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배우 오소연(27)은 다혈질이지만 항상 긍정적인, 조금은 엉뚱하나 당차기도 한 강태영의 면면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강태영은 보여드릴 게 많은 캐릭터에요. 드라마적인 것은 물론 멜로디, 코미디 등 다양한 장르가 녹아 있지요. 캐주얼하면서도 우아한 면도 있고…. 매 장면에 보다 변화하는 모습이 있어서 욕심이 났어요."
2004년 시청률 50%를 넘긴 박신양(44)·김정은(36)·이동건(32) 주연의 동명 드라마가 바탕인 뮤지컬 '파리의 연인'은 상반기 기대작 중 하나다. 지난해 말 쇼케이스를 통해 첫선을 보인 이래 '잘 빠졌다'는 입소문을 탔다. 그러나 드라마의 인상이 워낙 강한 탓에 뮤지컬배우들은 '잘해야 본전'이라는 것이 상식이다.
"드라마를 다시 보지는 않았어요. 대본만 텍스트로 삼고 캐릭터를 연구했어요. 왈가닥이고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의 캔디 같은 느낌이 저랑 비슷하더라고요. 그저 캐릭터 강태영으로만 들어가려고 했지요."
오소연은 뮤지컬·연극, 드라마·영화를 보면서는 캐릭터 연구를 못 한다. 관객이나 시청자 입장에서 작품 에 빠져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상에서 캐릭터를 뽑아낸다는 오소연은 "이번 캐릭터가 평소 나와 비슷해서 내 안에서 만들어내려고 했다"고 털어놓았다.
뮤지컬계에서 이미 자리를 굳힌 방진의(32)와 강태영을 나눠 맡는다. "많이 배우고 있어요. 언니는 작품 해석을 깊게 하거든요, 연기도 깔끔하고요." 반면 "저는 어디로 튈 지 모른다는 점이 차별점이라면 차별점이죠"라며 웃었다.
열 두 살 때 뮤지컬 '레 미제라블'에서 어린 '코제트' 역을 맡아 처음 무대에 섰고, 그 느낌을 간직한 오소연은 스물한 살 때인 2005년 뮤지컬 '찰리 브라운'으로 데뷔했다. 뮤지컬 '스트릿 라이프' '넥스트 투 노멀' 등에 출연한 지난해에 급부상, 2012년 주목해야 할 배우로 지명됐다.
오소연은 그러나 "아직도 무대에 오를 때마다 반성하는 걸요. 그냥 평소 하던대로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에요. 다만 이전보다 여러 작품에서 제의가 들어오다 보니 연기할 수 있는 캐릭터 폭이 넓어졌다는 건 기쁨입니다"며 자기 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다.
'스트릿 라이프' '넥스트 투 노멀' '파리의 연인'까지 쉬지 않고 질주한 오소연은 지치기는커녕 행복하다며 웃을 뿐이다. "뮤지컬을 위해 노력할 때 살아있다는 걸 느낀다"는 것이다. "무대에 오를 때보다 연습실에서 대본과 씨름하는 게 더 좋아요. 무대 위에서 1주일만 똑같이 연기하면 매너리즘에 빠지거든요. 연기가 몸에 붙는다는 느낌이 들면 아무런 감흥이 없는 거죠. 그래서 매일 캐릭터를 환기시키려고 노력해요. 그러면서 희열을 찾고…. 체력적으로 부담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서 계속 뮤지컬에 출연하는 것 같아요."
공연제작사 CJ E&M과 뮤지컬해븐, 제이콘컴퍼니가 공동제작하는 '파리의 연인'은 4월5일부터 5월30일까지 서울 신도림동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한다. 뮤지컬배우 이지훈(33)과 정상윤(31), 그룹 'OPPA' 출신 뮤지컬배우 런(30·송원근)과 신예 장우수(28) 등이 출연한다.
아르헨티나에서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일본에서 뮤지컬 '나인'을 연출하는 등 세계를 무대로 활약 중인 연출가 겸 안무가 구스타보 자작이 '지붕 위의 바이올린'에 이어 두 번째로 한국 뮤지컬을 진두지휘한다. 브로드웨이에서 활동 중인 조명 디자이너 제피 와이드먼과 한국인 작곡가 조이 선, 영화 '스파이더맨3'의 미술에 참여하며 주목 받은 무대 디자이너 김희수씨 등 내로라하는 스태프들이 힘을 보탠다.
극의 사연이 강태영의 시나리오였다는 결말의 드라마와 달리 뮤지컬에서는 한기주와 강태영의 사랑이 성사된다. 드라마 20회 분량을 2시간20분으로 압축했으나 "애기야, 가자!" "이 안에 너 있다" 등의 유행어가 된 대사는 그대로 살렸다. 일본 제작사와 수출 계약을 맺고 9월 도쿄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4만~11만원. 1577-3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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