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경시대②]경찰 '여풍' 시동은 걸었지만 고위직은 '미풍'

기사등록 2013/04/21 06:19:05 최종수정 2016/12/28 07:20:11
【서울=뉴시스】박성환 기자 = 경찰 조직에서 여성이 고위직에 오르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계급이 올라갈수록 승진 문턱은 더 높아지기 때문이다. 

 남성들이 장악하고 있는 경찰 고위직 자리에 오르는 여경들이 예전에 비해 많이 늘어나기는 했지만 총경 이상 고위직에 오른 여경들은 여전히 손에 꼽을 정도다.

 예전에 비해 여경들의 역할과 위상이 많이 달라진 건 분명하다. 특정 분야나 남성 경찰들의 보조역할을 하던 여경들의 업무 영역도 강력·형사·마약 등으로 전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경찰청은 여경들의 사기를 북돋워주고자 매년 7월1일 여경의 날에 맞춰 '으뜸 여경대상'을 선발한다.  

 그러나 여경 전성시대가 왔다고 보기는 아직은 이르다. 일각에서 경찰 내에서 서서히 불고 있는 여풍은 단지 일시적 현상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여성 경찰 간부들이 상대적으로 젊다는 점에서 향후 이들의 활약여부에 따라 여경들의 희비가 교차할 것으로 보인다. 높은 승진 문턱을 넘은 여성 간부들은 뚜렷한 성과를 냈다는 공통점이 있다. '포스트 이금형' 물망에 오르고 있는 여성 간부들의 활약으로 박근혜 정부의 '여성 코드 인사'라는 곱지 않은 시선을 잠재울 있을지 관심이 모아질 수밖에 없다.

 ◇4대악 척결에 선봉…확실한 성과로 '눈도장'

 경찰청장인 치안총감은 차관급이고 바로 밑 치안정감은 1급이다. 현재 10만여 경찰 중 간부 비율은 전체의 13.7%에 불과하다. 이금형 치안정감의 탄생은 경찰 조직 내에서 역사적 사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충북경찰청 차장에 이어 광주경찰청장을 역임하는 등 지방청에서도 선 굵은 행보를 보여 왔다. 2006년 서울 마포경찰서장 당시 연쇄 성폭행범 '마포 발바리'를 검거하는 등 아동·청소년·여성 범죄 피해자 지원에 앞장서 왔다. 2011년에는 영화 '도가니'로 뒤늦게 알려진 '광주인화학교 지적장애아동 성폭력 사건'을 재수사해 관련자 14명을 형사입건했다.

 경찰 내에서도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가 여러 차례 여성의 고위직 진출 확대를 약속했다고 하지만 '실적에 따른 성과주의 원칙'이 향후 인사를 결정할 것 이라는 게 지배적이다. 특히 명실상부한 이금형 후계자로 인정받으려면 박근혜 정부의 최우선 과제인 '국민 안전' 확보를 위한 '4대 사회악(성폭력· 학교폭력· 가정파괴범·불량식품)' 척결을 위한 확실한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

 경찰청 관계자는 "능력있는 여경들이 고위직에 올라가는 것은 경찰의 미래와 발전을 위해 필요하지만 경력에 따라 순차적으로 승진을 시키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며 "자신의 능력을 증명할 확실한 성과가 향후 인사에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경 고위직 진출 '걸음마' 단계…전문성 강화 역점

 최초의 여자 경찰은 1946년 탄생했다. 미군정청 경무부 공안국 산하에 여자경찰과가 신설되면서 간부 15명과 여경 64명이 처음 근무했다. 당시 경찰 총 정원이 2만7600여명으로 여경의 비율은 1.8%에 불과했다.

 여경의 중흥기는 1991년 경찰청 시대가 열리면서부터다. 1980년대 올림픽·아시안게임 등 여러 국제경기를 치르면서 여자경찰 1000여 명에 육박했다. 업무영역도 여성·어린이·청소년 관련 업무를 넘어 형사·감식·대테러 업무 등 남성 경찰들의 영역까지 확대됐다. 2000년에는 상설여성기동대가 창설해 각종 집회 및 시위현장에서 질서유지를 담당하고 있다.

 그동안 여경들은 앞에 나서기보다 뒤에서 업무를 보조하는 수준에 머물러 왔지만 역할과 위상은 예전보다 많이 달라졌다. '금녀의 구역'이던 경찰대가 1989년 여학생 입학을 허용하면서 여경들의 지위가 높아졌다.
신입생 120명 가운데 여성은 12명(10%)에 불과하지만 최근 10년간 경찰대 수석 졸업자 6명을 배출했다. 또 2013학년도 신입생 모집에서 여성 부문에 1706명이 지원해 142.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고위직으로 갈수록 여경의 승진 문턱이 높아진다. 전체 경찰 10만2700여 명 가운데 여경은 7804명(7.6%)을 차지한다. 여성 총경은 단 8명으로 전체 총경 489명 가운데 1.63%의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또 경감(6급) 이상 간부는 280여 명에 불과하다.

 경찰청도 여경들의 활약상을 감안해 2005년부터는 승진 시 여경을 우대하는 여경승진목표제를 도입해 총경 경정은 승진 대상 인원의 30%, 경감은 10%등을 여경에게 별도 배정하고 있다. 또 경찰관 충원 인력의 20~30%를 여경으로 선발해 비율을 10%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김강자 한남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여경의 역할과 위상이 성장한 현 상황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계급과 같은 외형적 팽창만을 만족해해서는 안 된다"며 "우리나라의 성폭력과 성매매, 가정폭력, 청소년 문제 등 여성의 시각을 필요로 하는 정책이 많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 문제들을 실질적으로 다룰 수 있도록 여성청소년국을 신설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갈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며 "여경들이 전문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이같은 질적 성장이 앞으로 남은 과제"라고 덧붙였다.

 sky0322@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