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년차 연기자 정영숙 "배우로 산다는 것은…"

기사등록 2013/04/03 10:58:59 최종수정 2016/12/28 07:14:50
【서울=뉴시스헬스/뉴시스】 꿈 많던 여대생 시절, 학교 공문으로 내려온 배우모집 공고. 주변 친구들의 권유를 계기로 아르바이트 삼아 시작한 연기 생활이 벌써 45년을 맞이한 낯익은 배우가 있다.

최근 KBS 2TV 드라마 '광고천재 이태백'에서 태백의 할머니로 출연한 탤런트 정영숙 씨(66)가 그 주인공이다.

2일 중견탤런트 정영숙 씨를 만나 45년 배우 인생, 그리고 브라운관 밖 일상사에 대해 자세히 들어봤다.

그가 처음 연기에 발을 내딛게 된 것은 숙명여대 재학시절 학교에 비치된 공채 탤런트를 모집 공고 때문이었다.

"당시 이화여대는 탤런트 시험을 보는 것을 학칙으로 금했었는데 우리 학교는 되더라구요. 과 친구 4명하고 같이 시험을 쳤지요. 친구들한테 등 떠밀려 얼떨결에 아르바이트 하는 셈치고 지원했지 뭡니까."

시험을 치른 5명 중 현재 연기자 생활을 하는 사람은 정영숙 씨 뿐 이란다.

"아, 그 중 한 친구는 그 해 미스코리아 진에 당선됐어요. 맞아요. 기억이 나네요."

이렇게 얼떨결에 여대시절 방송국 공채탤런트가 된 인연이 45년이 지난 지금까지 안방극장을 웃고 울리는 연기자의 삶을 이어오게 한 것이다.

처음에는 배우 생활이 적성에 맞지 않았다. 화장을 난생 처음 해 볼 정도로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모범생으로 살아왔기 때문이다.

맡게 된 첫 프로가 히트를 치니 건방지다는 괜한 소리를 듣기도 했다. 억울하기도 하고 좀처럼 적응되지 않는 분위기 때문에 연기를 그만 둘 요량으로 지금은 매우 가깝게 지내는 선배 연기자 사미자 씨와 심한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고.

그 후 정말로 그는 연기생활을 그만뒀다. 하지만 다시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때마침 MBC 개국과 함께 두 번째 기회가 찾아왔고 놓치지 않았다.

이후 해표 식용유, 오뚜기, 미원 등의 CF 모델로 활약하며 시청자들에게 각인됐고 수많은 작품 활동을 이어갔다.

최근에는 배우로서의 삶 이외에도 중앙일보 한민족복지재단의 북한어린이돕기 운동운영위원, 월드비전 홍보대사 등 사회봉사활동에도 열심이다.

평북 선천이 고향인 배우 정영숙은 95년도 '한민족복지재단'에서 북한 어린이를 돕는 일을 시작했다.

이나진, 평양, 평안남도 숙천 등지의 제약공장, 빵공장, 집단농장 등에 방문해 지원 활동을 해왔고 오랫동안 홍보 대사 역할을 도맡아 왔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그는 연기자로서 활동하는 것을 제외하고는 성경을 읽고 봉사활동을 다니느라 한가할 틈이 없다.

1992년부터 시작된 월드비전과의 인연도 중요한 인생의 한부분이다. 지난 해에는 가나와 파키스탄을 방문해 초등학교를 세우고 여자 교장 선생님들과 함께 어울리며 선교 활동을 했다.

"교과서도 없고, 교사 수도 부족해 여러 모로 열악한 상황이다"며 힘주어 이야기하는 그에게서 그간 브라운관에서 봐온 완고하고 깐깐한 이미지를 녹아내리게 하는 따뜻함이 느껴진다.

배우로서 걸어온 길에 대한 질문에 그는 "군인, 김정일 와이프, 또순이, 벙어리, 간질병 환자, 시각장애인, 전통적인 어머니, 술집 마담 등 온갖 종류의 캐릭터 맡아왔다"며 "배우라는 직업을 통해 여러 생을 살아온 것"이라고 답했다.

예순을 훌쩍 넘긴 나이에도 단아하고 지적인 이미지로 어딜 가든 존재감을 과시하는 그는 "늘 대외적으로 드러나는 직업을 가진 만큼 공인으로서의 본분과 공의를 지키고자 노력한다"며 소신을 드러냈다.

허은경기자 hek@newsishealt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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