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추 피카소모텔, 미술관으로 탈바꿈한 밀애공간

기사등록 2011/08/28 08:12:00 최종수정 2016/12/27 22:39:26
【양주=뉴시스】성형주 인턴기자 = 크라운-해태제과가 25일 오후 경기 양주시 송추 아트밸리 피카소모텔에서 열린 '러브호텔아트쇼2011'에서 입주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foru82@newsis.com
【장흥=뉴시스】유상우 기자 = 한적한 산자락에 자리잡은 러브호텔에 미술작품이 걸렸다.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부곡리 98번지 송추 아트밸리 피카소 모텔. 크라운-해태제과가 2009년 말 이 5층 건물을 사들였다. 이미 송추 인근 330만㎡(100만평) 대지를 확보, '아트밸리'로 꾸미고 있는 크라운해태제과다. 9월에 모텔을 하나 더 인수할 계획이다.

 피카소모텔은 크라운해태제과가 구입하기 전 러브호텔로 유명세를 떨친 곳이다. 그러나 이제는 미술품 전시장으로 변신, 모텔을 찾는 커플 대신 가족단위 관람객을 맞이하고 있다.

【양주=뉴시스】성형주 인턴기자 = 크라운-해태제과가 25일 오후 경기 양주시 송추 아트밸리 피카소모텔에서 열린 '러브호텔아트쇼2011'에서 입주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foru82@newsis.com
 크라운해태제과는 이곳에서 '러브호텔아트쇼 2011'을 열고 있다. 특급호텔도 아닌 모텔에서 펼쳐지는 아트쇼다.

 피카소모델은 본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외관과 주차장에 나붙은 '러브호텔아트쇼2011'이라는 현수막을 제외하면 여느 모텔과 다르지 않다. 모텔 프런트 앞에 붙은 '청소년·고용금지 업소'라는 문구는 물론 객실과 복도의 인테리어에도 손을 대지 않았다. 실제 러브호텔로 착각, 주차장으로 들어왔다가 차를 돌려 나가는 진풍경이 빚어질 정도다.

【양주=뉴시스】성형주 인턴기자 = 크라운-해태제과가 25일 오후 경기 양주시 송추 아트밸리 피카소모텔에서 열린 '러브호텔아트쇼2011'에서 입주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foru82@newsis.com
 모텔 주인 대신 러브호텔아트쇼를 소개하는 안내책이 놓인 1층 로비를 지나 2층으로 올라가면 알록달록한 꽃무늬 벽지를 바른 1자식 복도가 모텔의 분위기를 풍긴다. 작품은 2층 복도를 따라 양 옆의 10개 방 중 9개 방에 전시됐다. 송추아트밸리 작가 9명이 작업한 80여점이 각 방을 채우고 있다. 9명은 크라운해태제과가 후원하는 송추아트밸리 스튜디오 입주 작가들이다.

 첫 번째 방인 201호는 나점수(38)가 꾸몄다. '식물적 사유'라는 제목으로 나무와 철을 사용, 정서적 풍경을 표현했다. 202호에서는 유둘(32)의 팝아트를 소재로 화려한 색감의 미소녀들이 관람객을 기다리고 있다. 둥근 침대는 위에는 토끼 모양을 형상화한 설치작업이 있다. 유둘은 "현대인들의 욕망을 토끼라는 캐릭터로 표현했다"고 소개했다.

【양주=뉴시스】성형주 인턴기자 = 크라운-해태제과가 25일 오후 경기 양주시 송추 아트밸리 피카소모텔에서 열린 '러브호텔아트쇼2011'에서 입주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foru82@newsis.com
 203호에는 인체를 재구성한 신치현(42)의 'L-샘', 205호에는 철을 재단해서 만든 '푸른 나무처럼'과 시간의 흐름을 담은 이종서(31)의 미디어 작품이 방과 화장실에 설치됐다.

 또 선의 배열을 통해 공간과의 조화를 표현한 이정주(43)의 작품을 비롯해 폐철근을 구부려 만든 성낙중(42)의 작품, 도마뱀 등으로 초현실적인 느낌을 낸 강민규(32)의 작품, 대리석으로 자라나는 사랑을 표현한 염시권(37)의 작품 등이 전시됐다.

【양주=뉴시스】성형주 인턴기자 = 크라운-해태제과가 25일 오후 경기 양주시 송추 아트밸리 피카소모텔에서 열린 '러브호텔아트쇼2011'에서 입주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foru82@newsis.com
 아트밸리 최혜진 팀장은 "이번 전시는 상설전시다. 비교적 짧은 일정으로 인해 깊이 있는 작품 감상을 할 수 없는 기존의 아트쇼와 차별화했다"며 "모텔이라는 장소와 어우러진 색다른 작품들로 관람객의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이색적인 아트페어"라고 밝혔다.

 한편, 이곳 3층의 방 하나는 일본인이 차지하고 있다. 크라운해태제과 측은 3월 동일본 대지진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부부가 살고 있다고 귀띔했다. 크라운해태제과 측은 이들의 숙식비를 전액 부담하고 있다.

 이 회사 홍보팀 강종호 파트장은 "3층은 대지진과 쓰나미로 피해를 입은 현지주민들이 1년간 쉴 수 있는 공간으로 꾸몄다"며 "9월에 몇 가족이 더 올 예정"이라고 전했다. 1층은 아틀리에로 활용 중이다. 031-855-2983

 swryu@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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