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 감췄던 삐라 도심 출몰 왜?…"북한 주민단속·軍실적용"

기사등록 2017/02/20 15:55:12

北체제 선전·韓정부 비방 등 내용 담겨
 선전 효과 미미한 조악한 구성·내용
 "북한 내부 결속력 향상 목적 있을 것"

【서울=뉴시스】심동준 기자 = 최근 대남선전전단의 일종인 '삐라'가 수도권에서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 삐라는 올해 들어서만도 서울 도심 등에서 수십~수백장에 이르는 규모로 수차례 나타났다.

 지난 1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일대에서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생일을 축하한다는 내용이 담긴 삐라 70여장이 발견됐다.

 10일에는 서울 강남구 학여울역 인근에서 수십장에 이르는 삐라가 살포됐다. 손바닥만한 크기의 전단에는 한국 정부를 비방하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달 27일에는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와 홍제동 일대에서 김정은 체제를 찬양하는 내용의 삐라 200여장이 발견됐다.

 같은 달 25일에는 지하철 3호선 도곡역과 양재천 인근에서 '북남관계 대전환' '전민적인 통일대화합 개최 제안' 등의 내용이 적힌 삐라가 있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삐라는 선동적인 그림이나 사진, 문구를 통해 상대 진영을 동요시키는 전단과 같은 심리전 도구를 말한다. 삐라라는 용어는 광고물이나 전단이라는 듯의 영어 빌(bill)의 일본 발음인 비라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길거리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광고물, 집회에서 뿌려지는 특정 유인물 등도 심리를 노린 선전용 전단이라는 측면에서 삐라의 일종이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최근에는 심리전 도구로 사이버상의 온라인 댓글 등이 자주 활용된다. 하지만 전통적인 방식의 삐라가 연출하는 선전 효과는 여전히 주효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대북심리 전문가인 심진섭 교통대 교수는 "전단은 설득력 있고 기억이 오래 간다는 특징이 있어 과거부터 오늘날까지 심리전 매체로 활용되고 있다"며 "특히 한반도에는 북풍이 부는 날이 많다는 점에서 한국보다는 북한에 유리한 선전 수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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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사 분야에서 삐라는 '들리지 않는 총성' 또는 '종이 폭탄'으로도 불려왔다. 무력 없이 심리를 흔들어 승기를 잡을 수 있는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것이다.

 한반도에서는 특히 1950년 한국전쟁부터 1980년대까지 북한의 체제 홍보 또는 귀순 권유 등의 정치 선전 용도로 주로 활용됐다.

 북한의 삐라 살포는 1980년대 이후 선전전 방식의 진화, 남북 관계 변화 등의 영향으로 줄었다가 김정은 체제가 들어선 이후 다시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장세율 겨레얼통일연대 대표는 "김정은 집권 이후 대남전단 살포 지시가 있었고 그에 따라 지난해부터 삐라가 다량 살포되고 있는 것"이라며 "과거에는 월북을 종용하는 것들이 많았으나 최근에는 남한 사회의 내부 갈등을 부추기거나 위협하는 내용이 많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 도심에 발견되는 삐라는 대남 선전보다 북한 내부 분위기 단속 용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로 발견된 삐라 속 민중 그림이나 문구 등은 설득력이 떨어지는 편이어서 체제에 대한 감화 등 선전 효과는 사실상 없는 것과 다름없다는 게 다수 견해다.

 하지만 삐라 살포가 북한군 내부의 실적이 되고 주민들의 긴장감을 조성하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적극 활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장 대표는 "대북 제재 등으로 불안해진 북한에서 주민들을 상대로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 계속 전단을 날려 보내는 부분도 있을 것"이라며 "한국 사람들을 위협하면서 북한 주민들의 단속까지 이끌어내려는 목적이 함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심 교수는 "최근의 전단을 보면 내용 자체가 열악하고 조잡하며 살포 방식도 비전문적"이라면서 "심리전을 통한 설득보다는 북한군에서 성과를 내보일 목적으로 충성 경쟁을 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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