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자물쇠로 서약도 좋지만…' 남산 등에 버려지는 열쇠 환경문제 '골치'

기사등록 2012/02/07 05:00:00 최종수정 2016/12/28 00:11:08
【서울=뉴시스】홍세희 기자 = 외국인이 선정한 '서울의 가장 매력적인 장소'로 꼽힌 남산 N서울타워의 야외 전망대 난간에 채워진 '사랑의 자물쇠'(속칭)가 골칫거리로 등장하고 있다.

 오랜 시간이 흘러 녹슬어 버린 자물쇠와 연인들이 산에 버린 열쇠들로 인해 남산의 자연환경이 오염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용산구 남산 N서울타워 야외 전망대 난간에는 '군대에 간 남자친구와의 사랑이 변치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자물쇠', '갓 사랑을 시작한 연인들의 행복함이 묻어나는 자물쇠', '할머니의 건강을 기원한 자물쇠' 등 수많은 사연이 담긴 자물쇠로 가득차 있었다.

 야외 전망대 입구에는 '예로부터 오래된 사랑이 있던 자리라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오는 장소', '많은 커플들이 이곳을 찾아 사랑의 징표로 자물쇠를 거는 로맨틱한 장소'라고 소개돼 있었다.

 남산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은 야외 전망대를 장식하고 있는 자물쇠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멀리서 본 야외 전망대 난간은 N서울타워를 대표하는 장소로서 손색이 없어 보였다.

 그러나 가까이 가보니 상황은 달랐다. 각양각색의 자물쇠 사이에는 녹이 슬어 검은 빛을 띠고 있는 자물쇠들이 많았다. 손으로 만지자 자물쇠의 녹이 묻어 나왔다.

 하트 모양의 고무 재질 메모장은 누렇게 바랬거나 검게 변해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녹슨 자물쇠와 검게 변한 메모장은 흉물스런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그것만이 아니었다. 한강이 바라보이는 쪽 야외전망대 아래에는 자물쇠를 잠그고 버려진 것으로 보이는 열쇠들이 떨어져 있었다. 야외 전망대 주변 숲에서도 버려진 열쇠들을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N서울타워에서 자물쇠 판매 및 관리를 맡고 있는 C업체의 한 직원은 "열쇠가 아무렇게나 버려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체통 모양의 열쇠수거함 4개를 설치했었다"며 "열쇠보다는 각종 쓰레기가 많이 버려져 1년 전 쯤 철거했다"고 말했다.

 아름다운 남산에 자물쇠의 열쇠가 그냥 버려지고 녹물이 흘러내려 환경오염 문제에 대한 지적 꾸준히 이어지고 있지만 새해에 찾은 남산 전망대는 별반 달라진 것이 없어 보였다.

 사랑에 대한 맹세도 좋지만 환경오염 문제에 대해 업체의 관리가 소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등산을 하다 잠시 N서울타워 야외 전망대를 찾은 이선문(34)씨는 "자물쇠에 서로의 사랑을 새겨 거는 것은 괜찮은 문화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아무렇게나 버려진 열쇠들은 매우 지저분하게 보인다"며 "누군가는 이것을 치워야 하는데 관리가 잘 안 되는 것 같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N서울타워에서 여자친구와 함께 데이트를 하고 있던 대학생 이현우(25)씨는 "사람들이 열쇠를 아무렇게나 버리고 가는 것은 잘못됐다고 생각한다"며 "저렇게 버려진 열쇠가 오랫동안 방치되다가 녹이 슬면 환경에도 좋지 않을 것 같다"고 걱정스레 말했다.

 이에 대해 C업체 관계자는 "2009년부터 열쇠의 투척을 예방하고자 2개소의 열쇠수거함을 설치했으나 지난 2010년 말 철거했다"며 "고객의 이용률이 너무 저조하고 수거함 자체의 훼손 빈도가 높아 철거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직원이 평일 매시간 고객에게 열쇠를 던지는 행위에 대한 안전사고 위험을 고지하고 있다"며 "하부시설에 떨어진 자물쇠 및 열쇠는 정기적으로 인원을 편성해 직접 수거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남산공원을 관리하는 서울시 중부공원녹지사업소 공원운영과 관계자는 "언덕에 버려진 열쇠는 위탁 운영 업체인 C업체에서 분기별로 치우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우리 사업소는 위탁 업체에 '사랑의 트리나무' 설치를 권고했다"고 말했다.

 이어 "투기되는 열쇠 처리 방안에 대해 업체 측과 별다른 협의가 없는 상태"라며 "향후 내부 논의를 거쳐 업체 측과 해결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했다.

 사랑의 자물쇠가 큰 인기를 끌자 대구 수성유원지, 서울 상암동 하늘공원, 부산 용두산 공원, 제주 용연구름다리 등에도 사랑의 자물쇠가 등장했다.

 그러나 다른 곳에서도 환경 오염 문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었다.

 제주 용연구름다리 양측 와이어에는 연인들이 임의로 설치한 사랑의 자물쇠가 많이 있었다. 그러나 자물쇠가 염분에 의해 녹이 번져 교량 와이어의 안전에 위협 요소가 되고 미관이 저해된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또 연인들이 용연 속으로 열쇠를 던져 환경오염 문제도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이에 제주시는 자물쇠를 철거하고 대신 용연구름다리 서측 입구에 '사랑의 서약 자물쇠 설치대'를 세웠다.

 제주시 관계자는 "자물쇠가 녹이 슬면 미관상 좋지 않고 녹물이 바다로 바로 떨어져 환경오염 문제가 있었다"며 "사랑의 서약 트리를 만들어 떨어진 녹물은 배수시설로 향하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이어 "관광객들이 열쇠를 바다에 버리지 못하게 우편함 모양의 열쇠수거함을 만들었다"며 "'사랑의 열쇠함'이란 이름을 붙여놨더니 관광객들의 호응이 높다"고 설명했다.

 또 "자물쇠의 95% 정도는 입구에 설치된 트리에 걸리지만 아직도 구름다리에 걸리기도 한다"며 "그런 자물쇠는 수시로 점검해 끊어 놓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녹슨 자물쇠와 버려진 열쇠는 환경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서울환경연합 생태도시팀 최준호씨 "열쇠 같은 중금속 물질이 야산에 버려지고 쌓이면 토양의 산성화가 가속화 될 우려가 있다"며 "식생이 변할 우려도 커진다"고 말했다.

 이어 "많지는 않지만 남산에 사는 야생동물들의 피해도 걱정"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사랑의 자물쇠'를 하나의 명소로 유지하면서도 환경 오염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최씨는 "'사랑의 자물쇠'에 사랑을 맹세한 연인들은 영원한 사랑을 바라는 마음으로 열쇠를 던진다"며 "문화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이어 "'사랑의 열쇠 보관함' 같은 것을 만들어 열쇠를 모아 타임캡슐에 저장하면 또 하나의 새로운 문화를 만들 수 있다"며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형성한 '사랑의 열쇠'라는 문화를 남산타워 이야기로 승화시키면 버려지는 열쇠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도 해결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hong1987@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