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이란 무엇인가

기사등록 2010/08/07 08:35:00 최종수정 2017/01/11 12:17:53
【서울=뉴시스】신동립의 잡기노트 <198> = 납량기능도 탁월한 귀신, 있을까. 그렇다고들 한다. 

 무녀 정순덕씨는 “분명히 나와 같은 무당들에게는 ‘보이고, 들리는’ 어떤 존재가 있고 그 분들과의 교감을 통해서 나 혹은 나와 같은 무녀들의 세계가 만들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요즘 세상의 잣대에 맞지 않는다고 사기다 혹은 정신병이다라는 식의 이해는 곤란하다”는 판단이다.

 “여러분들이 경험한 것들이 지금의 여러분들을 있게 하는 세상이라면, 나와 같은 무녀들이 경험하는 세상이 분명 지금의 우리들을 있게 한 것일테니까…. 귀신과 관련해 내가 말하고 싶은 것은 분명 내가 겪은 일들 속에는 귀신들이 있었고, 그 귀신들을 떼어내기 위해서 굿도 하고 고사도 했었다”고 전한다.

 이 같은 현장의 목소리가 전문가들의 연구를 거치면서 이론화 한다.

 종교문화연구원 이찬수 원장은 “정신현상이 다양한 사물들과의 관계성 속에서 벌어지는 몸의 현상이라면, 귀신현상도 인간의 정신 내지 의식현상과 관계있는 어떤 것”이라고 짚는다. 그리고 “귀신현상은 사회적 현상이기도 하다”며 “누군가 귀신을 봤다고 증언하고, 누군가 그 증언을 듣고 긍정한다면 귀신은 말하는 이와 듣는 이 ‘사이’에 강력하게 현존한다. 그 ‘사이’에 이미 자신의 집을 마련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귀신은 관계망 속에 있고 담론 속에 있다”고 설명한다.

 “귀신은 없지 않고 있다. 허상이 아니라 귀신 담론의 질서를 따르는 이에게는 실상이다. 종교적인 표현을 쓰자면, 믿는 이에게 귀신은 실상이다. 귀신은 그 믿음 속에 살고 있다. 이러한 귀신 담론은 없었던 적이 없다. 그런 점에서 귀신은 극복돼야 할 부정적인 대상이기만 하기보다는 사회적 논의를 통해 유연하게 공존하며 변화돼야 할 대상이기도 한 것이다.”

 연세대 국학연구원 김우형 연구교수는 “혼백은 살아있는 인간의 신비한 영혼이나 정령을 가리키고, 사람이 죽으면 그 혼백이 분리돼 귀신이 된다”고 본다.

 “실체적 귀신의 존재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 없지만, 그것이 출현하는 현상은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경험해왔고 지금도 하고 있다. 이 점에서 귀신을 완전히 부정하는 것은 과거와 현재의 경험적 사실들을 부정하는 것이 되기 때문에 인식론적으로 올바른 태도라 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견해다.

 그러면서도 “신비한 대상에 대해서는 침묵해야 하지만, 우리가 경험하는 신비한 현상들은 우리 스스로 할 수 있는 한 명확하게 설명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태고종 열린선원 법현 원장은 귀신의 존재를 확언한다.

 “대단한 위력을 가지고 있으면서 변화를 일으키는 힘이 자유자재한 존재”라면서 “사람과 다른 존재에도 도움을 주는 선한 귀신과 해악을 끼치는 악한 존재가 있다”고 구분한다. “귀신은 기운이 없고 배가 고픈 존재인 아귀(餓鬼), 지옥에서 고생하는 존재들, 축생과 수라의 일부, 하늘에 사는 천신들 중 일부를 아우르는 말”이라고 정리한다.

 정동제일교회 최대광 목사의 귀신관은 다르다.

 “귀신이라는 존재는 인간의 영이 아니고 루시퍼와 그의 추종자인 천사를 총칭하는 사탄이며, 죽은 네피림의 귀신인 악령”이라고 풀이한다. 부연하면 “루시퍼를 정점으로 한 타락한 천사는 악령이 돼 인간의 모든 고통의 근원이 됐고, 루시퍼를 따르던 천사들은 타락해 악마가 됐으며, 인간과 결합해 탄생한 거인인 네피림은 폭력적인 존재들이었고, 이들이 죽은 후 나온 귀신은 하위의 악마가 됐다는 것”이다.

 나는 사람이 죽은 것이 귀신이라고 생각한다.

 귀신의 지위와 성품이 생전 그대로인 이유다. 귀신을 부르고, 어르고 달래며, 보내버린다는 숱한 무(巫), 승려, 영능력자, 그리고 이런저런 도사들의 증언을 종합한 결론이다.

 참고로 귀신은 조상과 동의어다. 다만, 제 선조를 귀신이라고 칭하는 후손이 없을 뿐이다.  

 문화부장 reap@newsi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