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혁의 거대한 농담 '미스터 모노레일'

기사등록 2011/07/29 07:21:00 최종수정 2016/12/27 22:31:51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처음부터 자신의 선택이란 별로 중요한 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주사위를 던지고, 모노는 던져진 주사위의 숫자만큼 이동하는 말일지도 몰랐다. 누군가 자신을 위해 주사위를 던져주는 거라면, 모노는 온전히 그 주사위에 자신을 의지하고 싶었다."(167~168쪽)

 기발한 상상력과 능청스러움이 돋보이는 소설가 김중혁(40)씨가 펴낸 두 번째 장편 소설 '미스터 모노레일' 역시 재기발랄하다. 주인공 모노가 상상력을 발휘, 보드게임을 만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모노와 친구들이 유럽에 건설된 모노레일을 타고 여러 도시를 돌아다니며 겪는 좌충우돌을 그린다.

 어느 날 아침, 잠을 푹 자고 일어난 모노는 눈을 뜨자마자 '헬로, 모노레일'이라는 게임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곧바로 게임의 룰을 만들기 시작한다. 지도를 펼친 다음 유럽의 모든 도시 위에다 가상의 모노레일을 하루 만에 건설한다. 그리고 곧바로 혼자만의 모험을 떠난다. 블루, 화이트, 레드, 블랙, 핑크 중 한 명을 선택하는 것이 이 게임의 출발이다.

 모노를 비롯, 등장인물들은 김씨의 여느 소설 속 주인공처럼 소심한 일반인들이다. 한없이 머뭇거리고 수줍음을 탄다. 각자가 모두 제 삶의 주인공인 우리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모노와 그의 친구들은 예기치 않게 어떤 사건의 한복판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게임의 말이 된 듯, 누군가 던져놓은 주사위가 보여주는 숫자만큼 사건에 가까워졌다가 다시 멀어진다. 함정을 만나 해결하면서 점점 종착역을 향해 다가간다.

 "모노는 주머니 속 주사위를 만지작거렸다. 모노는 주사위를 꺼내서 던져보았다. 3과 4가 나왔다. 7이면, 암스테르담으로 갈 수 있었다. 2와 3, 다섯 칸 앞으로 전진하면 덴마크의 코펜하겐이었다. 그렇게 빨리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로마는 현실이었다. 꿈도 게임도 아니었다."(89쪽)

 주사위는 우연과 필연의 게임이다. 결코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우리의 삶과 별반 다르지 않다. 김씨는 이 게임을 어찌할 수 없는 운명이니 순응하고 받아들이라 하지 않는다. 주사위는 이제 한번 던져졌을 뿐이라는 것이다. 주사위는 공평하므로 자신의 삶과 능력을 긍정하면 말은 다시 이동한다고 넌지시 말한다. 거대한 농담 같은 이야기는 이 교조적일 수도 있는 메시지를 태연하게 수용케 만든다. 

 김씨는 "내가 생각하는 해피엔딩이란,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까지는 아니고,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방식으로 어떻게든 살아낸다는 결론"이라며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결론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409쪽, 1만2000원, 문학동네

 한편, 계명대 국문과를 졸업한 김씨는 2000년 '문학과 사회'로 등단했다. 소설집 '펭귄뉴스'와 '악기들의 도서관' 등을 펴냈다. 2008년 단편 '엇박자 D'로 김유정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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