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정상화 '산너머 산' …국민연금 선택 '주목'

기사등록 2017/03/27 10:35:30

【서울=뉴시스】김동현 기자 = 대우조선해양 정상화 작업이 산너머 산이다. 당장 국민연금의 동의 여부조차 불분명하고 채권단 분위기도 나뉘는 등 갈길이 멀어보인다. 

 앞서 정부는 대우조선해양에 2조9000억원에 달하는 신규 자금을 지원하는 방향을 내놓으며 향후 한국 조선업계를 2강 체제로 만들어가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은바 있다.

 27일 조선·금융업계에 따르면 KDB산업은행은 정부의 계획에 따라 이날부터 시중은행들과 모여 대우조선해양 지원 확약서를 만들기로 했다.

 대우조선 지원에 대한 국책은행과 시중은행들의 합의를 문서화한 뒤 나머지 채권자들을 적극 설득하겠다는 것이 산은의 입장이다.

 ◇시중은행·국민연금 측 부정적 기류

 가장 큰 문제는 국민연금이라는 암초를 뛰어넘어야 한다는 것으로 모아진다.

 정부가 내놓은 대우조선 구조조정안은 산은과 수출입은행은 물론 시중은행과 국민연금·우정사업본부까지 참여해야 가능한 시나리오다.

 채권 은행은 물론 회사채 등을 보유한 채권자들까지 예외 없이 고통 분담을 하자는 데 방점이 찍혀있다고 보면된다. 

 국민연금의 경우 대우조선 회사채 1조3500억 중 3900억원을 보유하고 있는데 아직 정부의 회생안에 적극적인 호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상태다. 국민연금이 정부의 시나리오를 따를 경우 우정사업본부, 사학연금 등에서도 정부의 계획을 따라올 수 있다.

 하지만 시중은행은 막대한 충당금 적립에 부담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하고, 무엇보다 '최순실 게이트' 논란의 중심에 있는 국민연금은 정부의 구조조정안에 부정적인 기류가 강하다.

 자율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정부로선 강제력을 동원하는 프리 패키지드(P)플랜 방식의 구조조정에 나설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관련업계의 대체적인 견해다.

 P플랜이 발동될 경우 대우조선은 신규수주는 물론 발주 취소 등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사실상 정상화 작업이 불가능해질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채권단 분위기도 나뉘고 있다. 일부 채권단은 구조조정을 하기로 한 이상 투자금에 대한 손실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며 정부의 계획에 따라가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반면 무리한 추가 지원보다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방안을 더욱 강구해야 한다는 입장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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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채권단 관계자는 "기업구조조정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피해를 보지 않는 방법은 없다"며 "모든 투자자가 손실을 피하려고만 한다면 구조조정이 이뤄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구조조정은 투자금을 최대한 많이 회수하기 위해 추진되는 만큼 뜻을 모아야 한다"며 "상호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강제력이 따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채권단 측은 "이미 대우조선에는 막대한 지원이 이뤄진 상태"라며 "추가적인 지원을 했을 경우 투자금 회수는 물론 채권단도 막대한 손실을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진해운과의 형평성 문제도 도마…혈세 논란도 '가중'

 또 다른 문제점은 한진해운 때와의 형평성 문제 논란이다.

 대우조선은 1년5개월 새 7조1000억원을 받아간다. 한진해운은 정부로부터 단 한푼의 지원을 받지 못한 채 회사 문을 닫아야만 했다.

 한진해운 측은 정부가 3900억원만 막아줬어도 부도사태가 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항변을 하기도 했다. 이로인한 물류대란이 발생하게 만든 것도 정부의 귀책사유라는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정부는 소유구조와 경쟁력, 파급효과 등을 이유로 한진해운과 대우조선을 같은 선에다 놓고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대우조선은 산업은행이 대주주인 반면 한진해운은 소유주가 존재하는 기업이기 때문에 동일한 잣대로 놓고 지원방안을 논의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신규 자금 지원에도 불구하고 대우조선이 정상화되지 않을 경우 산은을 비롯해 정부는 국민혈세 낭비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할 상황에 처할 가능성도 있다.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한 정부가 한진해운은 죽이고 대우조선에는 혈세를 퍼붓고 있는 상황"이라며 "대우조선을 살린다는 명분아래 정부가 무리수를 둔다는 의견이 많다"고 말했다.

 ◇신규자금 지원시 경영정상화 이후 매각 방안 '유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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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우조선에 대한 신규자금 지원이 정상적으로 이뤄진다면 경영 정상화를 도모한 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이를 인수하도록 만들어 2강 체제로 만드는 방안이 유력하다.

 대우조선 측에서도 조선업의 2강 체제로 전환되는 데 대해서는 이견이 없지만 정부가 계획하고 있는 그림에 대해서는 미묘한 시각차를 보이고 있다.

 대우조선이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중 하나의 기업에 흡수될 경우 2강이 아니라 1강1중체제로 조선업계가 변화될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에 근거다.

 대우조선은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이 대우조선의 새주인이 되더라도 대우조선은 그대로 독자적인 회사로서 운영돼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이른바 2강1중체제로의 전환이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지난 24일 정부의 조선업계 구조조정 추진에 대해 "우리나라도 궁극적으로 빅3보다는 빅2로 가는게 국가 산업경쟁력에 있어서 맞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는 "회사의 새주인을 찾아 주는 방안에 대해 정부도 언급했다"며 "빨리 주인을 찾아야 한다. 주인을 찾는 것과 국내 조선산업의 빅 2 체제 전환은 같은 얘기"라고 덧붙였다.

 다만 "대우조선을 닫고 빅2로 가면 사회비용이 엄청나게 들 수 있다. 작지만 단단한 회사로 만든 다음 빅2 체제로 가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일단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도 공감하는 분위기다.

 앞서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은 지난 24일 회사 정기주주총회에서 "대우조선해양이 정상화 될 경우 국내 조선업이 2강 체제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 측은 "공급과잉인 상태를 계속 유지하면 안된다"라며 "조선업계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2강 체제로 가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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