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뉴시스】구용희 기자 = 광주 일선 경찰서의 개인정보 및 보안관리 의식에 구멍이 뚫렸다.
경찰서에 제출된 민원인의 주민번호가 담긴 고소장, 조서, 통장 사본 등이 쓰레기분리수거장에 나뒹구는가 하면 경찰 내부에서 보안을 요구하는 수준의 문서가 방치되는 등 각종 문서의 관리실태가 허술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광주경찰청에 따르면 경찰 내부 문서 및 수사상 필요한 서류는 법에서 정해진 기간에 따라 보존편철하거나 불필요시 각 사무실에 비치된 파쇄기를 이용, 처리해야 한다.
하지만 일부 경찰서에서는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었다.
실제 광주 서부경찰서와 북부경찰서 쓰레기분리수거장을 확인한 결과, 각종 문서가 원본 또는 일부 찢어진 채 아무런 조치없이 방치되고 있었다.
먼저 서부경찰서에서는 수사 절차 상 민원인으로부터 제출됐던 것으로 보이는 모 건설회사의 계좌번호가 담긴 통장사본이 발견됐다.
특히 2회차 피의자 신문조서 일부와 내부 보고용으로 쓰이는 수사민원 서류가 쓰레기봉투에 담겨 있었다.
수사민원 서류에는 민원의 형태(진정 또는 고소)와 민원인의 성명과 간략한 주소, 피민원인의 성명, 민원요지(예를 들어 언제 어디서 얼마를 빌린 뒤 갚지 않음 등)가 기록돼 있었다.
아울러 사기사건에 관한 조사계획서, 휴대전화번호와 주민번호 뒷자리까지 담긴 교통사고 발생 상황 진술서는 물론 업무분담 및 근무현황, 특정 유치인 사식에 관한 기록, 검찰이 특정 과장에게 보낸 등기우편 등이 함께 발견됐다.
이 같은 사정은 북부경찰서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고소인의 성명과 주민번호, 주소, 연락처, 고소내용은 물론 피고소인의 인적사항이 모두 기록된 고소장 및 진정서 3장이 여타 쓰레기와 함께 놓여져 있었다.
또 음주운전과 관련된 피의자 인적사항이 기록된 신문조서, 경찰서 차량 유류 사용 현황, 민원접수 처리 현황서, 광주지방검찰청의 사무실 전화와 직제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는 검사실 배치표도 3장이나 검정색 쓰레기봉투(경찰서에서 사용하는 1차 수거용 봉투)에서 발견됐다.
이 밖에도 지난 8월 특정부서의 업무처리 실적 현황이 담긴 문서, 내부 보고용 문서 등 보안을 요구하는 수준의 기록물도 쉽게 찾아 볼 수 있었다.
수거장에서 발견된 A4 용지들은 여타 쓰레기와 함께 별로 분리된 종이류들로 청소차에 의해 수거돼 소각되기도 하지만 고물상 등에 팔아넘겨지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날 모 경찰서를 찾은 한 민원인은 관련 소식에 대해 "무심코 버린 문서 한 장으로 인해 특정인의 범죄사실 등이 외부로 유출될 가능성도 있는 것 아니냐"며 "수사기관의 기록물은 여타 기관보다 더욱더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의견"이라고 말했다.
노출된 개인정보 및 내부 상황이 자칫 잘못된 용처에 사용돼 제2의 범죄를 불러올 수도 있는 만큼 경찰행정사무 전반에 있어 철저하고도 체계적인 교육 및 관리 시스템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persevere9@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