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이 천군만마를 얻었다. 이윤구 박사가 한겨레아리랑연합회 이사장으로 바삐 뛰고 있다.
인제대 총장, 대한적십사자 총재, 인간성회복운동추진협의회 총재, 한국대학사회봉사협의회장, 월드비전 회장, 공명선거실천시민운동협의회 공동대표, 한국시민단체협의회 공동대표, 서울평화센터 이사장 등을 지낸 원로다.
‘생명존중’으로 요약 가능한 삶의 주인공인 이 이사장이 공(公) 생활을 정리한다는 각오로 붙든 것이 아리랑이다. 정치와 경제가 사분오열한 국민성을 근본적으로 치유하는 수단으로 아리랑을 지목했다. 아리랑의 3대 정신인 저항·대동·상생이 사회의 모든 골을 메울 수 있다고 믿는다.
이 이사장은 아리랑에서 간디를 읽는다. 이미 아리랑에는 간디의 아힘사(비폭력)와 사탸그라하(진리의 획득)가 녹아 흐르고 있다고 짚는다. 민중의 몸부림인 아리랑으로 살벌한 이념을 죽이고, 인간은 살리고자 한다. 이런저런 국민통합운동류는 아리랑 만으로도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여기에 함석헌의 씨알, 즉민중 사상도 접목한다. 생전 함석헌은 ‘성경은 이윤구가 내게서 배우고, 이윤구는 나에게 평화주의를 가르쳤다’고 공언했다.
아직은 내셔널리즘이지만 이 이사장의 목표는 글로벌리즘이다. 아리랑을 한국과 한국인에게만 묶어둘 뜻은 없다. 170개국 이상에 한인 700만명이 있다. 70억 인류에게 아리랑을 전하는 스카우트로 이들을 활용한다는 청사진이다. 어느 말을 쓰든 아리랑은 몇 번 만 들으면 따라부를 수 있다. 유행 K팝의 ‘중독성 있는 후렴구’의 원조가 아리랑인 셈이다.
이 이사장은 “중국에서 매를 맞았다” “봉변”이라는 표현으로 지난해 중국이 지린성 옌길 조선족의 아리랑을 국가급 비물질 문화유산에 올린 사실을 수치스러워한다. 중국의 최고위층을 만나 타이르고, 또 북의 지도자들을 설득해 남과 북이 함께 아리랑을 UNESCO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강조한다. 한국 단독으로 UNESCO의 문을 두드리면 안 된다고 못박는다.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 열쇠가 바로 아리랑이라고 제시한다.
타당한 듯하다. 대한민국과 이북은 아리랑으로 교집합을 이룬다. 민족을 대표하는 노래로 공히 아리랑을 첫손 꼽는다. (한겨레아리랑연합회 김연갑 상임이사, 신나라레코드 김기순 회장 등 아리랑 메신저들은 이 이사장과 북·중 거물들 간 친분을 귀띔한다. 흥사단 민족통일운동 공동대표, 범종단 북한수재민돕기운동 추진위원장,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 공동대표라는 이 이사장의 이력이 암시하는 바이기도 하다)
이 이사장에게 나라 차원의 아리랑 알리기는 바람직하지 않다. 마틴 루터 킹식 대중운동이 정도라는 것이다. “UN에 있어봐서 아는데(UN아동영양특별위원회 사무국장), UN은 정부보다 민간을 더 좋아한다.” 여야, 남북, 그리고 국제 역학관계에서 자유로운 실천가인 이 이사장의 행보를 주목해야하는 이유다.
이 이사장은 10월1일 ‘아리랑의 날’ 제정을 추진 중이다. 1926년 10월1일 단성사에서 개봉한 나운규의 영화 ‘아리랑’에 맞췄다. 하필이면 국군의날과 겹친다. 평화와 통일의 아리랑을 국방도 이해하려니, 양해를 구한다.
“아리랑은 고유명사가 아니라 동사”라고 전제하는 이 이사장이 외친다. “우리 모두는 아리랑을 통해 남과 북은 물론 한겨레가 공동체를 이뤄야 하는 역사적인 과제를 안고 있다. 절망과 비탄의 노래가 아니라 아리랑 합창으로 8000만 한민족, 나아가 70억 온 지구촌이 하나 돼 희망과 환희의 노래, 포용과 극복과 전진의 노래, 화합과 상생과 평화의 노래로 승화시켜 인간을 존앙(尊仰)하는 혼(魂)의 노래 아리랑이 되게 하자.”
이어 “영화 ‘아리랑’ 탄생 100주년이 되는 2026년에는 8000만 한민족이 아리랑으로 세상을 하나로 만드는 새 역사를 쓸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이 이사장은 1929년생이다. 14년 후면 97세다. 이 이사장은 경북 포항 한동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석좌교수이건만 청년 조교수처럼 풀 타임을 강의하는 총명과 정력이다. 장밋빛 가까운 미래 전망에 귀를 기울이게 만드는 열정과 사명감, 아직 노쇠하지 않았다.
문화부장 reap@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