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화웨이 갈등에 낀 韓…"中 배려하되 美와 협력 우선해야"

기사등록 2019/06/13 06: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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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무역전쟁 속 한국 정부·기업에 압박 가시화
정부 '로키' 기조 유지…미중 갈등 전담조직 출범
"우리 입장 정하고 상의하는 건 동맹인 미국과만"
"中 배려한 입장 정하되 사전 양해 구하지 말아야"
"한국은 정부가 모든 걸 통제 못한다는 논리 어필"
"민간 기업 결정에 맡기겠다고 하면 갈등 안 커져"
"자유시장 경쟁 가치 원칙 삼아 돌파구 만들어야"
"전략적 모호성만 유지하면 문제 회피로 비쳐져"

associate_pic4【베이징=AP/뉴시스】16일 중국 베이징의 화웨이 매장 앞을 한 남성이 지나고 있다. 2019.05.20.
【서울=뉴시스】강수윤 기자 = 미·중 무역전쟁이 패권 다툼으로 치달으면서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정부와 기업이 '사면초가'에 빠진 모습이다.

최근 미국은 공개적으로 한국 기업들이 세계 최대 통신장비 업체인 중국의 '반(反)화웨이 제재'에 동참하라고 요구했다. 반면 중국 정부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을 불러 직접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는 지난 5일 주한 미국대사관과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주최로 열린 행사에서 "5G(5세대 이동통신) 네트워크상 사이버 보안은 동맹국 통신을 보호하기 위한 핵심 요소"라며 "지금 내리는 (5G 보안 관련) 결정이 앞으로 수십년간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친다"고 화웨이 협력 중단을 공개 압박하고 나섰다.

중국 외교부 당국자는 지난달 28일 중국 외교부를 방문한 한국 외교부 출입기자들과 만나 미·중 무역 갈등과 관련해 한국 정부가 "올바른 판단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지난 수십년간 이어온 '전략적 모호성'으로 대표되는 이른바 '로키(Low Key)' 외교 기조를 유지하며 상황을 관리하고 있다. 그러나 외교가와 IT업계에서는 미·중 양측 눈치를 보며 대응을 미루다 중국의 보복을 자초했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태'가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 국면으로 흐르면서 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이 요구되자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달 30일 뒤늦게 외교부에 미·중 무역갈등을 비롯한 미중관계 전담 조직 신설을 지시했다. 화웨이 딜레마 대응전략을 짤 '전략조정지원반'이 이번주 출범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화웨이 사태와 관련해 우리 정부가 한미 동맹을 기초로 중국을 자극하지 않는 정도의 입장을 정해야한다고 입을 모았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우리 정부 입장에서 '로키'를 취하는 것은 좋지만 중국의 눈치를 본다는 식의 메세지는 한미 관계, 한중 관계에도 좋지 않다"면서 "우리의 스탠스(입장)를 정하고 상의하는 것은 동맹인 미국과만 해야 한다. 우리가 미국과 사전 협력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이 문제를 처리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associate_pic4【서울=뉴시스】배훈식 기자 = 중국 화웨이가 30일 서울 중구 한국 지사에 미중 갈등으로 개소식 연기 가능성도 점쳐졌던 5G 오픈 랩을 개소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화웨이코리아 사무실 모습. 2019.05.30. dahora83@newsis.com
신 센터장은 또 "중국을 과도하게 자극하지 않는 정도의 스탠스를 정하고 중국의 이익을 배려한 의사결정은 하되 사전에 중국과 컨설팅을 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면서 "과거 사드 때와 같이 중국에 미리 양해를 구하면 한국을 설득이나 압박의 대상으로 볼 수 있다. 중국이 한국의 국내 정치에 개입할 수 있다는 인식을 버리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남창희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한미동맹, 한미일 협력체제를 강화함으로써 한중 간 경제협력을 어느정도 유지하는 것에 대한 (미측의) 양해를 구하는 방법이 합리적인 해법"이라고 설명했다. 남 교수는 다만 "양측이 명확한 태도를 요구하는 상황에서 전략적 모호성만 유지하면 문제를 회피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고 실속도 없다"고 지적했다.

또 정부가 민간기업의 자율성과 결정권을 존중해 자유시장 경쟁체제의 틀을 지키는 것이 국익을 최대한 보호하는 일이며, 화웨이 기업과 관련된 미국의 안보 우려에 대한 확인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남 교수는 "한국은 중국과 달리 국가가 모든 걸 통제하지 못한다는 논리를 펴서 기업들의 경제활동 공간을 확보해주고 이러한 논리를 중국에게 강력하게 어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국과 함께 오랜 시간 보편적 가치인 자유시장 경쟁체제와 자유무역주의를 공유해왔는데 한국은 이러한 원칙을 명확히 하고 자유시장 경쟁체제 하에서의 민간 기업의 자율성을 보장해줘야 한다"면서 "한국 기업들이 미국 편에 설까봐 중국이 압박하고 있는데, 한국이 자유시장 경쟁체제 원칙을 지키고 민간 기업에 결정을 맡기겠다고 하면 중국의 우려가 크지 않고 국가간 갈등으로 커지지 않을 것"이라고 짚었다.

김 교수는 "자유시장 경쟁체제 가치를 원칙으로 삼고, 미국이 군사안보 우려에 대한 명확한 근거를 제시하면 제한을 둘 수 있다는 입장을 취하면서 미중 사이에서 돌파구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주문했다.


sho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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