 슬프다."

 이미 빈소에 도착했다는 강은철은 "40년 동안 지켜봤지만, 선생님은 다른 건 없어요. 오직 음악에 대한 관심, 신인가수 발굴, 마지막 방송 전까지도 자료를 구하기 위해 애썼던 모습이 떠오릅니다"라고 기억했다. "예전에는 음악자료를 찾기 어려웠죠. 밤 늦게까지도 자료를 찾던 모습들이 눈에 선합니다."  

 쉘부르에서 오디션 프로그램을 만들어 많은 가수를 배출했다는 증언도 했다. "오디션을 통과해 음반을 발표한 사람들이 최성수, 박강성, 남궁옥분, 변집섭, 시인과촌장 등이었어요. 음악과 더불어 좋은 곳으로 가셨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사랑 사랑 누가 말했나'로 유명한 남궁옥분은 "교통방송 DJ를 한 최근까지도 작가 없이 인터넷에서 일일이 자료를 찾아가면서 음악을 선곡하고 방송을 준비하셨다"고 알렸다. "훌륭한 DJ들이 많았지만, 일흔이 넘는 나이에도 그렇게까지 현역으로 뛴 분은 없을 거예요. 살아 있는 역사였는데 이제 말 그대로 전설이 되셨죠." 인간적으로는 까다롭기도 했지만 "참 강직한 분이었다"고 전했다. "취미도 없었고, 오직 음악에만 집중하셨죠. 그래서 많이 외로우셨을 것 같아요. 그래서 더 음악에 집중하셨는지도 모르죠."  

 이들은 지난 11일 오후 6시30분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 평화의광장에서 '쉘부르 개장 40주년 기념 콘서트'를 열기도 했다. 이 자리는 포크 음악의 대부인 DJ 이종환의 방송 50주년을 기념하는 공연이기도 했다. 그러나 고인에게는 현장을 함께할 기력이 없었다.

 한국 1세대 DJ 이종환을 잇는 2세대 DJ의 대표주자인 팝칼럼니스트 김광한(67)은 "미친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음악에 미치고 DJ에 미쳤다"는 것이다. "미친 것 같은 열정 없이는 그렇게 하지는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1937년 충남 아산 태생으로 중앙대 법대를 중퇴한 이종환은 1964년 라디오 PD로 MBC에 입사했다. 임국희(79) 아나운서가 진행한 '한밤의 음악편지'로 PD 경력을 시작했다. 그러나 당시 'DJ 1호' 최동욱(77)이 진행하던 동아방송의 '탑튠쇼'가 인기를 끌자, MBC에서는 DJ 재능도 뛰어난 이종환을 앞세운 '탑튠 퍼레이드'로 대응했다. 고인은 그때부터 PD와 DJ를 겸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김광한은 "최동욱 선배가 빠른 진행으로 웨스턴식 DJ 스타일을 선보인 데 반해 이종환 선배는 한국적인 DJ 스타일을 연 주인공"이라고 평했다. "참 감성적으로 진행했어요. 팝의 영어 가사를 한국어로 번역해서 들려주고 음악 중간에 시도 읊어주셨죠."

 김광한은 이날 오후 2시 자신이 진행하는 CBS 음악FM(수도권 98.1㎒·연출 손근필)의 토크쇼 '라디오 스타'에서 이종환 특집을 마련한다. 자신의 방송 시그널 대신 '이종환의 밤의 디스크 쇼' 시그널 음악이었던 장 프랑수아 미셸의 '아듀 졸리 캔디'를 들려준다. 남궁옥분과 이종환 관련 인터뷰도 한다.  

 김광한은 무엇보다 이종환이 "한국 통기타 음악의 역사를 연 인물이라는 점을 높게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통기타 음반의 70~80%를 선배가 프로듀싱했어요. 통기타, 생맥주 등 1970년대 청년 문화를 연 분이지요."

 이종환은 2011년 가을께부터 폐암으로 투병하면서 TBS 교통방송 '이종환의 마이웨이'를 마지막으로 DJ 마이크를 내려놓았다. 건강은 조금씩 호전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근 퇴원, 서울 하계동 자택에서 지내다 이날 오전 1시께 숨을 거뒀다.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2호실, 발인은 6월1일 오전 6시30. 원지동 서울추모공원에서 화장된 뒤 고향인 충남 아산에서 영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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