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세영 교수 성학, 성병 그것을 알려주마

기사등록 2011/10/16 07:34:00 최종수정 2016/12/27 22:53:42
【서울=뉴시스】안세영 교수(경희대 한의대 신계내과학) '성학'<61>

 매독(梅毒: syphilis)은 심장 혈관계와 신경조직을 침범해서 인체에 치명적 손상을 입히는 천형(天刑)의 병이다. 혹자는 ‘씨펄러스’라는 이름 자체에서부터 풍기는 뉘앙스가 성병을 암시한다는데 이 ‘syphilis’라는 말은 프라카스토리우스(Fracastorius)의 시에 나오는 병에 걸린 양치기 소년 이름 ‘Syphilus’에서 유래한 것이다.

 매독이 굉장히 무서운 병임에는 틀림없지만 요즘은 조기진단에 도움을 주는 혈청검사도 개발됐고 치료약제 또한 우수해서 조기에만 발견하면 완치까지도 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항생제를 쉽게 구입할 뿐 아니라 과용, 남용하는 경향이 많아서 전형적인 매독 증상을 보이는 환자는 줄어든 대신 증상이 없는 잠복매독환자는 늘었다고 한다.

 매독은 선천성 또는 후천성으로 트레포네마 팔리디움(Treponema pallidium)이라는 세균에 의해 감염되는 전염병이다. 후천성 매독은 90%이상이 성교를 통해 감염되지만 드물게는 키스, 수혈 등으로도 감염되며, 선천성 매독은 어머니가 매독환자일 때 태반을 통해 태아에게 전염됨으로써 발생한다. 후천성 매독은 조기매독과 만기매독으로 구분하는데 조기매독은 다시 제1기 매독, 제2기 매독, 조기잠복 매독으로 나뉘고, 만기매독은 다시 만기잠복 매독, 제3기 매독으로 나뉜다.

 제1기 매독은 성관계 후 평균 3주의 잠복기를 거쳐 통증 없이 단단한 궤양성 구진(丘疹)이 주로 외성기에 나타난다. 이 궤양의 가장자리가 단단하므로 경성하감(硬性下疳)이라고도 한다. 이 때 매독혈청검사는 음성으로 나타날 수 있는데, 치료하지 않아도 2~6주 이내에 자연 소실되므로 모르고 넘어가기 쉽다.

 제2기 매독은 경성하감의 발생 6~8주 후, 매독에 감염된 지 6개월 이내에 주로 피부발진의 형태로 나타난다. 이 시기에는 머리에 좀이 먹은 형태의 불규칙한 탈모증이 특징적인 증상이며, 매독혈청검사는 항상 양성반응을 보인다. 2기 매독의 발진은 남성은 1~2개월, 여성은 3~5개월 후에 자연히 없어진다.  

 잠복매독은 매독 증상이 없어진 후 다시 증상이 나타날 때까지의 무증상기를 말한다. 감염 후 2년까지를 조기, 2년 이상인 경우를 만기잠복매독으로 구분한다. 그런데 매독에 걸리는 것도 ‘팔자소관’인지 치료하지 않고 방치해도 3분의1은 자연히 낫고, 평생 무증상의 잠복매독으로 경과한다. 나머지 3분의1만이 감염된 지 3~12년 후에 제3기 매독으로 발전해서 심장혈관과 신경계에 치명적인 손상을 일으킨다고 한다.

 한편 제1기 매독인 경성하감과 헷갈리는 성병으로 연성하감(軟性下疳: chancroid)이라는 고전적 성병이 있다. 이 연성하감은 ‘헤모필루스 듀크레이(Hemophilus Ducrey)’라는 세균에 의해 감염되는 전염성이 강한 성병이다. 이 질환은 성관계 후 보통 3~4일, 때로는 24시간 이내에 음경표피나 피부 등에 구진이 나타났다가 피부가 헐면서 한 개 또는 여러 개의 궤양이 생긴다. 이때의 궤양이 통증을 동반하고 흔히 화농성 분비물이 있으면서 유연하므로 연성하감이라 부른다.

 그래서 궤양이 통증을 수반하지도 않고 언저리가 깨끗하며, 가장자리가 단단한 경성하감 즉 매독과는 쉽게 구별된다. 환자의 50%에서는 발열, 전신피로, 두통 등이 나타난다.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궤양은 점점 커져 2~3주 이내에 사타구니의 임파선이 붓고 때로는 고름까지 터져 나오면서 통증이 발생한다. 청결이 매우 중요하므로 감염된 부위는 연한 비눗물로 주기적으로 세척하도록 권유되며, 일반적인 항생제로 10여일 치료하면 쉽게 치유된다고 한다.

 이상의 임질, 매독, 연성하감과 함께 성병성 림프육아종(性病性淋巴肉芽腫: lymphogranuloma venereum)과 서혜육아종(鼠蹊肉芽腫: granuloma inguinale)이 고전적인 5대 성병이다. 나머지 두 가지는 매우 드물기에 생략하고, 음부포진, 사면발이, 성기사마귀, AIDS 등을 간략히 살펴보자.

 음부포진(陰部疱疹: genital herpes)도 2000년 이상의 역사와 전통(?)을 가진 성병이다.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입술이나 성기 점막에 물집이 생기는 것이 특징이다. 간혹 피곤에 지쳐 입술 주위에 작은 물집만 생겨도 농담조로 헤르페스 걸렸느냐는 질문을 받게 되는데, 이는 기어 다니듯 퍼지는 수포성 피부병변의 모든 현상을 지칭할 때 이 헤르페스라는 용어가 통용되기 때문이다.

 임상에서는 원인균에 따라 제1형과 제2형으로 구분하는데, 배꼽 이상(위쪽), 특히 입술이나 얼굴에 수포가 발생하는 탓에 ‘입술 헤르페스’라고도 불리는 제1형은 매우 드물고, 문제가 되는 것은 대부분 제2형이다. 제2형 헤르페스는 배꼽 이하(아래쪽) 부위, 특히 성기 부위에 많이 발생하므로 음부 헤르페스라고도 하며 대부분 성교를 통해 전염된다.

 초기증상은 감염된 지 2~20일 후에 나타나는데 감염부위가 붉게 변해 가렵고 화끈대며, 하나 혹은 여러 개의 물집이 생겨 터지면 궤양을 형성하기도 해서 연성하감이나 매독과의 감별이 필요하다. 환자는 감염부위의 찌르는 듯한 통증과 함께 두통, 발열, 근육통, 관절통, 전신쇠약 등의 전신증상을 호소한다. 1년에 평균 4~7회 정도 재발한다. 모든 병이 다 그렇지만 이 음부포진이 환자에게 주는 고통은 무척 심해서 미국의 조사 연구팀에 의하면 환자의 40%는 정서적 불안으로 자신감을 상실하고, 10%는 성생활을 중단하기에 이르며, 20% 정도는 이혼까지 불사한다고 전해진다.

 바이러스 질환이라는 특성 때문에 치료는 주로 대증요법에 의존할 수밖에 없으며, 성기의 환부를 소금물로 좌욕해서 환부의 화농과 바이러스균을 제거하는 게 이롭다. 또한 일반적인 항생제 연고나 크림 종류는 오히려 병을 오래 끌고 새로운 병소를 일으키므로 사용하지 않는 게 좋다.

 한편 엄밀히 말하면 성기에서 서식하는 기생충이기에 기생충질환에 속할 것 같은데 주로 성교에 의해 전파된다는 이유로 성인병(性因病)으로 분류되는 사면발이도 무시 못할 성병이다. 머리와 몸의 이(蝨)는 거의 사라졌음에도 인체의 음부에 보금자리를 꾸미는 사면발이는 여전히 그 기세가 끊이지 않는데, 간혹 침구나 변기에 의해서도 전염되지만 역시 대부분은 성교라는 전염경로를 밟는다.

 사면발이는 길이 0.8~1.2㎜ 정도의 매우 작고 투명한 벌레이므로 육안으로 식별하기 매우 어려워 잡아내기가 쉽지 않다. 그들이 까놓은 알[卵] 또한 음모(陰毛)에 찰싹 달라붙어서 목욕을 하더라도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왕성한 번식력을 자랑한다. 음모를 생명줄(?)로 여기며 살아가는 사면발이는 인체의 피를 하루 두 번 이상 빨아야 생명을 유지하는데, 흡혈 시 독성의 액을 분비하므로 피부염을 일으키곤 한다.

 이 1차적인 피부염은 대개 심한 가려움증을 수반하는 탓에 환자는 자꾸 긁기 마련이고, 이렇게 되면 2차적인 피부병변까지 연이어 발생한다. 박멸하기 위해서는 전염부위와 주변의 음모 근처에 살충제 연고를 발라야 하니, 까놓은 알까지 박멸하기 위해선 제초제(除草劑)까지 써야 할지 모르겠다.

 간혹 성기나 항문에 사마귀[疣우]가 생기는 성병도 있다. 의학적으로는 성병성 사마귀, 혹은 첨규(尖圭) 콘딜롬(condyloma acuminatum)이라 일컫는데, 흔히들 ‘곤지름’이라고 한다. 짐작했겠지만 곤지름은 콘딜롬(condyloma)에 대한 일본식 발음이며 콘딜롬은 복싱중계 시 많이 듣는 ‘너클(knuckle)’이라는 뜻이다. 사마귀의 형태가 주먹을 쥐었을 때 솟아 나오는 손가락 관절의 마디처럼 둥글고 오동통하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일 것이다. 대개의 환자들은 성기에 사마귀가 생기면 손이나 발에 난 보통의 사마귀와 동일하게 생각해서 그대로 방치하거나 손톱으로 뜯으려다가 일정 크기 이상으로 커지고 난 뒤에야 병원을 찾는다.

 그러나 성기에 생기는 사마귀는 대부분이 첨규 콘딜롬으로 휴먼파필로마 바이러스(humanpapilloma virus)라 불리는 바이러스 감염에 의해 발생한다. 주로 성관계를 통해 전염되므로 성병성 사마귀라고도 부른다. 흔히 20대 전후의 젊은 층에서 남성이 여성보다 2배 정도 많이 발생하는 이 첨규 콘딜롬이 과거에는 보기에 깨끗하지 않아서 그렇지 건강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여겨졌으나, 최근에는 생식기 이외 다른 부위의 암 발생에도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게 밝혀졌다.

 잠복기는 대개 1~2개월로 대부분 성기나 항문주위의 피부에 회백색 또는 분홍색의 돌기가 한꺼번에 여러 개 발생한다. 흔히 통증은 없이 습하고 부드러우며, 크기는 좁쌀만한 것에서부터 주먹만한 것까지 매우 다양하다. 특별히 치료하지 않고 방치해도 자연히 소실되는 경우도 있지만, 2기 매독 시 나타나는 사마귀(편평콘딜롬)나 성기의 암과도 외견상 비슷하기 때문에 감별진단이 필요하다. 요즘은 전기소작기로 태우는 치료법이 많이 응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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