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시청률 4%에도 웃는 '선재 업고 튀어', 왜?

기사등록 2024/05/12 09:21:22

최종수정 2024/07/16 13:11:17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tvN 월화극 '선재 업고 튀어'는 시청률 4%대에도 체감 반응이 뜨겁다. 아이돌 가수와 팬의 사랑 이야기에 타임슬립을 더해 뻔한 로맨스물이 될 것이라는 편견을 깨고, 2040 여성들을 사로잡았다. '선친자'(선재 업고 튀어에 미친 자)라는 신조어가 생겼고, '여성들과의 대화에 끼려면 이 드라마를 봐야 한다'는 얘기도 나올 정도다. 소재 한계가 있는 만큼 '눈물의 여왕'처럼 전 연령층을 아우르진 못해도, 팬덤을 형성하며 '덕질'하는 시청자를 양산하고 있다.

이 드라마는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톱스타 '류선재'(변우석)와 그를 살리기 위해 과거로 간 '임솔'(김혜윤)의 로맨스다. 총 16부작으로 10부까지 전파를 탄 상태다. 시청률은 3~4%대(닐슨코리아 전국 유료가구 기준)로 낮지만 화제성은 높다. 굿데이터코퍼레이션에 따르면, 이 드라마는 5월 1주차 TV·OTT 드라마 화제성 1위에 올랐다. 주역인 변우석(32)과 김혜윤(27)도 출연자 화제성 1·2위에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10회 2049 시청률은 전국 기준 2.9%를 기록했는데, 지상파를 포함해 전 채널 동시간대 1위인 점이 의미있다.

애초 선재 업고 튀어는 기대작이 아니었다. 그동안 tvN은 비슷한 소재 드라마를 꾸준히 선보였지만, 크게 성공하지 못했다. '닥치고 꽃미남 밴드'(2012)를 비롯해 '별똥별'(2022) '성스러운 아이돌'·'반짝이는 워터멜론'(2023) 등 모두 마니아층을 형성하는 데 그쳤다. '응답하라 1997'(2012)이 신드롬을 일으킨 후 1990년대 아이돌 팬덤을 다룬 드라마는 대부분 아류로 평가 받았다. 때문에 선재 업고 튀어 역시 제작·편성을 고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 시사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고, 캐릭터 케미스트리와 구원 서사 등이 흥행 요소로 작용해 팬덤형 콘텐츠로 확산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시은 작가는 '여신강림'(2020~2021) 집필 노하우를 발휘했다. 원작인 웹소설 '내일의 으뜸'과 달리 2008년으로 회귀하고, 싸이월드, 캔모아, MP3플레이어 등을 곳곳에 녹여 3040 여성들의 추억을 불러 일으켰다. '늑대의 유혹'(2002) '아웃싸이더'(2005) 등 귀여니 소설 속 대사·장면을 패러디하고, 윤하의 '우산' 김형중의 '그랬나봐' 등을 배경음악으로 더해 몰입도를 높였다. 보통 '원작을 뛰어넘기 힘들다'는 인식이 강한데, 이 드라마는 극본·연출·연기 3박자 조화가 잘 이뤄졌다.

주연 배우들의 케미스트리도 한 몫 했다. 변우석은 키 189㎝, 김혜윤은 160㎝로 29㎝ 차가 나 함께 서있는 장면만 비춰도 설렘을 주기 충분했다. 변우석은 2014년 모델로 데뷔 후 10년 만에 전성기를 맞았다. 그룹 '미쓰에이' 출신 수지(29)가 영화 '건축학개론'(감독 이용주·2012)을 통해 남성들의 첫사랑 대명사로 떠올랐다면, 변우석은 이 드라마로 여성들의 첫사랑 아이콘이 됐다. 특히 김혜윤이 탄탄한 연기력으로 캐릭터 싱크로율을 높였고, 변우석을 더욱 빛나게 해줬다.
김혜윤(왼쪽), 변우석
김혜윤(왼쪽), 변우석

이 드라마는 한류스타가 주연을 맡거나, 스타 작가·PD가 만든 작품이 아니다.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에선 선호도가 낮았고, 라쿠텐 비키와 일본 유넥스트, 대만 아이치이(iQIYI) 등 아시아 콘텐츠 플랫폼에 한정해 선보일 수밖에 없었다. 김혜윤은 '어쩌다 발견한 하루'(2019) 등을 통해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었지만, 선재 업고 튀어 방송 전만 해도 해외 관계자들 사이에선 '변우석이 누구냐'는 이야기를 듣곤 했다. 제작진은 무조건 톱스타를 캐스팅하기 보다, 그 배역에 맞는 배우를 찾기 위해 공을 들였다는 후문이다.

국내를 넘어 아시아 전역에서 '선재앓이' 열풍이 일고 있다. 선재 업고 튀어는 5월 1주차(4월 29일~5월 5일) 아시아 OTT 뷰(VIu) 주간차트에서 인도네시아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에서 1위를 차지했다. 홍콩과 필리핀 2위, 태국 3위를 기록했다. 극중 변우석이 속한 밴드 '이클립스'의 '소나기'는 멜론 차트 상위권에 올랐고, 드라마에 과몰입해 '이클립스 팬미팅도 개최해달라'는 요청도 적지 않다.

변우석은 다음 달부터 대만 타이베이를 시작으로 태국 방콕, 서울, 홍콩 등에서 첫 아시아 투어를 열 예정이다. 최근 김혜윤 팬들은 '변우석에 비해 활동이 저조하다'며 소속사 아티스트컴퍼니에 항의했는데, 이 역시 아이돌 팬 문화에서 볼 법한 현상이다. "선재 업고 튀어 안 본 사람 없게 해달라" "왜 시청률이 안 나오는지 모르겠다"며 시청자들이 직접 드라마 홍보를 자처하고 있다.

CJ ENM에서도 기대 이상의 성과라며 반겼다. MBC 출신인 김호준 CP가 스튜디오스로 옮긴 후 처음으로 선보인 작품이다. 김 CP는 "화제성에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사랑을 보내주고 있다. 안티가 거의 없고, 많은 사람들에게 호평 받는 게 고무적"이라며 "이미 마케팅팀 등 내부 직원들부터 팬이 돼 줬고 다들 선재앓이하고 있다. 킬러 콘텐츠의 핵심은 시청률 등 여러 성과가 있지만, 선재 업고 튀어는 오랫동안 기억되는 작품으로 남길 바란다"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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