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내각은 청소원?…트럼프가 친 사고 뒷처리 진땀

기사등록 2017/02/27 12:05:58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새롭게 문을 여는 국립 아프리카계미국인 역사문화박물관에서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날 반유대주의에 대해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새롭게 문을 여는 국립 아프리카계미국인 역사문화박물관에서 연설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날 반유대주의에 대해 "끔찍하고 고통스럽다"며 "증오와 편견, 악을 뿌리뽑아야 한다"고 밝혔다. 2017.02.21
【서울=뉴시스】이현미 기자=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각료들이 청소원처럼 일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취임 5주째인 트럼프 대통령은 입을 열 때마다 논란이 되는 발언을 서슴치 않고 있으며, 장관들은 그로 인한 뒷처리에 진땀을 빼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3일 불법 체류자 추방은 “정말 나쁜 놈들을 쫓아내기 위한 군사작전”이라고 발언한 후 논란이 일자, 존 켈리 국토안보부 장관은 서둘러 “불법 이민자를 추방하기 위해 군대를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상황을 진정시켰다.

 취임 전후 잇따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공개적으로 비난했던 트럼프 대통령 대신 마이크 펜스 부통령도 지난 21일 유럽으로 날아가 나토 동맹국들을 달래야 했다. 

 지난 16일 트럼프 대통령은 미 정부가 지난 20여년간 중동분쟁 해법으로 추진해온 2개국 해법에 얽매이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러자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 대사는 “미국은 2개국 해법을 요구하는 유엔 결의안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면서 “이 사실은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고 강조해야 했다.

 WP는 이런 상황이 밖에서 볼 때는 트럼프 행정부 내에 상당한 혼란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지적했다.

 공화당 전략가 라이언 윌리엄스는 “이런 상황은 내각 관계자들을 어색한 입장에 빠뜨린다"면서 "그들은 대통령에게 봉사하는 한편 동시에 대통령의 발언과 반대되는 정책들에 대해 분명하게 밝혀야 하는 모순된 상황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도 전 세계 방문에서 백악관의 메시지와 일치하지 않는 자세를 취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최근 중동지역을 방문했을 때 매티스 장관은 언론을 '미국인의 적'이라고 주장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언론에는 문제가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또 이라크 방문에서는 "이라크의 석유를 차지했어야 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달리 "우리는 이라크의 석유를 차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매티스 장관은 한국과 일본도 안심시키는데 주력했고, 브뤼셀 방문에서는 나토 동맹국들에게 미국은 제2차세계대전 이후 설립된 군사동맹에 헌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물론 역대 행정부에서도 대통령과 장관이 의견을 달리하는 경우는 있었다. 이 때문에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에서는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 알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 사살을 위한 네이비실 공격 승인 여부를 놓고 열띤 논쟁이 벌어졌었다. 조지 W 부시 전 행정부에서도 미국내 도감청 등과 관련해 법무부와 백악관 사이에 의견 충돌이 있었다.

 하지만 전임 행정부들처럼 트럼프 행정부 내에선 대통령과 참모, 각료들이 첨예한 이데올로기적 쟁점을 놓고 싸우는 것도 아니다. 단순한 말의 뉘앙스와 의미를 놓고 벌어지는 혼선이라서 더 문제라는 지적이다. 

 백악관은 "우리 대통령은 대담한 지도자로 예스맨들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언어는 약간 다를 수 있지만 모두를 같은 방향으로 끌어 모아 우리나라를 다시 훌륭하게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허버트 R.맥마스터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은 지난 주 첫 회의에서 "급진적 이슬람 테러리즘"이라는 표현을 쓰기를 거부했다. "급진적 이슬람 테러리즘"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주 사용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맥마스터 보좌관은 자신의 안보팀에게 "그 표현은 일단 국가안보 전략에 도움이 되지 않는 데다, 테러리스트들이 정확하게 이슬람 종교를 대표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 역시 지난 23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지 여부를 여전히 결정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전에 이미 중국을 환율 조작국이라고 밝혔고, 최근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도 중국을 "환율조작의 그랜드챔피언"이라고 주장했다.

 대통령 관련 역사가이자 전기작가인 로버트 댈럭은 백악관을 둘러싼 이처럼 전례없는 모순적 상황을 심각하게 우려했다.

 그는 "이 행정부에서는 누군가 말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아 보인다. 다음 순간에 변경되기 때문이다. 그들은 대통령이나 행정부 관계자들의 말이 단순히 언론 매체에 보도되는 게 아니라 미국 뿐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에게 전해진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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