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측 "당내 협력적 경쟁, 나쁘지 않다"
【서울=뉴시스】박대로 기자 = 이재명 성남시장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 통과를 전후해 급격히 가까워지면서 정치권 안팎의 관심을 받고 있다.
여야 대선주자 중 지지율 1위이자 더불어민주당 내 대선주자 후보 중에서도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문재인 전 대표를 견제하기 위한 두 시장의 공조가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 시장은 11일 SNS에 '원순 형님과 함께 국민승리의 길을 가겠습니다'란 글을 올렸다. 그는 "사석에서 나는 박 시장을 형님이라고 부른다. 단순히 연배가 높아서만은 아니다. 그것 이상"이라며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과 시민운동의 선배로서 나에게 많은 영향과 영감을 주신 분"이라고 박 시장과의 인연을 소개했다.
그는 "박원순 시장은 국민권력시대를 말한다. 국민들이 주인되는 나라를 위해 검찰, 재벌을 포함한 사회의 대대적인 개혁을 주장한다. 나의 생각과 거의 완벽하게 일치한다"고도 강조했다.
박 시장도 이 시장의 이같은 움직임을 거부하지는 않고 있다. 실제로 박 시장은 탄핵안 표결 전날인 8일 국회 앞에서 개최한 '박원순과 국민권력시대' 행사에 참석한 이 시장에 대해 "청출어람"이라며 최근 지지율 상승세를 높이 평가했다. 이에 이 시장은 "형만 한 아우 없다"며 몸을 낮추는 등 두 시장은 훈훈한 장면을 연출했다.
두 시장의 인연도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두사람 모두 민변에서 인권 변호사로 활동했으며 박 시장이 참여연대를 만들었을 당시 이 시장이 성남 참여연대에서 활동했다. 이 시장이 성남시장으로 선출되기 전에는 박 시장이 운영하던 희망제작소 목민관클럽에서 활동하는 등 두사람의 인연은 상당히 오래됐다는 게 측근들의 설명이다.
두 시장이 최근 개헌을 시사하는 발언을 하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박 시장은 5일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당내 비문재인계 의원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제왕적 대통령 권한 대폭 제한' '대통령 인사권 축소' 등 사실상 개헌사항에 해당하는 내용을 관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시장도 11일 성균관대 강연 후 기자들과 만나 "탄핵 의결까지는 과거에 관한 이야기고 지금부터는 우리 사회가 가야될 미래 비전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해야 된다"고 호응했다.
이 때문에 두 시장이 개헌 이슈를 적극적으로 제기할 경우 김종인 전 민주당 대표 등 당내 개헌파를 비롯해 제3지대에 있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 정의화 전 국회의장 등과도 연결고리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문 전 대표 측은 담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 관계자는 이날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당내 후보들 간에 협력적인 경쟁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2012년에는 당내 경쟁이 오히려 대선 후보의 본선 경쟁력을 갉아먹었는데 이번 경쟁은 전체 지지도를 높일 수 있는 것"이라며 "이번에는 경쟁하는 후보들이 인품도 괜찮고 정치 경험도 많이 가진 분들이라 그분들과 지금 같은 경쟁을 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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