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재가 데뷔 20년 됐다고?…불혹의 '신세계'

기사등록 2013/02/24 06:01:00 최종수정 2016/12/28 07:03:17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영화 ‘신세계’에서 잠입 경찰 이자성 역을 맡은 배우 이정재가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의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suncho21@newsis.com
【서울=뉴시스】박영주 기자 = 어느덧 데뷔 20년차다. 하지만 영화배우 이정재(40)는 1993년 드라마 '공룡선생' 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TV드라마와 영화를 오가며 연기욕심을 채우고 있다. 화려한 싱글이기도 하다. 큰 사건·사고를 일으키지 않은 채 잔잔하면서도 묵묵하게 맡은 몫을 다한다. 스무 살 때와 비교하면 잔주름과 중후한 멋이 늘었다.

 '신세계'(감독 박훈정)는 이정재의 장점이 더욱 돋보이는 영화다. 스마트한 외모, '수트발' 등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로만 표현하기에는 부족하다. '경찰'의 본분과 '조직'의 의리 사이에서 갈등하는 '이자성'이라는 캐릭터를 입어 성숙하면서도 복잡한 감정연기를 훌륭히 해냈다. "이정재는 나이를 참 잘 먹고 있는 배우"라는 공연배우 최민식(51)의 말에 수긍하게 된다.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영화 ‘신세계’에서 잠입 경찰 이자성 역을 맡은 배우 이정재가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의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suncho21@newsis.com
 '이자성'은 신입 경찰관 시절 '강 과장'(최민식)에게 스카우트돼 최대 범죄조직 '골드문'에 잠입, '정청'(황정민)의 오른팔 노릇을 하는 인물이다. 같은 경찰관임에도 자신을 믿지는 강 과장, 의리로 아껴주는 정청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한다.

 "얘(이자성)도 굉장히 스트레스가 많을 거예요. 예민해질 수밖에 없죠. 자신의 선택과 무관하게 일은 진행되고 또 해내야 하는 압박감이 있잖아요. 옴짝달싹 할 수 없는 인물이라 안타깝기도 하고…. 이 친구도 불쌍하고 안 됐다는 것을 전달하고 싶었죠. 어떻게 보면 거대한 조직 사이에 낀 피해자잖아요."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영화 ‘신세계’에서 잠입 경찰 이자성 역을 맡은 배우 이정재가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의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suncho21@newsis.com
 이정재는 "이자성이 현대를 사는 사람들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요즘을 사는 사람들 중 원하지 않는 일을 열심히 해야 하는 경우를 종종 경험한다. '어쩌다가 여기까지 떠밀려 왔을까'라고 느끼기도 한다. 원하지 않은 직장이지만 생활 때문에 들어가야 하는 것도 이자성과 같은 '갈등'이다. 이 영화를 보면서 꼭 사회성은 생각할 필요가 없지만 은연 중에 잘 비쳐진 것 같다"며 만족해했다.

 이 작품을 선택하기까지 '선택의 갈등'을 겪었다. 최민식이 "같이 연기를 하고 싶다. 한 번 읽어봐라"며 '신세계' 시나리오를 건네준 날 이정재는 구두로 출연을 약속한 드라마 계약서에 도장을 찍을 예정이었다. 다행히 드라마 편성이 뒤로 밀리며 자연스레 영화에 출연할 수 있었다.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영화 ‘신세계’에서 잠입 경찰 이자성 역을 맡은 배우 이정재가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의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suncho21@newsis.com
 "보통은 배우가 직접 전화를 안 하죠. 만약 거절하게 되면 저도, 선배님도 모양새가 안 좋아지잖아요. 또 직접 연락이 오면 직접 답을 내야 하니 난감할 때가 있죠. 하지만 민식 선배님의 전화는 기분이 좋았어요. 대한민국 최고로 인정받는 배우가 저에게 같이 작품을 하자고 하니 우쭐해지는 기분까지 들었죠. 또 최민식, 황정민이라는 배우와 함께 연기할 수 있는 기회는 절대 쉽게 오지 않아요. 놓칠 수가 없었죠."

 "시나리오보다 두 배우와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가장 컸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특히 민식이 형님이 출연한 영화는 하나도 빼놓지 않고 다 봤다. 몇 번씩 다시 보게 되는 영화도 있다. 늘 같이 연기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또 기회가 왔을 때 꼭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즐거워했다.

【서울=뉴시스】조성봉 기자 = 영화 ‘신세계’에서 잠입 경찰 이자성 역을 맡은 배우 이정재가 1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뉴시스와의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suncho21@newsis.com
 호흡도 잘 맞았다. "이제껏 출연한 작품 중 이렇게 잘 맞았던 적이 있나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할 정도다. "별 얘기 없이 척척 진행됐어요. 리허설이 없었는데도 상대방이 어떻게 할지를 잘 관찰하고 행동하게 됐죠. 무언의 약속이 있었던 것처럼요. 상대방이 신경 쓰이지 않다 보니 '이자성'의 캐릭터와 감정에만 집중할 수 있었어요. 다들 오래 연기한 분들이라 탐색할 시간은 필요 없었죠." 최민식, 황정민(43)과의 작업은 '신세계' 같이 느껴졌다.

 흥행 욕심도 따르게 마련이다. "영화가 많은 분들에게 좋은 영화로 기억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이 영화는 남자 연기자로서 불혹이 된 후 처음 찍은 영화다. 앞으로 새롭게 일을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 영화 자체가 나에게는 '신세계'같은 영화였다"고 수용했다.

 이정재는 "정말 오랫동안 연기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다. "오래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건강하다는 뜻이자 대중과 멀지 않다는 것이다. 대중이 싫어하면 오래할 수 없다. 나이를 먹어서 자기 직업이 있다는 건 '존재적 가치'가 있다는 뜻이다. 현대인들이 나이를 먹으면서 나의 가치를 잃어버리는 수가 많다. 특별하게 어떤 캐릭터를 맡기보다는 오래 하고 싶다"는 것이다.

 "이순재 선생님이 롤 모델이에요. 근엄한 분이 시트콤에서 '야동 순재' 캐릭터를 재미있게 표현하셔서 주목을 받았잖아요. 너무 부러워요. 그러다가도 역사극에서는 또 카리스마 있는 모습을 보이고. 그럴 수 있는 이유는 체력과 열정이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자기 일을 사랑하는 모습이 매우 멋있는 것 같습니다."

 gogogirl@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