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연임 성공 메르켈, 앞길은 '첩첩산중'···연정 구성·극우·난민 등 난제 수두룩

기사등록 2017/09/25 09:48:53

【베를린=AP/뉴시스】 24일(현지시간) 실시된 총선거에서 4연임에 성공한 앙겔라 메르켈(가운데) 총리가 독일 베를린에서 총선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서 웃고 있다. 2017.09.25.
【베를린=AP/뉴시스】 24일(현지시간) 실시된 총선거에서 4연임에 성공한 앙겔라 메르켈(가운데) 총리가 독일 베를린에서 총선 결과에 대한 입장을 밝히면서 웃고 있다. 2017.09.25.

AfD 제3당 약진으로 獨 정치 지형 변화···과거와 같은 정치 어조 유지 주목

【서울=뉴시스】유세진 기자 =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24일(현지시간) 치러진 총선에서 4연임에 성공했다. 이로써 메르켈은 전임 헬무트 콜 전 총리와 마찬가지로 최장수인 16년 총리 생활이 가능하게 됐다. 그러나 앞으로 4년 메르켈 총리의 앞날은 말그대로 험난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도처에 장애물이 산재해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제3당 부상이다. AfD는 자신들이 애국적·민주적·보수적 정당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우익 극단주의자들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일부 AfD 반대주의자들은 나치의 재현이라고까지 비난한다. 그런 AfD가 독일 전후 역사상 최초로 연방 하원에 진출, 100석 가까운 의석(총의석은 현재 630석)을 확보하게 된 것이다.

 AfD가 제3당이 됐다고 해서 그 자체만으로 독일의 정책이 달라지는 것은 물론 아니다. 독일 내 어떤 정당들도 AfD와의 협력을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AfD만으로 독일의 입법이나 정책 등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현재로는 전무하다고 할 수 있다. 과거 녹색당이나 좌파당(Left Party) 등이 창당 초기 정치적 영향력을 거의 발휘하지 못한 것처럼 AfD 역시 제3당 부상에도 불구, 큰 정치적 영향력은 행사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AfD의 급부상으로 독일의 정치 지형과 정치적 어조는 크게 바뀔 수밖에 없다. 13%가 넘는 국민들의 불만을 바탕으로 득표에 성공한 정당의 주장을 완전히 무시할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국제무대에서 난민 문제나 테러, 이슬람 등에 대한 독일의 발언이 지금까지처럼 유지될 수 있을 것인지가 우선 주목의 대상이다. 한마디로 상황은 훨씬 악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메르켈은 4연임 성공이 확정된 후 "안정적인 정부를 구성할 것이며 결코 소수 정부를 운영하는 것은 계획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현 연정 파트너인 중도 좌파의 사민당의 마르틴 슐츠 당수는 "총선 결과 유권자들은 사민당에 야당으로서의 역할을 맡겼다. 결코 다음 정부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단호하게 밝혔다. 메르켈 총리는 또 AfD나 좌파당과의 연정 가능성은 절대 없다고 밝혔다.

 사민당과 AfD, 좌파당을 제외하면 메르켈은 친기업 성향의 자민당과 좌파 성향의 녹색당과 제휴해 이른바 일명 '자메이카 연정'을 구성해야 한다. '자메이카 연정'이란 기민-기사당의 당기에 들어있는 검은색, 자민당의 노란색, 녹색당의 녹색을 합치면 자메이카 국기 색깔이 된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용어이다. 그러나 자민당과 녹색당은 서로 경쟁해온 완전히 이질적인 정당으로 두 정당이 손을 잡는 것은 상상조차 쉽지 않다. 그런 만큼 메르켈의 새 연정 구성은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 확실하며 향후 메르켈의 국정 운영에 발목이 잡히는 것도 감수하지 않으면 성사시키기 힘든 난제일 수밖에 없다.

 이번 총선에서 메르켈의 기민당(출구조사 득표율 2013년 41.5%에서 33%로 감소)이나 슐츠의 사민당(출구조사 득표율 2013년 25.7%에서 21%로 감소 모두 2차대전 이후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녹색당이나 좌파당의 득표율이 1% 미만이지만 약간 증가했지만 8.3% 증가한 AfD와 5.6% 증가한 자민당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메르켈은 동요하지 않는 정치인으로 유명하다. 그녀는 이제까지 변화하는 국제정세 속에서도 일관성을 유지하며 자신의 정책 기조를 지켜 국제무대에서 독일의 목소리를 키워왔다. 그런 그녀가 이번 독일 내 변화한뀐 정치지형을 이겨내고 자신의 목소리를 유지할 것인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베를린=AP/뉴시스】독일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프라우케 페트리 공동대표가 24일(현지시간) 수도 베를린의 중앙당사에 도착하고 있다. AfD는 이날 실시된 총선에서 13%의 득표율로 연방 하원에서 100석 가까운 의석을 확보해 제3당으로 부상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AfD가 주의회에는 진출한 바 있지만 독일 연방의회에 진출하는 것은 처음이다. 2017.09.25
【베를린=AP/뉴시스】독일 극우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의 프라우케 페트리 공동대표가 24일(현지시간) 수도 베를린의 중앙당사에 도착하고 있다. AfD는 이날 실시된 총선에서 13%의 득표율로 연방 하원에서 100석 가까운 의석을 확보해 제3당으로 부상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AfD가 주의회에는 진출한 바 있지만 독일 연방의회에 진출하는 것은 처음이다. 2017.09.25

 메르켈은 "지금은 국제적으로 어려운(stormy) 시기"라며 "그렇기 때문에 더욱 안정적인 정부를 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AfD의 급부상은 메르켈의 보수적 기민당 내부에서도 보수 성향을 강화해야 한다는 압력을 증가시킬 수 있다. 한때 메르켈 총리와 불화를 빚었던 호르스트 제호퍼 바바리아 주총리가 먼저 "우익에 대한 문호를 더 개방해야 한다"고 메르켈 총리에 대한 포문을 열었고 AfD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작슨-안할트주의 라이너 하젤로프 주지사 역시 "13%의 유권자들을 무시할 수만은 없다. 우익의 새로운 해답을 찾아야만 한다"고 거들었다.

 한편 이날 독일에서는 베를린과 쾰른, 함부르크, 프랑크푸르트 등 곳곳의 주요 도시들에서 AfD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렸다. 독일 SNS에도 AfD에 반대하는 '87%를 위한 독일'이라는 해시태그가 생겨 반AfD 게시물이 봇물을 이뤘다.

 AfD가 급부상한 새로운 독일의 향후 4년이 어떨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쉽지 않다. 현 상황에 대한 불만으로 AfD에 표를 던진 13%의 독일 유권자들이 AfD가 만족할 만한 결과물을 내놓지 못할 경우 어떻게 바뀔 것인지도 향후 독일 정국에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이와 함께 비교적 온건 노선으로 현재 AfD 내에서 가장 인기있는 프라우케 페트리 공동대표와 메르켈 축출을 외치는 강경 노선의 알렉산더 가우란트 공동대표, 알리스 바이델 등 AfD 지도부 내의 균열과 대립 가능성도 항상 존재하고 있다.

 AfD의 독일 총선 선전에 고무된 다른 유럽 국가들의 극우 정당들은 한결같이 AfD 칭송에 나섰다. 프랑스 인민전선의 마린 르펜 대표는 "우리의 동료 AfD의 선전에 박수갈채와 환호를 보낸다. 유럽 국민들이 깨어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역사적 선전"이라고 말했다. 네덜란드의 헤이르트 빌더스도 트위터를 통해 "AfD 선전이 보내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우리는 이슬람 국가가 아니라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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