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시스】 이현미 기자 = 유럽연합(EU)이 한국, 중국과 함께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해 북한과 협상을 벌이는 중재자로서의 역할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EU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한국과 중국만으로는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하도록 설득하지 못할 것이며, 군사적 충돌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대화를 필요하다는 게 EU 측 입장이다.
특히 북한에 17개월간 억류돼 있다 혼수상태로 풀려난 오토 웜비어가 지난 19일 사망한 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북한에 대한 보다 강력한 조치를 취하려 하고 있어 북미간 긴장이 지금보다 더 고조되는 것을 막기 위해 EU가 중재자로 나서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몇주간 벨기에 브뤼셀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회의들에서 참석자들은 EU가 북한과의 협상을 용이하게 할 수 있다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EU 회원국들은 북한과의 외교관계를 맺고 있는 데다, 지난 2015년 이란과 미국간 핵협상을 도왔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EU 관리들은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가 이번 달 브뤼셀을 방문하는 동안 이 문제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한국의 조윤제 EU·독일 특사가 지난달 브뤼셀을 찾았을 때도 같은 논의를 진행했다.
어떤 역할이든지 브뤼셀이 북한과 관련해 움직이기 위해서는 미국과 EU 회원국들의 지원이 필요하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핵 프로그램과 관련해 북한의 진정한 양보를 얻어내기 위해 브뤼셀이 필요한 지렛대라고 판단하지 않고 있다.
한 미 관리는 EU가 협상의 지렛대로 나설 경우 북한이 핵 프로그램을 완전히 동결해야 한다는 미국의 요구를 약화시키는데 협상을 이용하려 할 수 있다는 우려가 트럼프 행정부 내에 존재한다고 전했다.
WSJ는 이번주 미국과 북한이 1년 이상 비공개 대화를 진행해오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북한에 억류된 미 시민권자들을 석방하고,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하도록 하기 위한 외교적 채널을 가동하기 위한 것이다.
EU 관리들은 북한에 대한 강력한 경제 제재를 하려는 미국의 노력을 손상시키기는 것은 그 어느 것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8개 EU 회원국들은 21일 브뤼셀에서 회의를 갖고 지난 2011년에 작성된 대북정책 지침에 대해 논의한다.
이 지침에 대한 입장 정리까지는 수주가 걸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번 회의에선 다자간 협상에서 EU가 “적극적으로 협력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점을 확실히 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선 어느 정도 회원국들의 저항이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같은 날 미 워싱턴 D.C에선 미중외교안보대화가 열린다. EU 관리들은 지난 1월 이후 9차례 걸쳐 미사일 시험 발사를 강행한 북한에 대해 군사행동을 고려하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페데리카 모게리니 EU 외교정책위원장은 모든 면에서 긴장을 줄이고 그 어떤 군사적 개입에 대한 위험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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