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예술로 보는 한국·대만의 '핏빛 역사'…'동백꽃 밀푀유'

기사등록 2016/12/11 15:06:44

최종수정 2016/12/30 12:56:46

【서울=뉴시스】예술위, 한국-대만 협력기획전 <동백꽃 밀푀유>전
【서울=뉴시스】예술위, 한국-대만 협력기획전 <동백꽃 밀푀유>전
【서울=뉴시스】박현주 기자 = 서울 대학로 아르코미술관에서  2016 한국-대만 큐레이터 협력기획전 '동백꽃 밀푀유(Mille-feuille de camélia)'전이 열리고 있다.

 2015~2016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국제 교류사업의 일환으로 추진되었던 한국-대만 큐레이터 교류 프로그램의 성과를 보여주는 전시다.

  독립 큐레이터 김현주, 조주리(이상 한국), 왕영린(대만)이  2년여간 한국과 대만을 오가며 고민하고 공유해왔던 내용을 10명의 예술가들의 작업으로 풀어냈다. 기존의 국제전시의 틀에서 벗어나, 큐레이터 간의 대화와 배움을 통해 모색된 기획전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양국에서 초청된 작가들은 30대 초반부터 50대 후반에 이르는 다양한 이력의 예술가다. 절반 이상의 작업이 신작으로 구성된 이번 전시는 국가별 작품을 나누지 않고 서로의 작업들이 대담하게 섞이고 병치되면서 하나의 풍경 안에 어우러진다.

 ‘거리를 둘수록 오히려 가까워진다’는 문화인류학자 레비-스트로스의 말에서 출발한 이번 전시는 두 나라의 기획자의 교류가 표류, 시찰, 여행의 경험과 기록이 축적된 후의 선택일 때 섣부른 이해보다는 시차와 거리를 두면서 건져 올린 양국에 대한 문제의식과 돌출 지점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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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동백꽃-밀푀유' 전을 기획한 대만-한국 큐레이터들. 왼쪽부터 저우위안 작가, 왕영린 큐레이터, 조주리 큐레이터, 김현주 큐레이터.
 전시 제목인 ‘동백꽃 밀푀유’(mille-feuille)는 서구에서 바라보는 동양의 표상 중 하나인 ‘동백꽃’과 천 겹의 잎사귀를 뜻하는 프랑스의 디저트 ‘밀푀유’를 결합한 제목이다.

 ‘한국과 대만의 근현대사를 구성하는 수많은 요소들과 그 안에 얼룩진 붉은 핏빛에 대한 비유적인 표현이기도 하다.

 수많은 층들로 이루어진 외형과 더불어 혁명, 전복, 전쟁, 침탈 등의 국제관계사가 촉발한 문화인류학적 영향 관계를 내포하고 있는 ‘밀푀유’에, 여러 겹의 꽃잎으로 이루어진 핏빛 ‘동백꽃’의 비극적 수사가 더해지면서, 색채가 주는 강렬한 이미지와 더불어 동서양의 어색한 만남에서 묘한 상징성이 피어난다.

  ‘나폴레옹’이라는 다른 이름으로 불리는 디저트 ‘밀푀유’는 나폴레옹의 프랑스 제국 건성과 함께 러시아, 이탈리아, 북유럽 등으로 전파되었다. 달콤한 디저트의 이면에는 전쟁의 씁쓸함이 짙게 배어있는 것이다. 또한 밀푀유의 본 고장인 프랑스에서 동백꽃을 한국과 대만을 식민지배한 역사를 지닌 ‘일본의  장미’라고 부른다는 사실은 이 제목을 더 의미심장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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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한국문화예술위원회  '동백꽃-밀푀유'전이 아르코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이러한 이미지를 반영한 ‘동백꽃 밀푀유’는 전시로 펼쳐지는 시각 예술의 화려한 면모 이면에 자리한 정치, 사회, 경제, 문화적 쟁점을 동아시아 역학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한국과 대만 작가의 예술적 통찰과 실천으로 전달한다.

  전시는 몇 가지 키워드로 분류된 범주에 한국과 대만 작가들의 작업을 함께 묶어놓는다. 이를테면 ‘노동, 경제 식민화, 가족과 민족, 권력’으로 분류되는 전시의 큰 틀에는 한국작가 신제현(설치, 퍼포먼스), 구민자(설치)와 대만작가 저우 위정(설치, 출판), 무스뀌뀌 즈잉(영상)이 참여한다. 그리고 ‘압축성장, 공동화, 개발과 배제’라는 개념 하에 한국작가인 김준(사운드, 설치), 강홍구(사진, 설치)와 대만작가인 류 위(영상), 위안 광밍(영상)의 작업을 선보인다.

 마지막으로 ‘사건의 병치, 잉여와 소실, 집단 기억, 공시적 서사’이라는 키워드로 한국작가인 나현(복합 설치)과 대만작가인 천 졔런(영상, 설치)의 작업을 선보인다.

  전시기간  인문학 강좌 시리즈와 현대미술에서의 국제교류 프로그램의 의미와 실천에 대한 기획자와 작가들의 토론의 자리가 마련된다.  청소년 도슨트 프로그램도 열린다. 전시는 2017년 2월 12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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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 예술로 보는 한국·대만의 '핏빛 역사'…'동백꽃 밀푀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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