낸시 펠로시 "김정은 의도는 비핵화 아닌 남한 비무장화"(종합2보)

기사등록 2019/02/14 00:36:37

문희상 의장-여야 지도부, 美의회서 펠로시 하원의장 면담

펠로시 "北 비무장화 의도가 있는데 받아들일 수 있느냐"

참석자 "미국 '신보수주의(네오콘)' 같은 생각 갖고 있는 듯"

정동영 "트럼프 대북정책은 美민주당 '페리 프로세스' 이어"

펠로시 "나는 그런 믿음 없다…1차 북미정상회담은 실패"

배석한 다른 美 민주당 의원도 한반도 비핵화 회의론 언급

참석자들 "트럼프 아닌 분단 고통 韓 시각서 봐달라" 설득

펠로시, 위안부 문제 언급하며 "일본이 합의 존중해으면"

【워싱턴=뉴시스】한주홍 기자 = 낸시 펠로시(민주당) 미국 하원의장은 12일(현지시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의도는 비핵화(denuclearization)'가 아니라 남한의 '비무장화(demilitarization)'"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펠로시 의장은 이날 방미 중인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단을 면담한 자리에서 이같이 밝혔다.

비공개 면담에서는 북한의 비핵화 의지와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펠로시 의장은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상당한 회의론을 언급했다고 한다. 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불신도 강하게 드러냈다.

펠로시 의장은 문 의장과 여야 대표단에게도 "북한이 비핵화가 아닌 비무장화 의도가 있는데 그렇게 되면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고도 물었다.

한 참석자는 "펠로시 의장이 김 위원장이 비핵화를 내걸었지만 결국 한미군사훈련을 안 하게 되고 미군을 줄이게 되면 남한이 약화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한 것 같다"며 "미국의 '신보수주의(네오콘)'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펠로시 의장은 과거 북한의 '고난의 행군' 직후 방북한 경험을 회의론의 근거로 제시하면서 "북한 주민들이 너무 비참하다"고 언급했다. 여기에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펠로시 의장에게 "이른 시일 내 방북해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하기도 했다.
【서울=뉴시스】미국을 방문중인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단이 12일(현지시각) 미국 국회의사당에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면담을 하고 있다. 2019.02.13. (사진=국회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미국을 방문중인 문희상 국회의장과 여야 대표단이 12일(현지시각) 미국 국회의사당에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면담을 하고 있다. 2019.02.13. (사진=국회 제공) [email protected]
정 대표는 "펠로시 의장은 20년 전에 북에 갔던 이야기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면서 "기본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불신과 견제, 비판적 시각의 바탕 위에서 '북한도 믿을 수 없다'는 시각을 계속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하려는 대북정책이 과거 민주당 집권 시절 빌 클린턴 정부가 내세운 포괄적 대북해법 '페리 프로세스'를 잇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펠로시 의장은 "나는 그런 믿음이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여야 대표단에게 '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한국이 기대하는 게 무엇이냐'고도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 대표는 "북미가 적이 아니고 베트남처럼 우방으로 변하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미국에도 국익 확장 아니냐"고 답했다.

펠로시 의장은 지난해 열린 제1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도 드러냈다. "1차 북미정상회담은 성과가 없었다고 본다"고도 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펠로시 의장이 '지난해 정상회담은 김정은에 대한 선물에 불과했다. 지금은 말이 아니라 증거(evidence)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펠로시 의장은 수차례 '증거'를 강조하며 "이달 말 있을 제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증거를 봐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면담에 배석한 앤디 김(민주당) 하원의원 역시 회의론에 동조하며 "말이 아닌 행동이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정 대표는 펠로시 의장의 비핵화 회의론을 불식시키기 위해 직접 근거도 제시했다. 그는 "펠로시 의장에게 김 위원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만나 베트남의 길을 가겠다고 한 것, 9·19 남북정상회담에서 전문가 참관하에 엔진시험장 등을 폐기하겠다고 한 것, 미국의 상응조치가 주어지면 영변 핵시설을 영구폐기한다고 한 것 등을 비핵화의 근거로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왜 1차 북미정상회담이 실패하고 보느냐. 트럼프 대통령 중심으로 보지 말고 분단의 고통을 겪은 한국인의 시각에서 봐달라"고 계속해서 펠로시 의장을 설득했다고 한다.

이날 열띤 토론이 이어지면서 면담은 당초 정해진 30분을 훌쩍 넘긴 1시간 20분가량 이어졌다.
【서울=뉴시스】미국을 방문중인 문희상 국회의장이 12일(현지시각) 미국 국회의사당에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악수하고 있다. 2019.02.13. (사진=국회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미국을 방문중인 문희상 국회의장이 12일(현지시각) 미국 국회의사당에서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악수하고 있다. 2019.02.13. (사진=국회 제공) [email protected]
면담 말미 펠로시 의장은 "사실 '낙관적(optimistic)'이지는 않지만 '희망적(hopeful)'이다. 한국 국회 대표단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내가 틀리고 당신들이 맞기를 바란다"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면담의 한 참석자는 "문 의장과 이해찬·정동영 대표가 계속 긍정적 방향에 대해 언급하자 상당히 진지한 분위기로 토론이 오갔다"며 "펠로시 하원의장이 면담 말미 '이런 진지한 토론을 벌여줘서 고맙다'고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펠로시 의장은 아울러 "제가 말하고 싶은 건 위안부 문제"라며 특별히 위안부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관심을 가지고 있고 피해자들이 권리를 침해당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들을 지지한다"며 "그분들을 도와드리려고 한다. 합의를 일본이 존중해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펠로시 하원의장은 2007년 하원의장에 재임할 당시에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일본에 공식 사과를 촉구하는 결의안 통과되는 데 주효한 역할을 했다. 

지난 2015년 방한 당시에도 윤병세 외교장관을 접견한 자리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위안부 문제에 대해 사과하길 바란다고 밝힌 바 있다.   

공개 모두발언을 통해서는 펠로시 하원의장과 문 의장은 모두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한 목소리로 강조했다.

펠로시 하원의장은 "그동안의 한미관계를 굉장히 소중하게 생각한다"며 "기회가 있을 때마다 미국에 있는 한인사회가 얼마나 우리에게 자랑스러운지도 언급한다"고 설명했다.

문 의장은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성공하기를 바라며 한국에서도 조야의 다른 의견이 존재하지만 한 마음, 한 뜻을 전달하기 위해 이번에 다 같이 방문하게 됐다"며 "한미동맹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다. 미래에도 동맹이 계속 강화돼야 우리가 비핵화와 한반도의 영구적인 평화를 구축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문 의장은 면담을 마친 뒤 펠로시 의장에게 본인이 직접 쓴 '만절필동(萬折必東)'이라는 휘호를 선물로 전달하기도 했다. 만절필동은 '중국 황하가 아무리 굽이가 많아도 반드시 동쪽으로 흐른다'는 의미로 문 의장이 북한의 비핵화 관련 '긍정론'을 강조하며 언급하는 사자성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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