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인’의 또 하나의 공훈은 바로 신예 황선희(25)를 발굴해냈다는 사실이다.
팜파탈 사이코패스 ‘강서연’을 열연한 황선희는 데뷔작인 이 드라마로 일약 차세대 블루칩의 자리를 예약했다.
‘황선희’로 있을 때의 그녀는 상큼하고 사랑스러웠다. 잘 웃고, 해맑다. 배시시 미소를 지을 때마다 왼쪽 볼에 지어지는 보조개는 그녀의 청순함을 그대로 담고 있다.
눈을 치켜 뜨고 쏘아 부치는 ‘천국의 계단’의 김태희류 악역은 차라리 쉽다. 마음 속 절대악을 최대한 절제하며 표출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도 초짜 신인이…. 황선희 연기력에 남녀노소 호평일색인 이유다.
데뷔작에서 악역을 한다는 것이 부담되지 않을까. “‘섬뜩하다’, ‘두렵다’고 하시면서 실제 제 성격이 강서연 같지 않은지 궁금해 하는 시청자들이 많더군요. 사실 저는 강서연과 정반대랍니다. 하기야 저희 엄마도 친딸인 제가 무섭다고 할 정도니 저를 모르는 분들이 오해할만 하죠.”
이 드라마에서 첫회부터 최종회까지 관통하는 사건이 바로 ‘아이돌 스타 살인’이다. 강서연이 차기 대통령이 유력한 여당 대선후보의 딸로 설정돼 있다 보니 정치권력까지 개입해 대단한 사건이 돼버린다. 그러나 발단은 간단했다. ‘서윤형’(건일)이 강서연을 배신했기 때문이다. 배신남에 대한 분노와 한이 연쇄살인을 낳고, 자신의 부친의 대권가도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된다.
강서연이 아닌 황선희는 어떨까. “저는 사랑하는 사람이 갑자기 헤어지자고 해도 곱게 보내줄 거에요. 사실 사랑 때문에 악마로 변하는 강서연이 실제의 저와 전혀 달라 결코 이해할 수는 없었죠. 그러나 강서연을 제대로 연기하기 위해서 강서연의 마음을 감싸려 하고, 태도를 합리화하려고 노력했어요.” 역시 명품 악역을 잘 해낸 것에는 캐릭터와 한 몸이 되려는 노력이 있었다.
“제 인생 첫 작품을 이렇게 멋진 선배님, 스태프들과 함께 할 수 있다니 참 행운이었던 것 같아요. 제가 연기하는 것을 보고 많은 분들이 좋은 평가를 해주셨죠. 저는 알아요. 많은 분들께서 옆에 있어줬기에 ‘강서연’이라는 캐릭터가 더욱 돋보일 수 있었다는 것을요”라며 그 동안 현장에서 함께 고생한 스태프와 선배 배우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황선희는 신인답지 않은 놀라운 연기력을 바탕으로 ‘미녀살인마’,‘싸인의 미친존재감’으로 불리며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에 오를 정도로 화제의 초점이 됐다. 이 드라마 출연을 결정하면서 비슷한 시기에 들어온 CF도 포기했을 정도로 올인했다. 그 결과 성과를 일궈냈고 CF와 드라마 시장의 샛별로 떠올랐다. 덕분에 ‘싸인’의 강서연은 보냈지만 다시 만날 날이 그만큼 빨라졌다.
문득 “박신양, 전광렬 선배님과 연기하면서 느낀 것이지만 대배우들은 다르더군요. 혼자만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인도해주고, 배려해주고…. 저도 어서 그런 배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라는 황선희의 바람이 머잖아 이뤄질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김정환 기자 ace@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