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광주의 5월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 13만 5·18 추모 발길

기사등록 2017/05/14 13:19:07

【광주=뉴시스】배동민 기자 = 제37주년 5·18기념식을 나흘 앞둔 14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 5월 영령들의 뜻을 잇기 위한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추모객들이 1980년 5월27일 전남도청에서 광주시민을 지키려다 사망한 문재학(당시 17세·고1) 열사의 아버지 문건양씨로부터 그날을 진실을 들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17.05.14.   guggy@newsis.com
【광주=뉴시스】배동민 기자 = 제37주년 5·18기념식을 나흘 앞둔 14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 5월 영령들의 뜻을 잇기 위한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추모객들이 1980년 5월27일 전남도청에서 광주시민을 지키려다 사망한 문재학(당시 17세·고1) 열사의 아버지 문건양씨로부터 그날을 진실을 들으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2017.05.14.  [email protected]
【광주=뉴시스】배동민 기자 =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앞서서 나가니 산 자여 따르라.'

 5·18민주화운동 37주년 기념식을 나흘 앞둔 14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는 오전 내내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 퍼졌다.

 대한민국 민주화를 외치며 산화한 5월 영령들의 숭고한 희생을 기억하고 그들의 뜻을 잇기 위한 추모 발길이 이어졌다.

 '임을 위한 행진곡'에 맞춰 민주의 문에서 민주광장을 거쳐 추모탑까지 이동한 추모객들은 숙연한 표정으로 머리를 숙여 5월 영령들을 참배했다.

 교복을 입은 중·고등학생, 단체로 온 대학생과 시민단체, 부모의 손을 잡고 온 아이, 노부부 등은 참배 후 해설사의 설명을 들으며 묘역을 둘러봤다.

 윤상원 열사 묘비 앞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거나 묘비에 적힌 이름과 글을 하나하나 읽어 내려가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1980년 5월27일 전남도청에서 광주 시민을 지키려다 숨진 문재학(당시 17세·고1) 열사의 묘비 앞에서 만난 아버지 문건양(83)씨의 사연을 들은 학생과 어머니들은 눈물을 참지 못했다.

 문씨는 추모객들에게 "계엄군이 온다고 소낙비는 피하자며 전남도청에서 나가자고 했다. 아들은 '친구들이 이곳에서 다 죽었는데 나 혼자 갈 수 없다'며 거절했다. 그날 끄집고 나오지 못한 게 한이다. 그래도 지금은 자랑스런 아들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이들의 손을 잡고 묘지를 찾은 어머니들은 문씨에게 '힘내세요', '고맙습니다'는 감사의 말을 건넸다.

 참배객들은 5월 영령의 희생을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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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뉴시스】배동민 기자 = 제37주년 5·18기념식을 나흘 앞둔 14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에 5월 영령들의 뜻을 잇기 위한 추모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1980년 5월 계엄군에게 살해된 허봉(당시 23세·이발소 종업원)씨의 유가족이 묘역에서 큰절을 하고 있다. 2017.05.14.  [email protected]
 강성범(21·2학년) 전남대 화학공학부 소모임 '역사랑' 회장은 "부산이 고향인데 5·18에 대해 전혀 몰랐다"며"전남대에 입학한 뒤 5·18을 처음 알게 된 거나 마찬가지다. 매년 5월에 반짝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5·18을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나주에서 온 정건(25)씨는 "사실 올해 처음 민주묘지를 찾았다"며 "5·18부상자회원인 작은 아버지께서 술을 마시면 저를 붙잡고 네가 알지 못하는 이름을 부르며 '혼자 살아남아 미안하다'는 말을 자주 하셨다. 남겨진 분들의 죄책감의 무게를 이해하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세월호처럼)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행방불명자들이 많다"며 "추모하고 기억해야할 과거가 아닌 현재도 진행 중인 사건이다. 반드시 진상규명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족들과 함께 온 김다은(14·중2)양은 "전혀 알지 못했던 5·18을 오늘 배우고 간다"며 "군대가 국민을 학살했다는 사실에 큰 충격을 받았다. 다시는 이런 비극이 반복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주의 문에 놓인 방명록에도 추모의 글과 자신이 바라는 대한민국의 모습을 새겼다.

 공주대 청년학교에서 온 이창원씨는 '적폐 청산, 5·18 정신 계승'의 바람을 적었다.

 경남 거제에서 온 조선소 근로자, 제주 서귀포에서 온 장애인지원협회 회원들, 부산대 예술대 학생, 동국대 역사교육과 학생들도 각각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된 5월 영령 앞에 고개를 숙인다', '말하지 않고 기억하지 못한 역사는 반복된다', '광주 80년 오월을 잊지 않겠습니다' 등의 글을 남겼다.

 5·18민주묘지에는 지난 13일 하루에만 1만3000여명이 다녀갔다. 이달 1일부터 전날까지 누적 참배객은 모두 13만2000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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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광주의 5월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 13만 5·18 추모 발길

기사등록 2017/05/14 13:19:07 최초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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