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벤저민 "지난 10년 K팝, 정체성 표출한 것 큰 변화"

기사등록 2020/01/14 19: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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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CI 코리아 2020'서 징검다리상
부싯돌상 나윤선 "좋은 음악, 국적·국경 필요없다"
'K팝 인기 있는 이유는 외국인·한국인 '칼군무' 꼽아

associate_pic4【서울=뉴시스】조수정 기자 = 제프 벤자민 미국 빌보드 K-POP 칼럼니스트가 2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하얏트호텔에서 뉴시스와 인터뷰에 앞서 자신의 시그니처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제프 벤자민은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CICI), 문화체육관광부, 해외문화홍보원, 외교부가 주최한 '제10회 문화소통포럼 CCF 2019'에 참여하기 위해 방한했다. 2019.07.02. chocrystal@newsis.com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2009년 그룹 '원더걸스'와 가수 보아가 미국 진출을 시도할 당시 노랫말에는 영어가 다수 포함돼 있었다.

빌보드, 롤링스톤스 같은 권위 있는 음악매체에 글을 쓰는 미국의 프리랜서 음악 칼럼니스트 제프 벤저민(31)도 당시 보아, 원더걸스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고 했다. 음악은 좋다고 생각했으나, 당시 K팝에는 크게 관심이 없던 상황.

14일 오후 서울 인터컨티넨탈서울코엑스호텔에서 열린 '한국이미지커뮤니케이션연구원(CICI) 코리아 2020'에서 만난 벤저민은 "지난 10년 간 K팝이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지 않고 표출한 것이 가장 큰 변화"라고 말했다. "미국에서 활동할 당시 더 이상 한국에서 온 아티스트라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부각시킨다는 것"이다.

글로벌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대표적인 예다. 방탄소년단이 2018년 8월 내놓은 앨범 '러브 유어셀프 결 앤서'의 타이틀곡 '아이돌'은 한국적 요소를 적극 내세웠고 이 곡 무대를 꾸밀 때 한복을 입기도 했다는 것이다.

벤저민은 국내 마니아층을 보유한 칼럼니스트다. 일찌감치 방탄소년단을 비롯 한국 아이돌을 해외에 알린 공로를 인정받고 있다. 한국을 알린 유명 인사들의 공로를 치하하는 이날 시상식에서 벤저민은 K팝 세계화의 가교 역을 했다는 점을 인정받아 징검다리상이 주어졌다.

벤저민은 2020년을 시작하는 이 때가 한국의 음악에 관해 이야기하기에 최적의 타이밍이라고 짚었다. 그는 "10년 전만 해도 K팝의 영향력이나 시장 규모가 크지 않았어요. 그런데 작년 한국의 음악 시장은 세계에서 여섯 번째가 됐습니다. 미국, 영국, 일본, 프랑스 등 전통적 강자와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 거죠"라고 했다. 
 
10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한국 음악 시장이 성장했지만 K팝에 한정됐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벤저민은 "나윤선 씨의 재즈를 비롯 록, 댄스 음악에서도 한국이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associate_pic4[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방탄소년단 아이하트라디오 징글볼 (사진 = 빅히트 제공) 2019.12.08 realpaper7@newsis.com
"갈수록 언어의 중요성에 덜 집중하는 대신 아티스트 자체에 집중할 거예요. 물론 가수의 정체성이 중요하지만 어떤 장르이든 진정성과 독창성이 있으면 성공할 가능성이 큽니다. 최근 세계적으로 주목 받는 한국 영화 '기생충'이 대표적이죠. '기생충'은 완성도가 높으면서도 기존과 달라 해외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벤저민은 최근 K팝이 부상한 이유에 관해 디지털화된 사회에서 영리하게 마케팅을 한 점을 들었다.

"타이밍을 잘 활용해요. 새 앨범 발매 2주 전부터 티저를 공개하고 이후 뮤비와 타이틀곡을 순차적으로 노출하죠. 대중의 관심이 떨어지지 않도록 기대감을 증폭시키는 겁니다. 곡이 공개된 이후 24시간 안에 첫 번째 라이브 공연을 하고요. K팝은 빠르게 돌아가는 사회에서 적합한 장르예요.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는 시대에 실력이든 비주얼이든 빠질 수 없는 소비 패턴을 사용하는 프로덕션 전력이 훌륭합니다."

한국 사회의 '파이팅 정신'도 K팝이 부상하는데 힘을 보태고 있다고 봤다. "특히 퍼포먼스적인 설렘을 증폭할 수 있는 건 K팝의 열정을 따라갈 수 없다"는 얘기다.

근면, 성실함과 팀워크를 중요시하는 점도 K팝의 차별 요소로 꼽았다. "'방탄소년단의 RM입니다' '갓세븐의 잭슨입니다' 이렇게 팀 이름을 먼저 이야기한 뒤 자신의 이름을 언급해요. 팀 이름이 앞선다는 것은 근면, 성실, 노력의 증거예요. 팀과 회사를 위한다는 거잖아요. 이런 점이 앞으로 K팝 보이 밴드의 롱런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보이 그룹 '에이티즈', 걸그룹 '(여자)아이들'과 JYP엔터테인먼트 소속 '스트레이키즈'와 '있지'를 차세대 K팝 그룹으로 지목한 벤저민은 최근 K팝 이야기를 어떻게 하면 확장할까에 대해서 고민 중이라고 했다.

"아직까지 미국 언론이 K팝을 대할 때 다른 음악 장르만큼 존중을 해주지는 않아요. (이슈성으로 인해) 팔로워수나 조회수를 위한 것일 때가 많죠. 그래서 앞으로 의미 있게 K팝을 다루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에 따라 집필 중인 책 한권을 올해 중 내놓을 계획이다. K팝의 지난 10년을 되돌아보는 책이다. "외국인으로서 지난 10년을 되짚어보는 책이에요. 저의 웹사이트도 개설해서 좀 더 K팝에 대한 의견이나 콘텐츠를 공유할 생각입니다."

associate_pic4나윤선 사진 = 엔플러그
심층적으로 K팝을 대하기보다 가십으로 소비하는 경향이 짙은 한국 미디어 환경에 대한 조언도 청했다.

"아이돌을 좀 더 인간으로서 조명하면 좋겠어요. 아티스트 보다 산업 자체에 포커스를 맞추는 경향이 있는 거 같아요. 어떤 삶을 살고 있고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으며 고민은 무엇인지에 대해서 물어보면 좋죠. 또 팬들과 어떤 방식으로 소통하고 있는지에 대해 집중하는 것도요. 이런 식으로 접근하면 팬들로부터 긍정적 반응을 얻고 팬들과 언론도 신뢰를 구축하게 될 겁니다."

K팝과 다른 결로 한국 음악을 유럽에 널리 알고 있는 스타 재즈 보컬 나윤선은 이날 부싯돌상을 받았다. 2014년 세계 속에 한국의 이미지를 꽃피운 공로를 인정 받아 수상한 '꽃돌상'에 이어 두 번째다.

최정화 CICI 이사장은 "그간 CICI에서 두 번 상을 받은 분은 지휘자 정명훈, 가수 싸이밖에 없었다"면서 "재즈를 통해 한국의 감성을 세계에 알린 공로가 크다"고 나윤선을 높게 평가했다.
 
25년 전 프랑스 소도시에서부터 재즈를 부르기 시작한 나윤선은 현재 매해 세계를 돌며 100회가량 공연을 할 정도로 슈퍼스타가 됐다. 그녀는 "좋은 음악의 감동은 국적, 국경을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는다"면서 "앞으로 한국 아티스트들이 더 넓은 시장에서 좋은 영향략을 끼쳤으면 한다"고 바랐다.

한편 이날 '디딤돌상' 수상자로는 세계 최초로 5G 기술을 상용화한 SKT가 선정됐다.  CICI는 작년 11월15일부터 이달 7일까지 외국인 229명, 한국인 23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한국 이미지 설문조사' 결과도 발표했다. '2019년 한 해 동안 한국에 관해 가장 많이 접한 키워드'는 외국인(84.7%), 한국인(64.85%) 모두 K팝을 꼽았다. K팝이 인기 있는 이유에 대해서도 외국인(84.72%), 한국인(77.82%) 모두 칼군무를 꼽았다.


◎공감언론 뉴시스 realpaper7@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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