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이성적 과열' vs '대세 상승'…강북 집값 어디로

기사등록 2018/08/26 08:34:01

주택시장 거품 꺼질 것 vs 호랑이 등 탄 듯 오를 것

매물 적고 호가만 올라 추세 판단은 어렵다는 의견도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책으로 서울 집값이 한동안 주춤했지만 최근 개발 호재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올들어 연속 8주 상승폭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24일 서울 시내 주택가 모습. 2018.08.24. photocdj@newsis.com
【서울=뉴시스】최동준 기자 =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책으로 서울 집값이 한동안 주춤했지만 최근 개발 호재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올들어 연속 8주 상승폭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24일 서울 시내 주택가 모습. 2018.08.2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김가윤 기자 = "미국 부동산 관련 주가는 1월말 이후 25%나 하락했습니다. 저금리 때문에 전 세계 주택 시장에 거품이 형성됐다가 이제 해소되고 있어요.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닙니다." (김영익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서울 강북 집값이 '박원순 효과'로  들썩이며 매주 상승폭을 키워가자 그 지속 가능성을 놓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집값이 횡보세를 뒤로 하고 '상승기류'를 탔다는 대세 상승론부터,  조만간 정점을 찍은 뒤  늦어도 내년중에는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거품론'까지 백가쟁명식의 논의가 꼬리를 물며 투자자들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근 이러한 논쟁의 대열에 합류한 주인공이  '닥터 둠(비관적인 관점에서 예측하는 경제전문가)'으로 통하는 김영익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다. 김 교수는 지난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2001년 미국 시장의 주가 폭락 사태 등을 정확히 예측해 화제를 모은 애널리스트 출신의 학자다. 김 교수의 집값 예측은 불안한 흐름을 보이는 거시 경제 변수에 뿌리를 두고 있다.

 '한국의 루비니'로 불리는 김 교수는 25일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머지않아 서울 집값이 정점을 찍을 것"이라며 집값 상승세가 잦아들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모든 자산가격을 결정하는 건 경제인데 상위 5분위만 소득이 증가하고 나머지는 감소하는 등 전반적으로 경제가 어려워지고 있다"며 "집값 상승률과 같이 가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작년 하반기부터 계속 꺾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내후년까지 한국 경제가 더 어려워질 텐데 과연 집값이 계속 오를지는 의문"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저금리·양적완화로 지난 2018년 이후 시장에 풀린 유동성이 주식, 채권, 가상화폐, 부동산 등 자산시장을 휘저으며 '버블'을 키웠지만, 이러한 부채 성장의 시대도 이제는 서서히 막을 내리고 있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그는 2019년 부동산 시장이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지난 2016년 채권시장에서 거품이 붕괴된 데 이어, 올해 초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시장이 무너졌고, 중국도 올해 1월 말 이후 주가가 25%하락했는데,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자산시장에 번지는 이러한 불온한 징후들을  한국 부동산 시장 침체를 알리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 투자 전문가인 봄날의 곰(본명 김영기)도 최근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부동산 시장 조정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그는 세계 부동산 시장의 동조화 현상을 언급하며 "이미 올해 최근 몇 년간 상승세를 거듭해온 미국 맨해튼 집값이 진정세를 나타내는 등 글로벌 시장에 가격 조정이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시중에 풀린 유동성은 앞으로 3년 거치가 지나는 시점에 원금 상환까지 얹어져 빠르게 회수될 것"이라며 "여기에 금리 인상까지 더해지면 2021년께 취약층을 시작으로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봄날의 곰은 이어 "단기적으로 봤을 때는 금리가 아직 낮은 상황이기 때문에 포트폴리오를 늘릴 수 있다고 쳐도, 앞으로 금리가 오를 것을 뻔히 아는 상황에서 감당할 수 없는 대규모 부채를 늘리는 것은 피해야 한다. 다시 현명하게 판단할 수 있는 시장이 돌아온다. 부동산 사이클은 순환한다"고 조언했다. 소나기가 곧 내릴텐테, 일단은 피하고 보자는 것이다.

 이광수 미래에셋대우 리서치센터 소속 건설부동산 애널리스트도 가파른 강북 집값 상승이 '착시효과'에 불과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원은 "강북 집값이 확실히 올랐는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한 뒤 "지금은 호가만 오르고 있고 매물이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 7월 강북14개구의 아파트매매 거래량은 총 3056건으로 5년 평균 대비 38.2% 감소했다.

 이 연구원은 다만  "정부의 의지나 정책 지원에 따라 (강북은) 상승여력이 상대적으로 큰 지역"이라고 말했다. 미중간 무역분쟁,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을 비롯한 대외 악재들이 돌출하면서 부동산 투자 환경도 뒷걸음치고 있지만, 용산 개발 등 개발호재가 다시 불거지면  강북의 집값은 이러한 악재를 상쇄하고도 남을 정도로 상승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반면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이코노미스트)은 "매물도 없는 상황에서 거래를 하려고 뛰어드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체감상 과열이 맞긴 하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그는 "이미 '호랑이 등을 탄 격'이라 죄다 신고가를 경신해야 상승세가 끝나게 될 것"이라며 이러한 상승세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홍 팀장은 강북 집값이 오르는 배경으로 풍부한 유동성을 꼽았다. 그는 "대기업 직장인 연봉이 오르는 추세고 인터넷 뱅크에서 몇 억씩 대출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 유동자금이 고여 있다"고 진단했다. 정부가 돈줄을 조이고 있지만,  주택 주 수요계층의 소득 수준이 꾸준히 오르고 있는 데다, 이러한 규제를 우회해 투자금을 확보할 창구도 여전히 열려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는 "강남은 규제로 막혀있어 강북으로 눈을 돌린 모습"이라고 분석했다. 이제껏 부동산 시장을 주도하던 강남 재건축 시장이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 등 각종 규제로 막혀, 수요자들이 비강남권을 찾게 됐다는 것이다. 그는 "아마 2006년 이후 가장 강한 장한 장이 형성되고 있는 것 같다"며 "2015년부터 서서히 상승세를 타던 장이 정부 규제로 잠시 억눌러졌다 터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태욱 하나은행 부동산팀장도 "강남은 이미 가격도 많이 올라있고 규제도 많이 가해지다보니 투자하기가 힘들다"며 "강북 쪽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해서 투자가 편하다"고 했다. 강 팀장은 "강북의 기존 아파트들은 5~6억 하는데 강남은 12억 하는 등 그동안 집값 차이가 너무 컸다"며 강북 집값이 강남과의 '갭 메우기' 차원에서도 당분간 계속해서 오를 것이라 전망했다.

 한편, 24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집값은 0.34% 올랐다. 상승폭은 전주(0.15%)보다 배이상 커졌다. 지난 2월말(0.40%)이후 26주만에 최고치다. 도봉(0.56%), 금천(0.53%), 서대문(0.52%), 노원(0.47%), 용산(0.44%), 마포(0.43%), 구로(0.38%), 성북(0.38%), 강북(0.36%),은평(0.36%) 등 강북 지역이 상승흐름을 주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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