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존번 교수 "'태양의 도시 서울' 지속가능한 에너지 전환 필요"

기사등록 2017/12/10 10:37:14

최종수정 2017/12/31 12:08:26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국제 재생에너지 전문가 존 번 교수가 7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길 서울시청 별관 후생동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12.10.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국제 재생에너지 전문가 존 번 교수가 7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길 서울시청 별관 후생동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12.10.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손대선 박대로 기자 = 존 번 미국 델라웨어대 석좌교수는 에너지 석학으로 불린다. 2007년 노벨평화상 공동수상자로 현재 재생에너지환경재단(프리·FREE) 대표도 맡고 있다.
 
  유엔 정부간기후변화위원회(IPCC) 핵심 구성원으로서 노벨평화상을 받은 그는 2013년 서울국제에너지자문단으로 위촉된 이래 '서울시 원전하나 줄이기' 정책의 목표수립과 사업 확대에 기여해 왔다.

  서울시가 지난달 발표한 대규모 태양광 확대 계획 '태양의 도시 서울'의 일환으로 최근 개최한 '제4회 서울시 에너지자립마을 신사업 포럼' 참석차 서울을 찾은 존 번 교수는 지속가능한 에너지로서의 태양광의 가치를 서울시민에게 알렸다.

  뉴시스는 지난 7일 오후 서울시청 서소문별관에서 포럼을 마친 존 번 교수를 만나 신재생 에너지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서울을 매개삼아 물었다.

  '태양의 도시 서울' 프로젝트는 현재 세계 대도시 태양광 프로젝트중 최대규모인 1GW를 2022년까지 설치한다는 게 핵심이다

  존 번 교수는 '태양의 도시 서울' 프로젝트에 대해 "지속가능한 에너지로 전환하기 위한 강력한 정책"이라며 "이를 추진하는 게 매우 기쁘고 신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태양광으로 1GW를 설치하겠다는 전략은 실용적이면서도 인상적"이라며 이 프로젝트가 신재생 에너지 사업에서 선도적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존 번 교수는 한국을 찾은 것은 지난 1987년부터다. 이후 한해에 2~3번꼴로 한국을 찾을 정도로 한국에 관심을 보여왔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 석좌교수로도 재직중이다. 한국을 '다이내믹(dynamic)'이라는 키워드로 요약한 그는 태양의 도시 프로젝트가 이 같은 역동성에 힘입어 성공할 것이라고 전망하며 응원의 말을 아끼지 않았다.   

  다음은 존 번 교수와의 일문일답.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국제 재생에너지 전문가 존 번 교수가 7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길 서울시청 별관 후생동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12.10.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국제 재생에너지 전문가 존 번 교수가 7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길 서울시청 별관 후생동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12.10. [email protected]
  -한국에 온 지 30년 된 것인데 87년에 비해 2017년은 많이 변했다. 서울시도 특히 많이 변했다. 어떤 변화상을 느끼나?

   "매우 역동적이다. 1987년에는 한국에 휴대전화도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세계 1위와 2위를 다투는 삼성이라는 휴대전화 제조사가 있다. 개인적인 일이긴 하지만 1987년에는 서울은 커피를 마시기 어려웠다. 대신 차를 마실 수 있어서 매우 행복했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차를 찾기 매우 어렵다. 그런 것처럼 많은 부분에서 바뀌었다. K팝이나 한류 등등에서 한국은 매우 역동적이다. 이 같은 변화는 1987년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다."

  -신재생에너지 태양광 등 에너지 정책은 87년에도 얘기됐던 것이다. 일상에서 엄청난 큰 변화는 없다. 박원순 시장이 주도하는 '태양의 도시 정책'도 그런 면에서 꼭 빠르다고는 할 수 없지 않나.

  "일부 동의하지만 정책적인 면에서는 많이 바뀌었다. 한국에 연구차 처음 방문했을 때에는 에너지 효율 문제를 중요시하는 사람이 없었다. 한국에서는 건설 분야에서의 에너지 효율을 매우 중시하고 있다. 2005~2006년을 돌아보면 재생에너지는 한국에서 많이 다뤄지지 않았지만 지금은 다뤄지고 있다. 특히 서울시는 태양광으로 1GW를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고 이는 전 세계 어느 도시가 제시한 목표 중에 가장 높은 수치다."

  -서울시 정책을 칭찬하려는 것인가?
  
  "칭찬하려는 게 맞다(웃음)."

  "한국은 일단 목표를 정하고 나면 새로운 방향으로 매우 빨리 변하는 경향이 있다. 생각하기에 그동안 변화가 느리고 다고 할 수 있지만 지금 서울은 매우 빨리 변하고 있다. 이 점은 칭찬받아 마땅하다."

  -30년 전에는 현재쯤 석유가 고갈돼 태양광으로 차, 주택 연료를 모두 쓴다는 전망이 있었지만 발전 속도가 생각보다 느리다. 왜 늦춰지고 있다 생각하나?

  "좋은 질문이다. 누가 2017년에 석탄이 고갈된다고 얘기했는지 모르지만 그런 얘기는 꽤 널리 퍼져있었다. 하지만 여러 측면에서 많이 바뀌었다고 본다. 첫째는 석탄이 대체되는 속도가 매우 빠르다. 10년 전과 달리 지금은 변화 속도가 매우 빠르다. 미국 같은 경우 천연가스가 이미 석탄을 대체하고 있다. 새 발전소중에는 석탄화력발전소가 거의 없을 정도다. 그리고 가장 빠르게 늘어나는 전기 에너지원은 태양광이다. 더뎌 보이지만 에너지 패러다임이 바뀌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국제 재생에너지 전문가 존 번 교수가 7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길 서울시청 별관 후생동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12.10.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국제 재생에너지 전문가 존 번 교수가 7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길 서울시청 별관 후생동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12.10. [email protected]
  -고리원전 관련해 '짓느냐, 마느냐' 논란 있었다가 계속 짓기로 했다. 어떻게 평가하나?
  
  "나는 한국 시민이 아니라 한국 정치에 개입할 생각은 없지만 그럼에도 고리원전 재가동 결정을 접하고 굉장히 놀랐다. 지금처럼 태양광 에너지 효율이 높아지고 있는데 왜 굳이 매우 낡은 원전을 재가동했는지 놀랐다."

  -기자가 대답해야겠다. 한국은 경제개발을 위한 전력수급의 안정성을 중시하는 국가라서 당장 원전을 중단하면 전력 부족 사태가 일어날 수 있다. 최근 수년사이 블랙아웃 우려도 있었다. 다만 원전이 위험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교수님은 원전이 경제적으로도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했다."

  "원전은 블랙아웃과 전력수급 불안정을 초래한다. 원전에서 인증 받지 않은 부품을 써서 원전이 한동안 중단되는 일도 있었고 그로 인해 많은 한국인이 불편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경제성장에도 차질이 있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기간 동안 새로운 에너지원으로의 전환을 생각해볼 수 있었을 것이다. 태양광이나 풍력 등 덜 위험한 기술로의 전환 말이다. 원전이 경제성장의 근간인지 아니면 위험요인인지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도 됐을 것이다. 이렇게 말하는 이유는 적어도 세계 시장에서는 재생에너지와 청정에너지 사업이 원전보다 최소 3배에서 최대 7배까지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자리 창출이 경제에 좋은 일이기 때문에 재생에너지와 청정에너지가 경제성장의 동력이 될 수 있다."

  -미국에서 신재생에너지 사업 발전의 최대 적은 화석에너지에 기반을 둔 다국적 기업이라고 한다. 한국도 큰 에너지 회사들이 있다. 어떻게 생각하나. 신재생에너지의 걸림돌이라 생각하지 않나?
 
  "나는 그 에너지기업들은 자기들이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시장을 유지하고 싶을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에서 보조금도 받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이런 대형기업들이 재생에너지로 눈을 돌리지 않으면 시장점유율이 낮아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 가지 예를 들어보겠다."

  -말을 막아 미안하지만(에너지기업에 우호적인데) 재생에너지환경재단하면서 혹시 (에너지기업의)지원을 받나?
 
  "(정색하며)없다. 우리는 에너지기업으로부터 지원을 받지 않는다. 화석연료기업이나 재생에너지기업이든 한 푼도 받지 않는다.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국제 재생에너지 전문가 존 번 교수가 7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길 서울시청 별관 후생동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12.10. bjko@newsis.com
【서울=뉴시스】고범준 기자 = 노벨평화상 수상자이자 국제 재생에너지 전문가 존 번 교수가 7일 오후 서울 중구 덕수궁길 서울시청 별관 후생동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17.12.10. [email protected]
  "1980년대에 휴대전화가 없을 때 한국이든 미국이든 유선전화 회사는 한두 개 밖에 없었다. 이 회사들은 통신시장 전체를 통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가 많다. 미국의 AT&T, 한국의 SK텔레콤이 만약 휴대전화가 늘어나는 시장에 적응하지 않았다면 시장점유율이 낮아졌을 것이다.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혁신을 할 수밖에 없었다. 1980년대에 유선전화회사가 통신시장의 90%를 장악했다면 2017년 현재는 시장의 90%를 휴대전화회사가 장악하고 있다. 현재 에너지기업들도 이 같은 길을 따라가지 않으면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시선을 외부로 돌려보자. 파리 협정 이후 많은 변화가 있었다. 온실가스 규제 등이 그렇다. 미국은 세계 에너지정책의 중심을 잡고 있었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 출범 이후 그동안의 움직임과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어 전 세계적으로 혼란이 예상된다.
  
  "(트럼프)미국 대통령이 방향을 바꾸려고 하고 있지만 미국 34개 주(州)는 전력시장에서 활동하는 전기 판매회사들에게 전체 전기 판매량의 10%를 재생에너지로 생산하라고 조건을 달고 있다. 연방정부가 어떤 것을 결정해도 그 범위는 제한적이다. 대신 주정부가 결정할 수 있는 영역이 압도적으로 많다. 아이러니를 보여주는 예를 하나 알려주겠다. 오스틴은 텍사스의 주도(州都)다. 텍사스는 석유로 가장 유명한 주다."

  -부시가(家)의 땅(부자(父子) 대통령을 배출한 부시 가문은 석유사업을 했다)이다.

  "그렇다(웃음)."

  "그런데 오스틴은 올해부터 새로 짓는 모든 건물을 에너지제로 건물로 지으라고 규제하고 있다. 에너지효율을 극대화하고 새어나가는 에너지가 없도록 해서 에너지가 추가로 필요하지 않은 건물을 만들라는 것이다. 이것이 옛 경제모델과 새로운 경제모델의 괴리다. 오스틴은 석유로 움직이는 텍사스 주(州의) 한가운데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더 이상 석유의 도시가 아니다."

  -끝으로 서울로 다시 돌아오자. 미래의 에너지가 정착된 30년 후 서울의 모습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30년 후 우리는 매우 다른 에너지 시스템을 갖고 있을 것이다. 당장 교통수단도 달라질 것이다. 서울시내에서 차를 타고 가다가 길이 막히는 일도 없을 것이다. 서울의 강점은 IT가 아닌가.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인터넷 덕분에 우리는 정보 자원을 활용하는데 집중할 것이다. 석탄이나 석유, 철 등 물질적 자원을 활용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아질 것이다. 미래의 도시를 평가하는 기준은 에너지 정책이나 교통정책이나 경제 정책 등이 아니라 IT기술 등을 어떻게 활용하는지 여부가 될 것이다. 첨언하자면 서울에서 하나 바뀌지 않았으면 하는 게 있다. 30년 후 내가 살아서 서울을 방문한다면 여전히 수정과를 마시고 싶다. 채소로 짜인 식단도 그렇다. 그리고...(잠시 생각하다가) 아, 가야금 소리는 변하지 않았으면 한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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