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한줄] '목숨을 팝니다'·짐승의 성' 外

기사등록 2016/12/12 10:51:40

최종수정 2016/12/30 15:27:57

【서울=뉴시스】박정규 기자 =

 ◇목숨을 팝니다

 "자신은 언제나 이렇게 무슨 일이 벌어지기를 기다린다. 그것은 '산다는 것'과 비슷하지 않은가. 도쿄 애드에 다니던 시절, 모던하고 밝은 오피스에서 다들 유행하는 양복을 차려입은 모습으로 손을 더럽히지 않는 일만 하던 나날이 훨씬 더 죽음에 가깝지 않았을까. 지금 죽기로 작정한 인간이, 죽음 자체가 되었든 뭐가 되었든 미래에 어떤 기대를 품고 브랜디를 홀짝이는 모습 역시 모순에 차 있지 않을까."(107∼108쪽)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는 인생의 아이러니, 현대인의 고독과 무기력증 속에서 묻는 삶의 의미. 노벨문학상 후보에 두 번 오른 일본문학의 대표적인 탐미주의 작가 미시마 유키오(三島 由紀夫)의 엔터테인먼트 소설. 김난주 옮김, 302쪽, 예문아카이브, 1만3000원.

 ◇올빼미 무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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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풍도는 바람, 멸치, 미역, 이주여성, 영어, 초분의 섬이다. 이곳에는 가장 원시적인 무덤 형태인 초분에 QR코드가 장착되어 있다. 그것을 통해 관광객들이 죽은 자를 만날 수 있도록 초고속 인터넷망이 섬 곳곳에 깔려 있다. 풍도는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공간이다."(87쪽)

 가상의 섬 풍도, 폐쇄된 공간 속에서 극단적으로 변해가는 집단주의 속에 억압당한 개인. 권력의 욕망을 주시하지 않으면 언제든 '올빼미의 밤'은 찾아올 수 있다. 강희진 지음, 268쪽, 은행나무, 1만2000원.

 ◇도마뱀이 숨 쉬는 방

 "갑자기 온 집 안이 도마뱀 소굴 같다. 방 안 구석구석에 사냥감을 노리며 숨어 있는 놈들의 숨소리가 들린다. 집 안뿐이 아니다. 도처에 우굴거리는 놈들의 존재를 잊어버리고 있었다. 축축한 혓바닥을 날름대며 단물을 찾아 눈을 번들거리는 저놈의 유연한 몸뚱이. 그 징그러운 살비늘 속에서 화 한 번 낸 적 없는 최사장의 얼굴이 느물대며 웃고 있다."(17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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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동도 없이 기다리다 먹잇감을 보면 혓바닥을 뻗어 먹어치우는, 우리가 사는 세상의 도마뱀은 과연 누구일까. 소외된 자들의 고통스러운 삶과 현실의 모순을 다룬 이야기들을 담아 등단 12년 만에 내놓은 저자의 첫 소설집. 탁명주 지음, 280쪽, 강, 1만4000원.

 ◇짐승의 성

 "'말도 안 돼. 한순간의 분노 때문에 인생을 통째로 날리다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 사람들은 대부분 이런 식으로 살의라는 비현실적인 감정을 구깃구깃 구겨서 창밖으로 내던진다. 뉴스나 신문에 등장하는 살인사건은 특수한 상황이 만들어낸 불행한 우연이라고, 전체 인구를 따져보면 지극히 낮은 비율로 발생하는 드문 경우라고 생각한다. 실제로도 그럴 테고. 나도 평생 그런 일에 엮이지 않고 살 거라고 막연히 생각했다. 아마도, 그 남자를 만나기 전까지는."(5쪽)

 어쩌면 우리가 사는 이곳이 이미 짐승의 성인 것은 아닐까. 딸이 부모를 죽이고, 남편이 아내를 죽이고, 누나가 동생을 죽이고 서로를 고문하고 학대하는 지옥도. 이 정점에 서있는 범인. 실화를 바탕으로 한 끔찍한 현실. 혼다 테쓰야 지음, 384쪽, 북로드, 1만38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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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간을 마시는 카페

 "'글쎄요, 전 여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일 뿐인걸요. 사 년 전엔 군복무 중이었고……. 전 오늘 당신을 처음 보는데요.' 그래도 그는 내가 아는 선호오빠가 확실했다. 불현듯 말도 안 되는 상상이 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혹시 내가 시간을 거슬러온 것은 아닐까? '저기, 올해가 몇 년도야?' '나 참, 2012년이잖아요. 근데 듣자듣자 하니까 왜 첨 보는 사람한테 자꾸 반말입니까?' 나는 너무 놀라 벌어진 입을 황급히 손으로 가렸다."(51쪽)

 고독의 끝에 다다른 사람들이 찾는 곳, 시간을 뛰어넘어 과거나 미래의 자신이나 연인을 만나는 곳, 시간의 길목에 자리한 카페 아스가르드. 최지운 지음, 176쪽, 네오픽션, 1만2000원.

 ◇나쓰메 소세키, 추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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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세키 씨는 대체로 잘 감동하는 성격이라 남의 딱한 사정에는 금세 동정하고 마는 편이었고 또 부탁받으면 이해타산을 떠나 상당히 애를 써서 어떻게든 보살펴주는 성격이었습니다. 만년에는 그런 일도 귀찮아진 건지 좀처럼 자진하여 남을 위해 힘쓰는 일도 하지 않았고 또 입버릇처럼 타인은 믿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그 무렵에도 부탁을 받으면 싫다는 말을 하지 못하고 손해만 봤습니다."(203쪽)

 일본의 셰익스피어로 불리는 나쓰메 소세키, 아내 교코의 눈에 비친 인간 소세키의 모습. 나쓰메 교코·마쓰오카 유즈루 지음, 송태욱 옮김, 486쪽, 현암사, 1만6000원.

 ◇은유와 마음

 "명상 상태에서 우리는 모든 이야기를 버리고 역할을 떠나 순수하게 공(空)으로서 존재할 수 있다. 하지만 현실로 돌아오면 우리는 어떤 이야기든 선택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바로 '선택할 수 있다'는 사실이 공의 또 다른 모습이며 우리를 다르게 만드는 근원적 힘이다. 그러므로 기존의 이야기와 다른 이야기를 쓸 수 있다는 것은 곧 공, 무아(無我)를 입증하는 것이다."(247쪽)

 12편의 실제 사례를 통해 철학, 심리학, 불교, 인류학 이론을 쉽고 체계적으로 정리해 삶의 이야기를 다시 쓸 수 있도록 해주는 명법스님의 치료. 254쪽, 불광출판사, 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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