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최전방 군부대 원격의료 현장 가보니

기사등록 2017/03/02 14:10:36

【연천=뉴시스】이인준 기자 = "의무병, 어떤 환자지?(군의관)"

 "사흘전부터 콧물과 코막힘 증상이 있었고 어제 저녁부터 기침, 가래, 오한 증상이 있어 방문했다고 합니다.(의무병)"

 지난달 27일 방문한 경기 연천의 28사단 GOP(24시간 경계근무초소) 지원대대. 3.3㎡ 남짓한 원격의료 부스내에서 모니터와 화상장비를 사이에 두고 군의관이 의무병에게 환자 상태를 묻는다.

 "우선 PMS(환자관찰장비)를 통해 보자. 맥박 76회, 혈압은 177에서 74, 산소포화도는 98%로 안정된 상태다. 목이 아프다고 했으니 구강 진단용 스코프로 목 상태를 볼까. 편도와 인후두에 염증과 발적 소견이 있네."  

 의무병과 분당 의무사 의료종합상황실에 있는 군의관 사이의 거리는 약 100㎞. 하지만 대화와 영상은 끊김이나 막힘없이 이어진다.

 "다른 발열의 원인이 없는지 스코프로 귀 상태를 보도록 하자."

 지시를 받은 의무병이 곧장 스코프를 환자의 귀에 대자 화면에는 귓속 영상이 화면에 나타난다.

 "고막상태를 보니까 중이염은 아닌 것 같다. 이상 소견을 종합하면 인후통과 발열 호소 원인은 편도염일 가능성이 높다. 진통제와 항생제를 처방해주고 증상 호전이 없으면 다시 방문하도록 하자."

 올해로 시범사업 3년차를 맞은 군부대 원격의료 현장이다.

 군부대 원격의료는 군사분계선에 인접하거나 도서벽지 등 통행이 불편한 군 부대의 의료접근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입됐다.

 2월말 현재 전국 63개 격오지 부대에서 시행중이다. 지난 2015년 7월부터 올해까지 투입되는 예산은 32억원. 국방부와 복지부, 미래창조과학부 등 3개 부처가 협력해 시범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참여자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국방부에 따르면 원격의료를 경험한 병사에 대한 만족도 조사 결과 응답자의 90%가 '만족한다'고 답했다. 간부의 87%는 원격의료의 도입으로 부대 운영중 질병관련 부담이 해소됐다고 답했다.

 이날 원격의료를 통해 진료를 받은 정영훈 상병은 "군의관과 직접 얼굴을 보고 장비를 사용해서 진단을 받으니까 신뢰감이 든다"고 말했다.

 감기 같은 단순 경증환자 외에도 중증환자에 대한 응급처치도 보다 신속해졌다는 게 국방부측 설명이다. 지난해 기흉, 비장 파열 등 중증질환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환자가 원격의료를 통해 조기 진단과 식별을 통해 병원으로 후송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국방부 김서영 보건정책과장은 "지난해 작업중 커터칼이 부러지면서 왼쪽 눈에 상처를 입은 환자가 원격의료를 통한 신속한 진단으로 병원에 후송될 수 있었다"며 "만약 단순결막염으로 생각하고 치료가 늦었더라면 자칫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아찔한 순간이었다"라고 말했다.

 군 부대 원격의료시설은 올해 76개 부대로 확대될 전망이다. 국방부는 또 그동안 진료를 원격을 받더라도 약을 현장에서 처방 받을 수 없어 실효성이 적다는 지적을 해결하기 위해 이달부터 처방전을 받지 않고도 격오지 부대에 응급의약품 30여종의 배치를 허용키로 했다. 격오지 원격의료는 시범사업을 넘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려의 시선도 만만찮다.

 비용 대비 실효성이 문제다. 현재 63개 격오지 부대에서 진료를 요청하는 환자는 하루 평균 10명에서 20명가량이다. 이마저도 대개는 감기, 몸살 등 경증 질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의무사 의료상황센터에 따르면 부대 바깥으로 후송이 필요한 환자는 하루 평균 2~3명. 더구나 막상 헬기로 긴급하게 후송이 필요할 정도의 긴급 중증환자라면 원격의료 진단이 필요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면 장비 1대당 가격은 3500만~5000만원, 게다가 10년마다 장비를 교체해야 한다. 그마저도 원격의료 장비의 첨단화, 소형화, 고도화가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 속에서 현재 투입된 장비를 얼마나 쓸 수 있을지 가늠하기 쉽지 않다.

 또 국방부는 약 20개 부대에 원격의료의 도입이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해 13개 부대에 시설을 설치하기 위해 5억원의 예산이 편성된 점을 감안하면 추가로 정부 예산 약 10억원이 더 필요하다. 여기에 의료종합상황실 군의관은 5명이 배치돼 3교대 24시간 운영되며 인터넷 회선비와 장비 고장수리 등 유지비용 등까지 감안하면 매년 만만찮은 액수가 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구나 아직까지 원격의료 환자의 대부분은 경증이라는 점에서 가능성은 낮지만 군의관이 아닌 장비·시스템 여건상 환자에게 알맞은 응급처치를 제공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는 투입되는 비용에 비해 실효성이 적다는 지적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격오지의 의료접근성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GP(Guard Post)와 GOP에서 근무하는 군장병들은 두어달에 한번 팀을 교대하고 작전상의 이유로 출입이 수시로 제한되는 등 악조건 속에서 근무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군 장병 중 발병 이후 12시간 이내 진료를 받는 환자는 지난해 기준 약 35% 수준에 불과하다. 반면 원격진료 실시 부대는 83%로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비용의 문제로 환원할 수 없다는 것이다.

 방문규 복지부 차관(사진)도 현장을 둘러보며 "과거에는 환자가 생겨도 지금같은 기술이 없어 대처할 수 없었지만 지금은 기술이 있음에도 의료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이 많다"며 "격오지 부대 원격의료 시범사업은 병사와 장병 부모 모두의 심리적 안정감을 높이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도 군, 원양선박, 도서벽지 등 의료취약지역을 중심으로 의료접근성을 제공하는 데 원격의료가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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