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용근로자 월 근로일' 22일→20일…대법, 21년 만에 새 기준(종합)

기사등록 2024/04/25 11:29:30

1심서 19일→2심서 22일 인정

대법서 파기…"생활여건 달라져"

대법 "시대상황 맞는 경험칙 선언"

1992년 25일→2003년 22일→2024년 20일

[서울=뉴시스] 산업재해 보상금 산출의 기준이 되는 도시 일용근로자의 한달 근로일이 20일을 초과하기 어렵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사진=뉴시스DB)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산업재해 보상금 산출의 기준이 되는 도시 일용근로자의 한달 근로일이 20일을 초과하기 어렵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사진=뉴시스DB)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하종민 기자 = 산업재해 보상금 산출의 기준이 되는 도시 일용근로자의 한달 근로일이 20일을 초과하기 어렵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지난 2003년 근로자의 한달 근로일이 22일을 초과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바 있는데, 그로부터 21년 후인 오늘 근로자의 한달 근로일에 대한 새로운 경험칙의 기준을 제시했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25일 오전 10시 대법원 제1호법정에서 근로복지공단이 업무상 재해를 당한 피해자에게 휴업급여 등을 지급한 후 사고의 원인이 된 크레인의 보험자인 삼성화재를 상대로 제기한 구상금 지급 소송에서 근로일을 22일로 인정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부산지방법원으로 환송했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원심은 도시 일용근로자의 월 근로일을 22일로 인정할 것이 아니라, 이 사건 사고 당시 관련 통계나 도시 일용근로자의 근로여건에 관한 여러 사정을 좀 더 구체적으로 심리해 이를 근거로 도시 일용근로자의 월 가동일수를 판단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건은 일용직 노동자 A씨가 산업재해로 상해를 입은 뒤 이를 보상받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근로복지공단은 A씨의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며 관련 급여를 지급했고, 이후 사고의 원인이 된 크레인의 보험자인 삼성화재를 상대로 구상금 지급 소송을 제기했다.

다만 관련 급여를 책정하는 과정에서 도시 일용근로자의 근로일이 쟁점이 됐다. 근로자가 상해를 당해 지급하는 일실수입(상해가 없었다면 얻을 수 있는 수입)은 일용노임단가에 월 근무일을 곱하는 방식으로 산정되기 때문에 근로자의 한달 근로일을 며칠로 책정하는지에 따라 전체 지급하는 급여 액수가 달라진다.

1심에서는 근로자의 한달 근무일을 19일로 책정했지만, 2심에서는 22일로 인정했다. 지난 2003년 대법원에서 '도시 일용근로자의 월 근무일을 22일을 초과해 인정할 수 없다'고 본 판례와 더불어, 해당 판결 이후 경험칙에 확실한 변화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서울=뉴시스] 산업재해 보상금 산출의 기준이 되는 도시 일용근로자의 한달 근로일이 20일을 초과하기 어렵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사진=뉴시스DB)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산업재해 보상금 산출의 기준이 되는 도시 일용근로자의 한달 근로일이 20일을 초과하기 어렵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사진=뉴시스DB)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대법원은 이 같은 원심(2심) 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사건을 환송했다.

대법원은 "우리나라는 2003년 근로기준법을 개정해 1주간 근로시간 상한을 44시간에서 40시간으로 줄였고, 2011년부터는 원칙적으로 5인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이나 사업장에서 근로시간의 감소가 이루어졌다"며 "근로자들의 월 근무일도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통령령 개정으로 대체공휴일이 신설되고 임시공휴일의 지정도 가능해 연간 공휴일이 증가하는 등 사회적·경제적 구조에 지속적인 변화가 있다.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과 일과 삶의 균형이 강조되는 등 근로여건과 생활여건의 많은 부분도 과거와 달라졌다"고 밝혔다.

또한 "고용노동부가 매년 실시하고 있는 고용형태별 근로실태 조사에 따르면 과거 대법원이 도시 일용근로자의 월 근무일을 22일 정도로 보는 근거가 됐던 각종 통계자료 등의 내용이 많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이런 사정을 고려할 때 도시 일용근로자의 월 근무일을 20일을 초과해 인정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판단했다.

그동안 대법원은 1992년 경험칙상 육체노동에 종사하는 근로자의 근무일을 월 25일로 인정한 뒤 2003년 22일로 낮췄다. 이후 21년 만인 이날 일용근로자의 월 근무일을 20일로 낮추며 새로운 경험칙의 기준을 제시했다.
[전주=뉴시스][서울=뉴시스]  사진은 기사와 무관. (사진=뉴시스DB) photo@newsis.com
[전주=뉴시스][서울=뉴시스]  사진은 기사와 무관. (사진=뉴시스DB) [email protected]
대법원 관계자는 "변화된 근로환경, 월 평균 근로일수에 대한 통계 등을 반영해 도시 일용근로자의 월 근무일을 실질에 맞게 인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 판결을 통해 모든 사건에서 월 근무일을 20일로 인정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증명한 경우에는 20일을 초과해 인정될 수 있고, 사안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다만 기준점이 월 근무일이 20일로 줄어들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실무례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근무일 감소로 전체 손해배상액이 줄어들 수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일을 하지 못해 발생한 손해(일실수입)에 대해서는 실제 손해를 손해배상액으로 인정해야 하는 대원칙상 부득이한 측면이 있다"면서도 "대법원은 2019년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일실수입 산정 기준인 육체노동 가동 연한을 60세에서 65세로 상향하는 등 시대상황에 맞는 경험칙을 선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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