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한? 교활 제국주의자? '야나기 무네요시와 한국'

기사등록 2013/01/14 07:21:00 최종수정 2016/12/28 06:51:36
【서울=뉴시스】오제일 기자 = 1919년 3·1운동 이후 동아일보에는 '조선인을 생각한다', '조선의 친구에게 보내는 글'이라는 제목의 일본인 기고가 실렸다. 일제의 무력 진압을 비판하는 내용이다.

 글의 주인공은 야나기 무네요시(1889~1961)다. 그는 한국 공예품과 만난 것을 계기로 '민예(민중적 공예)'라는 새로운 개념을 만들었다. 조선의 막사발 등을 두고 '무(無) 기교의 기교', '비(非) 개성의 개성'이라고 찬양하는 등 대표적인 친한파로 손꼽힌다.

 특히, 총독부가 광화문을 철거하려고 했을 때 이를 반대하는 글을 발표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이를 계기로 1984년 대한민국 보관문화훈장을 수훈하기도 했다. 일제 식민지 시대, 조선을 '아끼고 사랑한' 사람이 있다는 것은 의외다.

 시인 최하림(1939~2010)은 1974년 발표한 '야나기 무네요시의 한국미술관에 대하여'라는 글을 통해 야나기가 조선의 미를 '선의 미', '비애의 미'라고 한 것을 비판하고 나섰다. "야나기는 애정은 있었지만 그 애정을 올바르게 활용한 사상은 없었다"는 것이다.

 '조선을 사랑한 일본인'인가, '양의 탈을 쓴 일본 제국주의의 숨겨진 조력자'인가. 그가 가진 양면성 때문에 최하림의 글 이후 그에 대한 평가는 연구자에 따라, 또 시대 상황과 일본과의 관계에 따라 수시로 달라졌다.

 야나기의 조선 '민예미' 찬양은 사실은 자국인 '일본의 미'를 드높이기 위한 것이었다는 주장이다. 그가 결정한 각 나라의 예술요소인 '중국=힘=형태', '일본=즐거움=색', '조선=슬픔=선'이라는 도식은 일본인의 일방적인 역사해설에 의해 생산된 것이며 일본 제국주의 언설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반박이다.

 '야나기 무네요시와 한국'은 야나기에 대한 단편적인 평가를 지양한다. 야나기 개인에 대한 연구만이 아니라, 조선·조선사람·조선예술계의 관계, 야나기와 다른 일본 지식인·예술가와의 관계를 연구, 비교했다. 364쪽, 2만7000원, 소명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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