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땅의 음식역사를 가른 5대사건, 주영하 '조선의 미식가들'

기사등록 2019/08/14 06:00:00 최종수정 2019/08/26 10:2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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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최지윤 기자 = 고려 후기 학자 이색은 소주를 마시고 '훈기가 뼛속까지 퍼지네'라며 한시를 읊조렸다. 조선 후기 문인 이옥은 매운것을 좋아해 고추장과 마늘을 듬뿍 올린 쌈을 즐겼다. 의관 이시필은 겨울 밤 술과 함께 열구자탕을 자주 먹었고, 조선의 왕 영조는 고추장을 가장 좋아했다.

'조선의 미식가들'은 조선의 미식가 15명의 음식 취향을 담았다. 저자인 주영하 교수(57·한국학중앙연구원)는 조선시대 문헌에서 직접 먹거나 만들어본 음식에 관한 글을 남긴 이들을 주목했다. 찜과 탕을 비롯해 회와 젓갈, 후식과 술까지 그 맛을 음미하고 즐긴 옛사람들의 이야기를 녹였다. 왕과 어의, 선비, 사대부 여성 등은 살았던 시대도, 남긴 글의 형식도, 신분이나 성도 다르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통해 시대에 유행한 음식과 식재료, 요리법, 식후감까지 살필 수 있다.

프랑스의 법률가 장 알텔므 브리야샤바랭은 '당신이 무엇을 먹는지 말해달라. 그러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주겠다'고 했다. 개인의 음식 취향과 경험을 통해 그의 삶을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조선의 미식가 15명은 자신들의 음식 경험을 글로 남겼다. 주 교수는 이들이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알면 '조선시대 음식의 역사에 좀 더 다가갈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옥은 평안도와 경기도 사람이 기장밥과 보리밥을 두고 서로 맛있다고 다투는 모습을 이렇게 묘사했다. '평안도 사람과 경기도 사람이 곡식의 성질을 논하면서 경기도 사람은 '보리밥이 낫다'고 하고, 평안도 사람은 '기장밥의 맛남만 못하다'고 하여, 드디어 각자가 고집하여 조정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기도 사람이 보리로 밥을 짓고 평안도 사람이 기장으로 밥을 짓는 것은 각기 좋아하는 것을 따를 뿐이다. 어느 것이 짧고 어느 것이 길단 말인가'라고 일침을 놓았다. 한마디로 식성의 문화상대주의를 설파한 것이다."

 '조선의 미식가들'은 다섯 가지 사건과 시기로 한반도의 음식 역사를 구분한다. 첫째 불교의 유입에 따른 육식 기피, 둘째 원나라 간섭기 육식 문화의 확대와 새로운 음식 유행, 셋째 조선왕조의 통치 이념이 된 성리학의 영향, 넷째 17세기 본격 시작된 연행사의 청나라 방문, 다섯째 '콜럼버스 교환'으로 새로운 식재료의 등장이다. 조선 미식가 15명의 글에서도 시대의 변화에 따른 새로운 음식 취향과 경험이 등장한다.

 군침 도는 조선의 음식을 맛깔나는 문장으로 표현했다. 조선의 미식가들이 음식을 대하는 태도에서 지혜도 얻을 수 있다. 352쪽, 1만8000원, 휴머니스트


plai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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