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든버러 프린지②] "현지화 중요…런던서 제작 도전해 볼 만"

기사등록 2017/03/27 14:15:24

【서울=뉴시스】2016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현장. 2017.03.27 (사진 = AP 제공)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2016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현장. 2017.03.27 (사진 = AP 제공)  [email protected] 
■ 김준영 아이러브스테이지 대표의
'프린지 페스티벌 참가'를 위한 조언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은 놀이터입니다. 공연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재미있는 곳이죠. 좋은 작품이라는 확신이 있는 제작사와 배우, 프로듀서, 연출이라면 자신을 세계무대에서 뽐낼 수 있어요."

 '지구상에서 가장 큰 예술축제'로 통하는 영국 연합왕국의 스코틀랜드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이 올해 70주년을 맞았다. 1947년 에든버러 인터내셔널 페스티벌과 함께 출발한 프린지 페스티벌은 공연업에 종사하는 이들에게 꿈의 무대로 통한다.

 지난해 48개국 3만1545명이 참가했다. 누구나 참가할 수 있지만, 주목 받는 이들은 소수. 그래서 더 치열하고 그 만큼 준비도 철저해야 한다. 

 e-메일을 통해 영국 현지 공연업계 전문가인 김준영 아이러브스테이지 대표에게 올해 프린지 페스티벌 참가를 준비 중인 이들을 위한 조언을 청했다.

 김 대표는 영국 런던에 본사를 두고 중국 상하이에 지사를 설립한 아이러브스테이지를 이끌고 있다. 공연 콘텐츠를 개발하고 한중일은 물론 영미권까지 시장을 확장하고 있다.

 그는 제대로 된 작품과 마케팅 전략만 있다면 프린지 페스티벌을 통해 명예를 가질 수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수많은 사람들의 꿈이 산산조각 나 버려진 곳이기도 하지만 돌아보면 아직도 기회가 있는 곳이기도 하다"며 "시가를 물고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에 주차된 검은 자가용에서 내리게 할 수 도 있다"고 했다.  

 한국 공연의 세계 진출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언어. 자막을 사용하거나 대사를 외우는 등의 방법을 취할 수 있다. 하지만 시선을 분산시키는 자막, 어눌한 발음은 오히려 공연에 대한 집중을 방해한다.  

 김 대표는 그래서 로컬라이징(현지화)을 주장한다. 그는 "한국의 공연시장, 특히 대학로만 하더라도 극장 대관이나 배우 개런티가 상당히 높다"며 "뮤지컬 시장은 영미 뮤지컬 시장과 비교했을 때 제작비는 터무니없이 높다"고 지적했다.

 "아마도 우리 공연 시장만이 안고 있는 특수한 관객층의 요구에 제작사 대표들이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만 놀랍게도 런던 프린지에서의 제작비 조건은 우리 한국에서의 제작비 현황과 비교해 볼 때 한 번 도전을 해 볼 만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 참가가 목적이라면 한달 전부터 런던에서 현지 배우들과 함께 리허설을 진행하고 에든버러로 출발할 것을 제안했다. "경쟁력 강화와 경비 절감의 효과는 우리 공연의 로컬라이징에도 반드시 적용될 수 있음을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에서는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 대한 여러 오해를 갖고 있다. 가끔 국비로 운영되는 단체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프린지에 왜 세금을 들여서 공연하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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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김준영 아이러브스테이지 대표. 2017.03.27 (사진 = 본인 제공)  [email protected] 
 김 대표는 "프린지 축제는 이미 세계의 많은 국립단체들이 참가했고 지금도 하고 있다"며 "너무 많은 작품이 자율적으로 참가하다보니 점점 규모가 커져서 작품의 질을 담보할 수 없는 곳으로 생각을 하지만 이 역시 시장의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경쟁력 없는 작품은 말없이 사장된다"고 짚었다.

  영국 일간지 가디언(Guardian)의 연극 비평가 린 가드너는 그 동안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의 제한 없는 성장이 다양한 참가자들의 폭과 참여 기회를 넓혀줬고, 이는 국내 연극의 해외작품 수용과 건전한 교류의 장을 마련해 준 에든버러의 역사라고 평하기도 했다.

 김 대표는 "국내에서 대접 받은 단체들이 세계 관객들과 언론, 프로모터들에게 내 작품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가를 가늠해 보고 자기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하는 곳"이라고 봤다.

 한국 최초 에든버러 프린지 초청작은 1999년 PMC프러덕션의 넌버벌 퍼포먼스 '난타'다. 최근 10년 간의 연도별 한국 참가작 수 는 평균 7개 작품이었다. 올해 예술경영지원센터는 참가 단체 중 5~6개 작품 지원을 계획하고 있다. 

 김 대표는 프린지 페스티벌 참여 단체를 위해 "현지화 할 수 있도록 대본 번역 지원 사업이 필요하다"며 "마케팅과  PR 지원도 필요하다. 티켓을 관객에게 판매하는 일 만큼 중요한 일이 언론사 대응이나 프로모터 접촉인데 이 부분에서 한국의 제작사가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공연업계는 세계진출과 동시에 국내에서 대형 공연 축제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노력을 병행하고 있다. 한국 판 에든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이 탄생할 수 있을까.  

 김 대표는 "축제도시의 건설은 문화행정기관에서 담당부서를 설치해 시스템을 설계하고 그에 따른 예산을 집행하는 것만으로 진전되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 도시에 살고 있는 시민들의 삶의 역사적 흔적인 유산이 있어야 하고 도시가 가지고 있는 미학적 감각과 지역민 전체가 문화축제의 옷을 입고 그것이 몸에 잘 맞는다고 이해하는 가치관을 공유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해마다 세계 여러 도시의 문화 행정가들과 축제 관련 종사자들이 에딘버러를 방문합니다. 그들 중 다수는 부러움의 시선으로 에딘버러 축제의 성공비결을 배우고자 움직임이 분주하다"며 최근 만난 에든버러 시장의 멘트로 답을 대신했다.  

 "각 도시나 지방마다 내려오는 독특한 특색이 있기에 에딘버러를 쫓아가거나 경쟁상대로 생각하지 않길 바라며 자신만의 축제가 될 수 있도록 고민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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