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머스 "트럼프 경기부양 정책은 내성 키우는 약물"

기사등록 2018/08/07 16:39:28
  • 트위터
  • 페이스북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문자
  • URL
"트럼프, 경제 둔화 대비책 준비하지 않고 있어"
"미 경제성장, 트럼프 이전부터 전망돼온 것일 뿐"

associate_pic4【다보스=AP/뉴시스】미국의 래리(로런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이 18일 스위스 다보스 포럼의 패널에서 말하고 있다. 그는 트럼프의 포퓰리즘의 역효과를 경고했다. 2017. 1. 18.
【서울=뉴시스】박상주 기자 =  빌 클린턴 미 행정부 시절 재무장관을 지냈던 로런스 서머스 하버드대학 교수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업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경제정책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제기했다.

 서머스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재정투자를 통한 경기부양 정책은 “내성을 키우는 약물”과 같다면서 “미국 경제가 하강국면으로 들어설 경우 강력하게 대처할 수 있는 통화정책에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머스 교수는 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에 기고한 “트럼프는 경제 둔화 대비책을 세우지 않고 있다(Trump hasn’t prepared us for the inevitable economic slowdown)”라는 제하의 글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의 경기 부양정책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서머스 교수는 현재 미국의 경제 호조를 자신의 업적으로 자랑하고 있지만 이는 트럼프 취임 이전부터 예상됐던 시장 전망치의 오차 범위에서 이뤄지고 있는 성장일 뿐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서머스 교수의 WP 기고문의 요지.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경제의 호조를 자신의 공으로 돌리면서 자랑을 하고 있다. 지난 2분기 미국 경제는 왕성한 성장을 했다. 미국 증시는 호황이다. 실업률은 4% 아래로 떨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중간선거가 다가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지지자들의 레토릭(수사법)은 갈수록 늘어만 갈 것이다.

  첫째, 역사를 되돌아보면 실업률 하락 국면에서 대통령의 인기가 상승했다. 만일 실업률이 지금처럼 3.9%까지 떨어지지 않고, 장기 평균치인 5.8%로 높아진다면 그렇지 않아도 저조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은 더 떨어질 것이다. 

 둘째, 현재 미국 경제 성장률은 당초 예상됐던 전망치의 오차 범위 안에서 이뤄지고 있다. 지난 2016년 대선 이전, 그러니까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을 예상할 수 없었던 당시에 시장 전문가들은 이미 2017년과 2018년 미국의 경제 성장률이 각각 2.2%와 2.1%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실제 경제성장률은 2017년 2.2%를 기록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2.8%로 제시되고 있다. 이는 당초 예상됐던 전망치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변동을 보인 것은 아니다.

 셋째, 기대치를 넘어선 미국 경제 성장은 대외적 경제 여건에서 비롯된 바가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미국의 경제 성장은 미국 정부의 정책 덕이라기보다는 글로벌한 요인의 영향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지난 2017년 미국의 경제 성장률은 전문가들의 전망치에 부합하는 것이었다. 중국과 유럽, 일본 등 다른 나라들은 시장 전망치를 넘어서는 성장을 보였다.

associate_pic4【루이스센터=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오하이오주 루이스센터에서 유세 연설을 하고 있다. 2018.08.05.
2018년의 경우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또 다시 다른 나라 성장률보다 뒤쳐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넷째, 미국이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때문에 아주 매력적인 투자처로 부상하고 있다는 주장은 의문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올해 1분기 미국에 대한 순 외국인직접투자는 지난 2016년 동기 대비 3분의 2 가량 떨어졌다.

 골드만삭스의 애널리스트들은 해외 비즈니스 비중이 많은 미국 기업들이 국내 기반의 기업들에 비해 더 좋은 실적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다섯째, 미국 경제가 지금처럼 왕성한 성장을 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의 실업률은 4%를 밑돌고 있다. 물가상승률 압박도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미국은 견조한 경제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어느 누구도 확실하게 그 이유를 설명하지는 못하고 있다.

 아마도 세계화와 기술발전, 노동자 세력의 약화 등 여러 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을 하면서 물가상승률 프로세스에 변화를 초래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경제성장은 오랜 시간에 걸쳐 나타나고 있는 이 같은 구조적인 변화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를 트럼프 대통령의 업적으로 돌린다는 일은 이해하기 어려운 것이다.

 여섯째. 벤 버냉키 전 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정책에 “절벽에서 떨어지는 와일 E. 코요테(미국 만화영화 속에서 로드러너를 잡으러 쫓아다니는 늑대 캐릭터)”라는 딱지를 붙였다. 미국 경제가 사냥감을 쫓다가 절벽에서 떨어지는 코요테의 꼴이 날 것이라고 경고한 것이다.

 현재 미국 경제의 성공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덕으로 돌릴 수 있는 요인이 있다. 그러나 이는 미래의 번영을 미리 끌어다가 쓰는 것일 뿐이다.

재정투자를 통한 경기 자극은 내성을 키우는 약물과 같다. 경제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부 부채도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대외 경제 여건의 악화와 재정투자 확대의 중단, 통화 긴축 정책의 지연 등 악재들이 합쳐질 경우 경제 성장은 둔화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글로벌 무역전쟁을 통해) 미국 수출업기업들에 대한 외국의 보복을 자초하고 있다. 이로 인해 미국 통화정책의 입지는 제한돼 있다. 미국 경제가 하강국면으로 들어설 경우 강력하게 대처할 수 없을 것이다.

 sangjooo@newsis.com

기사등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