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비엔제이, 우리는 그런 걸그룹 아니다 '그만하자'

기사등록 2010/09/19 09:21:00 최종수정 2017/01/11 12:30:18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소녀시대’를 필두로 ‘원더걸스’, ‘2NE1’, ‘포미닛’, ‘미스에이’ 등 아이돌 걸그룹이 차고 넘친다.

 여성 트리오 ‘가비엔제이’(장희영·노시현·미스티)를 이들 걸그룹에 포함시키자니 께름칙하다. 겉은 아이돌이다. 하지만 예쁜 외모와 화려한 퍼포먼스, 섹시 콘셉트 등만 앞세우는 여느 걸그룹과 달리 실력으로도 인정을 받고 있다.

 물론, 소녀시대 등 몇몇 걸그룹도 상당한 노래와 춤 실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어느새 데뷔 6년째를 맞이한 가비엔제이의 노련함과 감수성에는 아직 가닿지 못한다.

 가비엔제이가 디지털 싱글 ‘그만하자’를 통해 변화를 시도했다. ‘변신’이 아닌 ‘변화’에 방점을 찍었다. 약간 섹시한 콘셉트를 가미했지만, 다른 걸그룹의 신체노출 수위에 비할 바는 아니다. 요염한 몸짓으로 살랑거리는 춤도 추지 않는다.

 장희영(25)은 “이번에 일렉트로닉 댄스 음악을 내놓았지만 예전에 부르던 노래들의 박자에서 조금 빨라진 것밖에 없다”며 웃는다. 단 “예전에 사랑 앞에서 한없이 기다리기만 하는 여자들의 마음을 대변했다면 이번에는 매몰차게 이별을 통보하는 여성을 노래로 그린다”고 전했다.

 ‘그만하자’는 일렉트로닉 댄스 리듬이 기반이다. 그래도 가비엔제이스럽다. 현악기를 덧댄 편성은 웅장한 맛을 뽐내며 가비엔제이 특유의 감수성 어린 보컬은 어딘가에 숨어있을 마음이라는 것을 자극한다. 가비엔제이의 여타 노래처럼 가을 향을 풍긴다.

 노시현(22)은 “워낙 우리가 예능프로그램에 나가지 않다보니 이른바 아이돌스런 행동은 못하겠다”며 “섹시하면서도 반짝이는 콘셉트는 아무래도 어색하다”고 머리를 긁적였다.  

 그래도 아이돌 걸그룹이 대세인 만큼 그들을 견제할 마음이 생길 법도 하다. 장희영은 “그렇지 않다”고 잘라 말한다. “노래하는 장르 자체부터 다르다. 나이가 어리고 행동도 귀여워 우리의 경쟁상대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가 애절하고 감수성 어린 노래들만 부르다보니 평소에는 그렇지 않은데 무대에 서거나 방송에 나가기만 하면 조용해지는 것 같다”고 조근조근 말하기도 했다.

 노시현은 아이돌 걸그룹과 얼추 비슷한 연령대다. “내 나이다운 것 같아서 조금 부러울 때도 있지만…, 아니다. 부럽지 않다. 우리는 아이돌보다 노래를 부르는 것이나 행동의 선택이 자유롭다”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이제는 노래를 할 때 목소리를 귀엽게 내려고 해도 밝지가 않다”고 또 까르르 웃었다.   

 미스티(28)는 “어릴 때부터 음악을 해와서인지 요즘은 아이돌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자우림’의 김윤아 선배처럼 싱어송라이터가 돼 오랫동안 음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눈을 반짝였다.

 걸그룹의 히트곡은 소비가 빠르다. 금방 인기를 얻고, 순식간에 잊힌다. 가비엔제이의 곡은 두세달 시간이 흐른 뒤에도 카페나 라디오에서 들을 수 있다. 네티즌들이 자주 듣는 온라인의 ‘톱100’ 안에 몇 달씩이나 들어가 있다.

 정희영은 “최근 발표되는 노래들은 대중들이 추억을 담아내기 힘든 곡 같다”며 “우리가 어릴 때만 해도 공감하고 나눌 수 있는 노래들이 많았다. 그렇기 때문에 이 노래들은 오래 불리고 오래 들려졌다. 우리도 그런 노래들을 부르고 싶다”고 바랐다.

 가비엔제이는 2005년 데뷔했다. 데뷔곡이 은퇴곡이 되는 케이스가 허다한 광속 가요생태계에서 오랫동안 살아남았다. 정희영은 “그 동안 여러 일을 겪으면서 굳은살이 박였다”며 “그 와중에 가비엔제이라는 이름을 지켜왔고 그 자부심 때문에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여겼다. 노시현은 “튀는 음악을 하는 튀는 그룹이 아니라서 대중이 질리지 않아한 것 같다”고 짐작했다. 지난해 뒤늦게 팀에 합류한 미스티는 “대중의 감수성을 자극할 수 있는 호소력 짙은 목소리 때문인 것 같다”며 “밖에서 본 가비엔제이나 안에서 보는 가비엔제이는 감수성 짙은 모습이 똑같다”고 알렸다.

 장희영의 목표는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고 싶다”는 것이다. 일러스트레이션 등에 소질이 있는 노시현은 “말 그대로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며 한우물을 팔 태세다. 미스티는 역시 “싱어송라이터”다. 기회가 되면 솔로 등으로 나서고 싶어한다는 것이 공통점이다.

 팀원 모두 기초가 탄탄하기에 가능한 희망사항이다. 하지만, 당분간은 가비엔제이에 집중한다는 각오다. 특히, 올해는 정상을 정조준한다. 장희영은 “우리가 1집 때 말고는 1위를 한 적이 없어 꼭 1위를 해보고 싶다”면서 “실력 있는 뮤지션들과 합동 공연을 펼칠 수 있는 기회도 많았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11월께 발표할 정규 5집을 통해 가요계를 가비엔제이류 감수성으로 흠뻑 적실 작정이다.

 <사진> 왼쪽부터 장희영, 노시현, 미스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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