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망상'이 참극 부른 성병대 총격사건…'망상범죄' 유형은

기사등록 2016/10/23 12:32:43

최종수정 2016/12/28 17:49:07

【서울=뉴시스】심동준 기자 = 오패산 총격범 성병대(46)씨는 경찰이 자신을 위협한다는 일종의 '망상 증세'를 보였다.

 성씨는 경찰이 일반인을 시켜 자신을 폭력 사건에 연루시키려고 음모를 꾸민다고 생각했다. 그는 또 수사기관이 자신을 살인을 저지른 것처럼 꾸며 평생 감옥에게 가두려 한다고 의심했다.  

 성씨의 망상은 자신을 상대로 한 경찰의 위협과 싸우겠다는 생각으로 이어졌고 급기야 총기를 직접 제작하기에 이르렀다.

 ◇성병대, 경찰 상대 피해 망상…"수사기관 목표 범행 가능성"

 성씨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 등에 있는 게시글에는 '칵퉤작전'이라는 단어가 여러 차례 등장한다. 성씨는 칵퉤작전을 일반인을 고용한 경찰의 폭행 사건 유도 작전이라고 설명한다.

 그는 일반인이 등장하는 동영상을 게시판에 올리고는 경찰의 끄나풀이 자신을 위해하려 한다는 글을 덧붙이기도 했다. 그는 수사기관에서 자신의 집 냉장고에 시신을 넣어두고 살인범으로 조작하려 한다는 취지의 글도 작성했다.

 성씨는 지난 19일 서울 강북구 오패산터널 인근에서 폭행 신고를 받고 자신을 추격하던 김창호 경감을 총으로 해친 뒤에도 경찰이 자신을 위협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는 서울북부지법에서 지난 20일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전후에도 "독살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제가 (총을 쐈다)", "경찰하고 총격전에 대한 각오를 했었다", "(총을) 두 달 전부터 만들었다" 등의 발언을 내뱉었다.

 전문가들은 피해 망상이 있던 성씨가 처음부터 경찰 등 수사기관을 공격 목표로 삼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당초 그는 자신과 면식이 있는 부동산 업자 이모(67)씨를 상대로 총을 겨눴다. 하지만 이는 일종의 미끼에 불과하고 궁극적인 목표는 경찰이었다는 것이다.

associate_pic2
 오윤성 순천향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성씨의 상태에 대해 "일종의 정신병 증세, 피해망상"이라며 "철저하게 자기 주관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전자발찌로 인해 항상 경찰이 감시한다고 여긴다"고 설명했다.

 오 교수는 "총격 전 지인을 폭행한 것도 미끼를 던진 것으로 봐야한다"며 "형사 사법기관에 대한 망상이 있던 성씨가 상징적 대상인 경찰을 공격했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피해망상 총기 범죄…"심각한 참사로 이어질 수도"

 피해망상에 따른 총기 범죄는 수많은 피해자를 낳아 왔다. 특히 미주 지역에서는 망상에서 시작한 총기 범죄가 참사의 형태로 나타나기도 했다.

 지난 2011년 1월8일 오전 10시10분께 미국 애리조나에서 발생한 정치 유세장 총기난사범 제러드 리 러프너(Jared Lee Loughner)는 피해망상이 있었다.

 범행 당시 22세였던 러프너는 '정부가 말로써 시민들을 세뇌시킨다'는 내용을 온라인에 게시하거나 '나의 암살(my assassination)', '나는 사전에 계획함(I planned ahead)' 등의 내용을 적은 봉투를 남겼다. 이후 그는 소지하고 있던 총기를 군중에게 무차별적으로 발포해 사망자 6명, 부상자 14명에 달하는 참사를 일으켰다.

 미국 뉴욕 이민자센터에서 2009년 4월3일 발생한 총기난사 사건 또한 망상이 원인이었다.

 이 사건 범인인 베트남 출신 이민자 지벌리 웡(Jiverly Wong)은 건물에 들어서면서 접수대 직원 1명을, 교실에서 교사와 학생들을 상대로 총을 난사해 13명을 해친 뒤 스스로 목숨을 버렸다. 웡은 평소 언어장벽으로 사회에 적응하지 못했고 여러 해 경찰이 자신을 고문했고 돈을 훔쳤으며 자는 모습을 감시했다는 편지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associate_pic2
 성씨는 범행 당시 총기 17정, 폭발물 1개, 흉기 7개를 소지했던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드러났다. 그는 또 "(범행 당시 총기를) 무작위로 쐈다"고 밝혔고 자신의 페이스북에 "나는 부패경찰, 친일 경찰과 전쟁 중이니 이와 이해관계가 없는 주민들은 관여하지 마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같은 정황으로 볼 때 성씨가 김 경감 사망 이후 이른 시간 내 검거되지 않았다면 이번 사건이 참사가 됐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피해망상에 극단적 신념 맞물리면…초대형 범죄 우려

 망상은 자신이 불공정한 대우 또는 학대를 받아 소외됐다는 믿음, 박해를 받고 있다는 감정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심리 문제가 사회적 상호작용 결핍 등과 맞물리면서 왜곡될 경우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범죄심리학계의 지배적 견해다.

 나아가 망상이 극단적인 신념으로 이어질 경우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초대형 범죄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예컨대 피해망상에 극단적 애국주의, 국수주의가 더해지면 자살 테러와 같은 파괴적 행동의 동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성씨는 자신이 저술했다는 '대지진과 침략전쟁', '대지진과 임진왜란', '대지진과 정한론' 등 도서 3권에서 짙은 파시스트 성향을 드러내고 있다. 아울러 그는 범행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성씨와 같은 사람들이 조직적인 신념에 심취하면 자살 테러와 같은 일을 저지를 수 있다"며 "이슬람국가(IS)처럼 자신이 누군가의 계시를 받았고 그가 지켜준다면서 경찰서를 목표로 공격했을 수도 있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button by close ad
button by close ad

'피해망상'이 참극 부른 성병대 총격사건…'망상범죄' 유형은

기사등록 2016/10/23 12:32:43 최초수정 2016/12/28 17:49:07

이시간 뉴스

많이 본 기사

기사등록