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급락 '명과암' 2題

기사등록 2017/11/22 16:53:37


【서울=뉴시스】위용성 기자 = 미국 캘리포니아 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 유학중인 문모(26)씨는 최근 들려오는 환율 뉴스에 부쩍 관심이 늘었다. 문씨는 학생 신분 탓에 한국에서 순전히 부모님이 보내주신 돈으로만 학비부터 집세, 각종 생활비를 낸다. 그가 지내는 아파트의 한달 월세만 1500달러에 달한다. 생활비도 거의 그만큼 들어 한달에 나가는 돈이 3000달러다.

1130원대 안팎이던 원·달러 환율이 한달새 40원가량 떨어졌다. 앞으로도 계속 떨어질거란 이야기도 나온다. 문씨는 "달러당 1130원이던 시절 한국에서 3000달러를 보내려면 339만원 가량 들어갔다. 그러나 1090원으로 치면 327만원이면 된다"며 "10만원 넘게 절약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문씨는 "이곳에서의 생활비가 한국의 정확히 두 배"라며 "지난 몇년간 유학생활을 하면서 부모님께 돈을 보내달라고 할 때마다 죄 짓는 기분이었는데 요즘에는 그래도 조금이나마 덜었다"고 털어놨다.

달러당 원화 가격이 1090원선도 무너진 22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1095.8원)보다 6.7원 내린 1089.1원으로 마감했다. 연일 연저점을 경신하고 있다.

거침없는 원·달러 환율 하락에 울고 웃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문씨와 같은 해외 유학생들의 표정은 밝아졌다. 송금시 더 싸게 달러화를 살 수 있어서다. 같은 이유로 한국에서 생활비를 받아 쓰는 '기러기 가족'도 웃는다. 올 겨울 휴가철에 맞춰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이들도 웃을 수 있다. 여행업계는 이어지는 원화 강세에 하반기 해외 여행 수요 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

역시 걱정은 수출기업이다. 다수의 수출기업들은 채산성 악화에 울상이다. 가격경쟁력에서 경쟁 상대인 일본이나 중국 기업에 비해 밀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장 수출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상황은 더 심각하다.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해외 시장에서 가격경쟁력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다. 가파른 하락속도는 더 큰 문제다. 상대적으로 공급원이나 유통망을 다양하게 갖춘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공급 주문에 따라 그때그때 물량을 맞춰야 한다. 환율 변동폭이 클수록 주문량도 크게 왔다갔다 하기 때문에 제대로 대처하기가 힘들다.

의료기기를 수출하는 한 중소기업 대표 A씨는 "요즘 수출은 늘어나고 있는데 달러화 환율 하락으로 제품을 팔아도 실제 남는게 없다"며 "원달러 환율이 1000원선 가까이 떨어진다면 아예 수출을 포기하는게 나을 수도 있다"고 걱정했다. 

 [email protected]
button by close ad
button by close ad

원·달러 환율 급락 '명과암' 2題

기사등록 2017/11/22 16:53:37 최초수정

이시간 뉴스

많이 본 기사

기사등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