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포지션, 이 익숙한 감미로움…'봄에게바라는것'

기사등록 2013/04/05 08:01:00 최종수정 2016/12/28 07:15:31
【서울=뉴시스】오제일 기자 = "바빠지고 싶어서 왔습니다."

 가수 더 포지션(39·임재욱)이 돌아왔다. "처음 프로듀싱한 앨범이에요. 나름대로 작은 심판이라고 생각해요. 좋은 점수가 나왔으면 좋겠습니다"고 바랐다.

 6년 만에 미니 앨범 '봄에게 바라는 것'을 내놓았다. "타이틀곡 '봄에게 바라는 것'은 사랑하는 여자에게 봄이 되면 돌아와 달라는 가사로 돼있어요. 가을과 겨울, 너를 기다리느라 힘들었다고, 이제 돌아오라고 호소하는 거죠. 만물이 소생하는 봄에 팬들과 뜨겁게 다시 만나고 싶은 열망을 빗댄 것이기도 해요."

 '리멤버' '후회없는 사랑'으로 사랑받았다. 특유의 감미로운 목소리는 쉽게 흉내낼 수 있는 것이 아니었지만, 1999년 수많은 남성들이 노래방에서 눈을 감고 '아이 러브 유'를 부르기도 했다.

 한국에서의 마지막 공연은 2007년 세종대 무대였다. 그날 가장 애착이 간다는 곡 '블루 데이'를 부르며 눈물을 흘렸지만, 그 눈물을 기억하는 이도 이제는 드물다. 6년 전 세종대 콘서트를 끝으로 일본으로 떠났다.

 야심 차게 준비한 일본활동에서는 부침을 겪었다. 현지 매니지먼트 문제로 콘서트 무대에 단 한 번도 오르지 못했다. 크고 작은 사기도 그를 힘들게 했다. "제가 그렇게 서보고 싶었던 부도칸, 도쿄돔 등에서 공연하는 우리나라 가수들을 볼 때, '나는 예전부터 준비했었는데 이게 뭔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일본에서 주변인으로 남는 건 아닌지 갈등을 많이 했어요."

 고민 끝에 돌아온 한국은 많이 변해 있었다. 10~12곡이 빼곡하게 채워져 나오던 '음반'은 '음원'으로 유통되고 있었다. 전주가 1분이라 무대에 서면 어찌할 줄 몰랐던 '아이 러브 유'를 추억하는 그에게는 '후크송'도 낯설었다. 그리고 함께 공연하러 다니며 친분을 쌓은 가수 싸이(36·박재상)도 달라져 있었다.

 "재상이와는 친했어요. 콘서트 때 제가 발라드를 불러서 분위기를 다운시켜 놓으면 재상이가 분위기를 띄웠어요. 지금은 범접할 수 있는 대상이 돼버렸지만…. 얼마 전에 자기 전화번호가 바뀌었다고 문자가 왔는데 '고맙다'고 이야기도 못 하겠더라고요. '천하의 싸이가 나까지 생각하네?' '내가 싸이의 번호를 아는 몇백명 중 한 명이네?'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제는 제가 성공해야지 만날 수 있는 친구가 됐네요. 하하하."

 물론, 그도 변했다. 다양한 경험으로 쌓아올린 나이는 절절한 노랫말을 이해할 수 있게 했다. "예전에 '후회 없는 사랑'을 부를 때는 '이 노래는 슬픈 노래야'라고 최면을 걸면서 노래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 가사가 이해가 가요. 중요한 변화에요."

 "제가 요즘 애들처럼 노래를 잘하지 못해요. 무대에서 사람을 압도할 만큼의 성량이 있는 것도 아니고요. 제 매력은 노래를 듣는 사람들이 추억에 빠질 수 있는 촉매제 역할을 해준다는 것 같아요. 노래 자체의 흡입력보다 추억을 이어주는 곁다리 역할이죠."

 6년 만에 불쑥 앨범을 내놓는 게 염치없다는 그는 앨범 작업에 더욱 신중했다. "앨범 곳곳에 의미가 있어요. 1999년 '아이 러브 유'를 녹음했던 스튜디오에서 녹음했거든요. 그때는 녹음실 인테리어가 채 갖춰지기도 전이어서 페인트 냄새에 취해 녹음했었는데 앨범이 잘 됐어요. 그때 제가 숙제처럼 노래를 했다면 이번에는 추억을 느끼고 싶었어요."  

 포지션은 2013년 5월15일, 2007년 '블루데이'를 부르며 눈물을 흘렸던 세종대 무대에 다시 오른다. 짐작컨대 그는 다시 울 것 같다. "오는 봄, 저는 내년 봄을 다시 바랍니다. 대중들에게 기억되고 대중들이 기대하는 가수가 되고 싶습니다."

 kafka@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