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오현석 삼성證 투자전략센터장 "外人, 국내 증시 싼줄 알면서 팔아…하반기도 만만찮다"

기사등록 2018/08/19 05:00:00

외국인, 올해 3.3조 누적 순매도…"패시브 위주 자금 운영이 원인"

미디어·콘텐츠·음식료 등 트렌드에 맞는 테마 위주 투자 유망할 것

신흥국 위기, 외환시장에서 시작…"통화가치 하락 악순환 반복돼"

"G2 갈등, 빠르면 9월 봉합될 것…트럼프 재임 기간 장기화 가능성도"

【서울=뉴시스】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 (사진 = 삼성증권 제공)
【서울=뉴시스】오현석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 (사진 = 삼성증권 제공)
【서울=뉴시스】장서우 기자 = "대외 환경의 불확실성이 워낙 큰 데다 100% 개방된 우리나라 자본시장은 외국인들의 자금 흐름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죠. 최근 증시 조정을 이끈 요인들이 하루 이틀 내에 해결되긴 어렵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하반기 시장도 만만치 않을 것입니다."

오현석(49) 삼성증권 투자전략센터장은 지난 14일 뉴시스와 인터뷰에서 하반기 증시에 대해 이같이 전망했다. 그는 증시 부진의 원인에 대해선 "한국 시장이 이익 대비 주가가 저평가됐고 삼성전자 등 글로벌 기업들의 존재감이 있는 건 분명하지만 외국인들이 이를 알면서도 팔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매도세는 최근 증시 하락의 주요 요인으로 지적돼 왔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올해 초 매수 우위를 보이다 지난 3월 말께부터 매도세로 전환했다. 올해 1월2일부터 지난 17일까지 누적 순매도 규모는 3조3603억원에 달한다. 외국인 자금 이탈은 지수 하락세와 방향을 같이 해 왔다.

오 센터장은 국내·외 투자자들의 투자 방식이 액티브 펀드에서 인덱스 펀드 및 상장지수펀드(ETF) 등으로 변화한 것에서 이러한 현상이 비롯됐다고 짚었다. 소위 '신흥국 위기설'이 제기될 때마다 패시브 펀드에 투자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기계적으로 환매해 돈이 빠져나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액티브 방식으로 운영하는 펀드가 장기적으로는 '시장을 따라가는 정도밖에 안 되는 수준'이라는 학습효과가 국내에선 수년, 해외에선 수십 년간 나타나 투자자들이 비싼 수수료(fee)를 내면서 굳이 액티브로 운영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라며 "삼성전자의 주가수익비율(PER) 6.5배, SK하이닉스가 3.5배밖에 안 되는데도 외국인이 파는 이유는 액티브로 운영하는 자금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이머징 마켓(EM) 내 국가별 편입 비중을 보면 중국이 가장 높고 그다음이 한국이지만 개별 종목으로 보면 삼성전자(005930)의 비중이 가장 높다. 결과적으로 터키발 금융시장 불안 등 신흥국 관련 뉴스 플로(flow)에 좌지우지되는 외국인들의 환매 랠리로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기업은 안타깝게도 삼성전자라는 분석이다.

그는 외국인 자금이 지속해서 시장을 이탈하면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의 수급도 자연스레 나빠지는 구조여서 당분간 '인덱스 플레이'보단 유망 테마를 몇 가지 선정해 투자하는 것이 유효할 것으로 봤다. 사회 트렌드에 맞춰 주가 상승 모멘텀을 갖고 있는 미디어, 콘텐츠, 1인 가구 관련 음식료 등 업종과 함께  조선 등 현 주가 수준이 연저점에 위치해 있는 업종에 대한 저가매수(bottom-fishing) 타이밍을 잡아보라는 조언이다.

삼성증권은 최근 펴낸 보고서에서 올해 들어 신흥국에 대한 우려가 지속해서 확대되고 있는 근본 배경으로 미국 금리 인상과 이에 다른 달러화 강세 지속을 꼽은 바 있다. 미국과 미국 외 지역 간 '비동조화(desynchronize)' 확산 국면에서 강달러 현상이 신흥국(EM) 자산의 투자 매력을 약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미국의 금융 여건이 신흥국 국내 금융여건지수 변화에 미치는 영향은 평균 20~40%이며 일부 국가에선 60~70%에 달한다.

아르헨티나, 터키 등 과거 신흥국 위기 사례들에서 공통으로 나타나는 특징은 선진국과 달리 지표 악화가 단시일 내에 급격히 진행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신흥국 통화가치 절하는 달러 부채를 보유한 경제 주체들의 자금 조달 능력 축소, 재무 건전성 악화, 기업의 투자·생산 활동 위축, 담보가치 훼손 등으로 이어져 자국 통화가치의 추가 하락을 더욱 가속한다는 설명이다.

오 센터장은 "미국이 경기 호황의 최정점을 달려가고 있는 가운데 금리 인상으로 신흥국 내에서 달러가 사라지면 자본수지와 경상수지가 모두 적자인 상황을 버텨낼 국가들이 많지 않을 것"이라며 "잠재적으로 불안한 나라에 자산을 노출하고 싶지 않은 투자자들은 자금을 계속 빼내고 이에 그 나라 통화가치는 더욱 하락하게 되는 악순환이 반복돼 외환위기나 신용위기의 가능성이 점점 현실화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터키발 금융위기로 인한 지수 조정은 우려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고 짚었다. 올해 들어 빠진 주가 중 상당 부분은 미·중 무역 분쟁과 갈등의 장기화로 인한 자금 이탈에 기인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오 센터장은 "터키의 경우 외교 이슈와 맞물려 있어 과거에 주기적으로 반복돼 왔던 신흥국 위기 경로와는 다르게 진행되고 있다"며 "11월 중간선거 1~2달 전에 미국이 중국과의 싸움에서 승리를 선언하고 이를 선거 전략에 녹여내야 하기 때문에 미-중 통상 마찰은 빠르면 9월에 봉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G2 갈등의 장기화 가능성도 부인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그는 "중국이 치고 올라오는 힘에 대해 미국이나 유럽 등이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어 지속해서 압박을 가해 중국의 기세를 누르려 할 것이라 보는 시각도 있다"며 "그 관점에선 무역 전쟁이 도널드 트럼프 정부 4년 내내, 재선할 경우 8년까지도 지속될 가능성이 있어 갈 길이 멀다"고 우려했다.

그는 향후 1년간은 주식보단 채권이 투자 대안으로 기능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관건은 다음달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이후 10월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 여부다.

오 센터장은 "미국과 금리 차가 벌어지는 것에 대한 리스크가 있지만 동시에 국내 경기가 정점에 이른 후(peak out)  둔화세를 보이고 있어 단순히 금리를 올리기에도 버거운 상황"이라며 "미국이 연말까지 금리를 2번 인상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달러 표시 자산을 보유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했다.

오 센터장은 홍익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를 취득한 후 1995년 동서증권을 시작으로 금융투자업계에 발을 들였다. 이후 1999년 현대증권을 거쳐 2003년부터 삼성증권에서 근무했다. 투자정보팀, 리서치센터 투자전략팀장직을 거쳐 투자전략센터장으로는 2014년 12월부터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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