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총리, 응급실 바닥에 누운 아이 외면…논란 일파만파(종합)

기사등록 2019/12/10 15:14:08

SNP 대표 "공감 능력·도덕성도 없는 사람"

문제 병원에 보건 장관 보내 경영진 꾸짖어

아이母 "정쟁의 불씨 되는 것 원치 않아"

[워싱턴=AP/뉴시스] 9일(현지시간) 영국 워싱턴의 한 공장을 찾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머리를 쓸어 넘기고 있다. 존슨 총리는 이날 한 기자가 건네준 응급실 바닥에 누워 잠든 4살 짜리 아이의 사진을 외면해 논란을 빚었다. 2019.12.10.
[워싱턴=AP/뉴시스] 9일(현지시간) 영국 워싱턴의 한 공장을 찾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머리를 쓸어 넘기고 있다. 존슨 총리는 이날 한 기자가 건네준 응급실 바닥에 누워 잠든 4살 짜리 아이의 사진을 외면해 논란을 빚었다. 2019.12.10.

[서울=뉴시스] 양소리 기자 = 응급실 바닥에 누워 잠든 4살 아이의 사진을 외면한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를 향한 비난 여론이 확대되고 있다. 9일(현지시간) BBC, 가디언 등 영국 언론은 12일 총선을 앞두고 존슨 총리가 최악의 유세전을 펼쳤다고 관련 내용을 보도했다. 

논란은 이날 선덜랜드에 있는 한 공장을 방문한 존슨 총리가 ITV의 조 파이크 기자와 인터뷰를 진행하던 중 벌어졌다.

파이크는 자신의 휴대전화를 꺼내 어린 아이가 병원에 누워있는 모습을 보여주며 존슨 총리의 생각을 물었으나 총리는 사진에 눈길도 주지 않은 채 보수당의 보건 관련 공약을 나열했다.

기자가 보여준 사진은 중부 요크셔 리즈 지역에 살고 있는 4살 잭의 모습을 담고 있다.

사진의 주인공인 잭은 당시 폐렴 의심 증상으로 응급실(A&E)을 찾았으나 환자를 위한 침대가 부족해 바닥에 누워 잠을 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잭의 어머니가 직접 촬영해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이 사진은 누리꾼들 사이에서 당국의 의료비 삭감 조치가 만들어낸 국민보건서비스(NHS) 폐해의 상징이 됐다.

데일리미러 등 유명 매체는 이날 해당 사진을 지면으로 보도해 더욱 큰 주목을 받고 있던 상황이었다. 

존슨 총리는 기자가 재차 휴대전화 속 사진을 내밀자 이를 빼앗아 자신의 주머니에 넣고 NHS 예산을 확대하겠다는 보수당의 공약을 나열했다.

기자가 다시 "아이의 어머니는 이를 두고 NHS의 위기라고 했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묻자 그제야 존슨 총리는 휴대전화의 사진을 본 뒤 "끔찍하고 끔찍한 사진이다. NHS의 끔찍한 경험을 한 아이와 가족들에게 사과한다"고 말했다.

"왜 사진을 보지 않았냐"는 다른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지만 존슨 총리는 명확한 답변을 하지 않은 채 자리를 떠났다.

가디언은 "정치인들이 인터뷰 중 까다로운 질문을 피하는 일은 드문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가 총리라는 점에서 이번 일은 그에게 훨씬 더 큰 위기를 부를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제1야당인 노동당의 제러미 코빈 대표는 트위터를 통해 "존슨 총리는 이런 일에 신경도 쓰지 않는다"며 비난했다.

보수당·노동당 탈당 의원들이 결성한 신당 '체인지 UK'의 애나 수브리 의원도 "끔찍한 사람"이라며 비판에 가세했다.

조 스윈슨 자유민주당 대표는 "존슨 총리가 사진을 안 본 이유는 명확하다. 그는 누구도 신경을 쓰지 않기 때문이다"며 "존슨 총리는 자신 말고 어느 누구도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의 이언 블랙포드 대표는 "존슨 총리는 공감 능력은 물론 도덕적 나침반도 없는 사람"이라고 했다.

여론이 악화되자 당국도 진화 작업에 돌입한 모습이다.

맷 핸콕 보건부 장관은 문제가 된 병원을 직접 찾아 경영진과 회담을 진행하고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핸콕 장관은 "경악스러운 사건"이라며 "사과해야 할 일이다"라고 말했다.

존슨 총리의 입장을 묻는 기자들을 향해 핸콕 장관은 "사람들이 진정으로 신경쓰는 것은 이 병원의 서비스와 NHS 전반의 품질이 향상되는 것이다"며 답변을 피했다.

아들의 사진이 논란의 중심에 서자 그의 어머니도 당황스럽다는 입장이다.

그는 "두 개의 매체에 아들의 사진을 사용할 수 있도록 허락했으나 더 이상의 보도는 원치 않는다"며 무단으로 이미지를 사용한 매체를 상대로 영국의 언론중재위원회 격인 IPSO(Independent Press Standards Organization)를 통해 공식적인 수정으로 요청했다.

그는 "아들이 정쟁의 불씨가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면서 "언론의 행태가 잭을 비롯해 우리 가족들에게 큰 고통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파이크 기자가 직접 SNS에 게시한 존슨 총리와의 인터뷰 영상은 순식간에 400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파장을 키워가고 있다.

가디언은 이번 사건이 달라진 영국 기자들의 보도 방식과 유권자들이 뉴스를 흡수하는 모습을 단편으로 보여준다고 전했다.

최근 서구권 매체는 온라인판 기사에 기자들의 SNS를 직접 인용해 생생한 현장을 보여주는 데 힘을 쓰고 있다. 기자들도 SNS의 호흡에 맞는 짧은 기사와 영상을 적극적으로 게시하며 누리꾼들과 직접적으로 소통한다.

가디언은 심화 인터뷰와 토론을 피하는 존슨 총리에게 이같은 보도 방식은 더욱 큰 타격을 입히고 있다고 보도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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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등록 2019/12/10 15:14:08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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